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16)
정동서, 람티 캄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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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16)
정동서, 람티 캄씨 부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08.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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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가정 선정된 람티 캄 부부 10월, 베트남 친정나들이!

람티 캄(28)씨는 요즘 날이 갈수록 행복하다.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도 같다. 무엇을 해도 즐겁다. 기다림이 생각보다는 지루하지만 어쨌든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그녀는 추수가 끝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동서(47)씨는 그런 아내를 보면서 흐뭇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있다. 오는 10월에는 딸 영주(6), 아들 영진(5) 등 4가족이 아내의 친정인 베트남에 가기로 했다. 이국만리 처갓집을 몇 년 만에 가게 됐으니 당연히 준비할 것도 많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한국 사위로서 자부심도 갖고 싶다.
이들 부부는 지난 7월 농협문화복지재단이 후원하고 보은농협이 주관한 ‘농촌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 모국방문 행사’에서 모범가정으로 선정되어 베트남 왕복 가족 항공권을 전달받았다.
그래서 1만3,000㎡의 벼농사 추수가 끝나는 대로 보름일정으로 아내의 친정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 보은농협 덕에 온 가족이 베트남 나들이
동서 씨는 아내 캄씨와의 운명적 만남을 위해 2003년 베트남을 첫 방문했었고 첫아이 영주가 생후 4개월째 되는 2004년 11월, 아내와 함께 두 번째 처가를 방문했었다. 두 번의 방문 모두 처갓집은 물론 친인척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베트남의 가족제도는 유교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60-70년대처럼 일가친척들이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멀리 사는 친척 어른들에게 까지 인사를 다니곤 했다.
캄씨의 고향은 호치민에서 북서쪽방향의 캄보디아와 국경이 맞닿아있는 타이닌(Tay Ninh) 지방이다. 친정에 가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기보다는 100달러(약 13만원)정도에 차를 대절하여 가는 게 편리하다.
친정에는 아버지 람 반 응혜(Lam Van Nghia, 59)씨와 어머니 레 티 푸옹(Le Thi Phuong, 55)씨 모두 생존해 있다. 결혼한 언니는 형부와 건축 일을 하고 있고, 오빠 역시 결혼해 회사를 다니고 있다. 25살인 남동생은 손재간이 뛰어난 편이어서 한국에 와서 기술도 배울 겸 취업을 원하고 있으나 한국 입국 방법이 너무 까다로워 캄씨는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어찌됐건 캄씨는 5년만의 친정 나들이 준비로 마음이 분주하기만 하다. 특히 지난 해 한국인으로 귀화하여 한국여권으로 첫 모국을 방문하는 것이니 감개무량하기도 하다.

# 트랙터 운전배우다 동네 담벼락도 들이받고
캄씨의 남편 동서 씨는 살림집이 있는 보은군 내북면 이원리가 고향이다. 이곳에서 어머니 신광순(75)씨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토끼 같은 아이들과 3대 다섯 가족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멀리 자동차가 오가는 19번 국도가 보이는 전망 좋은 산 아래에 창문이 시원스레 건축된 조립식 주택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아내가 22살 때였고, 동서 씨는 41살 때였다.
“그땐 아내 얼굴도 까무잡잡했었고, 말도 전혀 안통하고……. 그런데 다른 여성들에 비해 순수해 보이고 왠지 맘이 끌리더라고요. 그리고 내 나이에 장가는 가야겠다 싶었고……. 잘했다 싶죠”
“ 그냥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말은 결혼을 주선하는 업체에서 사전에 회화 책을 주어서 몇 마디 공부했으나 말은 안통하고 눈빛으로만 얘기했죠”
두 사람은 서로 오케이(O.K)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캄씨는 드디어 2003년 11월 한국에 입국했다. 첫 해는 너무 추웠다. 그러나 결혼 전 한국 드라마를 보며 동경했던 아름다운 눈경치를 보니 너무 신이 났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난생처음 눈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눈은 스르르 녹아 물이 되어 손바닥에 젖어든다. 그래 인생살이가 뭐 별건가. 주어진 환경에 정 붙이고 젖어들면 그것이 인생이지. 시어머니를 공경하고 또한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면 세상에 역할을 한 보람이 있는 거지.
캄씨는 농사일을 잘한다. 베트남에서도 집안을 도와 농사일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졸라 트랙터에 올라탔다. 커다란 트랙터를 남편처럼 멋지게 운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동네 경로당 옆 담벼락을 들이 박은 것이다. 그 뒤로는 어찌나 놀랐는지 트랙터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 의견충돌 없지만 발생 시, 서로 ‘말 안하기’로 극복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보니 가끔 부부간 말다툼도 있긴 있었나 보다. 서로 겸연쩍게 웃으며 “우리 싸운 적 있어?”하고 옆구리를 찌르며 묻는다. 그러다가 결국 ‘말을 서로 안하는 것이 의견충돌 해결책’이라고 실토하고 만다. 다행스럽다. 치고 박고하지 않으니 얼마나 현부양처(賢夫良妻)인가.
캄씨는 친정집 방문 계획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베트남 인사말을 교육시키고 있다. 최소한 ‘안녕하세요 xin chao(씬짜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chao ong(짜오 옹), 할머니 안녕하세요 chao ba(짜오 바) 정도는 말 할 줄 알았으면 해서다. 그러면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지만 아이들은 자꾸 잊기 일쑤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해보는 데까지 해 볼 수밖에…….
아이들이 영리하니 이번에 외갓집을 방문하고 오면 뭔가 느끼는 게 있기는 있을 것이다.
남편을 빼닮은 영주와 자신을 쏙 빼 닮은 영진 이를 보면 부모님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그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동서 씨는 이번 처갓집 방문 선물로 ‘인삼’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번 방문 때 인삼을 선물했더니 반응이 꽤 좋았었다고 했다. 한국 인삼이 워낙 유명한데다 건강관련 선물이니 모두가 반가워했다고 한다.
캄씨도 남편과 생각이 같다. 특히 어머니가 건강에 유의해야할 체질이어서 한국산 보약 등 몸을 보하고 골다공증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 관련 약을 선물로 갖고 갈 계획이라고 했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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