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습관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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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습관들이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08.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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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헐떡거릴 만큼 더웠던 여름이 정상을 찍고 차츰 기울어 가고 있다는 걸 무엇으로 느낄 수 있을까? 여전히 한낮은 더워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함에서 알 수 있지만 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풀벌레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풀벌레 종류도 많은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린다. 또 사방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잠이 들 때 까지도 풀벌레소리를 들을 수 있다. 풀 섶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한여름에게 손 흔들고 있다는 것과 차분히 감상에 젖을 수 있게 한다.
그 감상이란 것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며 좀은 우울하게도 하는데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는 역시 책읽기인 것 같다.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것조차 더웠던 여름날에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다면 서서히 책읽기에 좋아지는 날들이 다가온 것 같다.
최근에는 많은 정보를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얻곤 하지만 책만큼 좋은 것도 없다. 시를 읽으며 마음의 정화를 얻기도 하고 수필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살짝 들여다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소설의 재미에 푹 빠질 수도 있다. 소설은 어른을 위한 동화부터 대하소설 등 여러 장르가 있는데 우울하고 마음이 좀 답답할 때는 소설읽기가 최고의 치유법이다.
유년시절부터 내 생활 중의 일부가 된 책읽기는, 언니와 오빠의 영향으로 집에 책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책을 접했던 것 같다. 꿈 많던 학창시절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주었던 수요일에는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책을 빌려서 보곤 했다. 책속의 내용은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져 나를 들뜨게 하곤 했다. 그래서 그 때 읽었던 명작들이 영화화된 것을 보게 되면 책을 읽을 때 내 나름대로 배경설정을 이미 해버렸기에 실감이 나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다. 결혼 전까지는 책읽기에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나 자신을 위한 책보다는 아이를 위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림책부터 사기 시작하여 디즈니랜드나 전래동화 위인전기 그리고 창작동화 과학학습에 관한 것 등을 사게 된다. 나 역시 아기가 말을 하면서 과일이나 자동차 등 생활과 관련된 그림책을 보여주며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서너 살이 되면서부터는 그림이 절반이 넘는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다양하게 읽어 주는 것 보다 한 가지를 반복하여 읽어 달라고 했다. 그 당시 큰애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였고, 작은애는 ‘엉터리살림꾼 구피’였는데 그 책은 너무 많이 봐서 헌책이 되었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자리에 누우면 두 아이는 각각 다른 책을 몇 권씩 가져와 읽어 달라고 했다. 책을 읽다가 아이가 잠든 것 같으면 살짝 눕히고 읽는 것을 중단할 때가 있다. 아이는 잠결에 책 읽어줘 하며 계속 읽어 주기를 원했던 적도 많다. 직장을 다녀와서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고 해야 하는데 매일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책을 읽다가 힘이 들어 숨을 몰아쉬면 큰애는 책을 덮고 그만 읽어도 된다고 했지만 작은애는 그 애가 가져온 책을 모두 읽어 달라고 떼를 쓰곤 했었다.
큰애가 학교에 들어가서 쓴 일기 속에 ‘책은 참 재미있다. 내가 글씨를 몰랐을 때 엄마는 많은 책을 읽어 주었다. 고맙게 생각한다.’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는 자라면서 엄마가 자기에게 해 준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글씨를 깨우쳐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에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엄마의 목소리를 빌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부모는 여러 가지 책을 구입하여 아이들이 집에 보유하고 있는 책을 열심히 읽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아이들이 따라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선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어 책읽기에 취미를 갖도록 만들어 준다. 특히 위인전기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모델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인데 잘 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 집 아이들도 그랬다. 큰 애가 2학년이 되던 어느 날 잘못을 한 적이 있었다. 난 그 벌로 위인전기를 열흘간 매일 1권씩 읽고 읽은 내용과 느낌을 적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성실하게 읽고 쓰다가 어느 때보면 읽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냥 모른 채 넘어가기도 했다. 열권의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는 독후감은 쓰지 않겠지만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겠다고 했고 그 뒤, 40권의 위인전기를 다 읽었다.
그 책은 그 애 수준에 좀 분량이 많아 지루한 감이 있었을 텐데 그렇게 깊이 있는 책을 자연스럽게 읽기에 만화로 된 60권짜리 삼국지를 사줬다. 아이는 매일 삼국지에 매달려 몇 번에 걸쳐 읽었고 거기에 나오는 유비를 비롯한 인물의 특성과 배수진과 같은 전쟁용어와 사자성어를 적어 보관하였다. 그 이후 과학학습만화와 논리와 관련된 단행본 등 다양한 책을읽으며 책읽기가 생활화가 되었다.
책은 언어구사력과 글쓰기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에 도움이 많이 되므로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생활화시키려면 부모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책 내용과 느낌을 쓰거나 말하게 하고 엄마도 아이가 읽은 책을 읽어 내용을 공유하면서 아이에게 엄마의 의견을 나누면 아이는 더욱 신이 날 것이다. 그리고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신간에 대한 정보를 얻고 늘 관심을 보이면 책읽기의 습관에 성공할 것이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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