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가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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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弔問) 가서 만난 사람들
  • 시인/장 은 수
  • 승인 2009.08.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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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홍순구(58. 탄부면 장암리 경상마을)씨의 아버님이 노환으로 운명을 달리하셨다. 보은의 k장례식장을 들어서자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농촌의 고령화 소식을 늘 듣고 있던 터였는데 이외로 조문객들은 젊음의 열기로 출렁이고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장남인 홍순구씨는 벼농사를 약 3만 평정도 경작하며, 대추나무 작목반으로 농촌을 지키는 청년이다. 4남 2녀 중 두 동생이 보은, 남보은농협에 각각 근무하는 형제들로 그들 또한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모처럼 고령의 농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곽덕일 보은농협 조합장, 구본양 남보은농협 조합장이 문상객들 속에서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문제점을 토론, 메모하며 농촌을 이끄는 선장의 모습은 늠름하기만 했다. 고향을 찾은 선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보은의 상품을 소개하는 일에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금년 논 2천 평에 대추나무를 심었다는 모씨는 차후 판로가 걱정되는지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쌀 수매와 판매, 보은 대추, 황토 사과, 황토 고구마, 복숭아 등 농산물을 순회 수집하여 정해진 작은 마진으로 판매하기에 소비자는 안심하고 애용해도 좋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지역을 상징하거나 대표할 수 있는 상표 관리에도 개을리 해서는 안 될 듯하다. 이런 논쟁은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축협과 농협은 합병 되었다지만 실무에서는 종전과 다름없이 각각 사업을 펼치고,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농촌의 크고 작은, 농민을 위한 조직들이 현실에 맞도록 개편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때는 보은 인구가 약 120,000명이었으나 젊은이들이 서울, 청주, 대전 등지로 떠나고, 지금은 약 35,000명 정도이다. 그러나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67.5세란 말엔 할 말을 잊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도 전체적으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 농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농촌총각과 국제결혼을 통해 농촌에 정착하는 외국 출신 젊은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요, 고무적인 현상이다.
베트남, 중국, 일본 등에서 신부를 맞이한 다문화가족도 전국 시군에서 최고로 많다고 했다. 그들이 우리 농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음식문화 등 한국문화 교육도 한다. 그나마 지역 농협에서 '다문화 여성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로 여겨진다.
정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한 농업인 10명 중 4명이 국제결혼을 했고, 그동안 농촌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농업인은 2만 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농촌 다문화가정에 대한 주거환경 등 생활실태와 자녀교육 및 경제적 여건을 세밀하게 파악하여 보다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 다문화가정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을 주문한다. 그 방도만이 곧 황폐화 되어가는 우리 농촌은 물론 농업협동조합의 장래와도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자리이긴 했지만 문상객들의 얼굴엔 위로와 그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보은은 살아 있었다. 희망이 보였다.
시인 / 장 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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