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귀화한 양씨네 종손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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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귀화한 양씨네 종손며느리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08.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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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삼승면 서원리 19번 도로변에 붉은 벽돌로 지은 현대식 농가 한 채. 몇 년 전만 해도 이집 옥상에서는 가끔 한 여인이 ‘마에-’, ‘뽁-’이라고 뜻도 모를 말을 울부짖듯이 외쳐대곤 했었다. 그러면 양씨 집안사람들 모두는 “운소카가 많이 힘들구나‘고 생각하곤 했다고 한다. 그랬다.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운소카(26)씨가 말 안통하고, 낯선 한국생활이 정말 힘들다고 느꼈던 결혼 초기에는 이 같이 ’엄마‘,  ’아빠‘를 큰 소리로 불러보는 것 외에는 어려움을 이겨 낼 방법이 없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 한하운이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고 하지 않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어려운 형편을 참아내고 이겨낸 시아버지 양상철(69), 시어머니 유오분(68), 남편 효열(44), 딸 은혜(5) 그리고 오는 10월에 태어 날 아들과 함께 3대가 한 지붕아래서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 인상 좋고 맘씨 고운 양씨집안 맏며느리

 지난 2004년 3월 오분 씨와 아들 효열 씨는 캄보디아에 갔었다. 그리고 당일 오전 오후 4회에 걸쳐 모두 24명의 처녀들과 맞선을 봤다. 말이 맞선이지 말이 통하나 뜻이 통하나 그저 인상과 옷매무새만 볼 뿐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한 운명의 여인 운소카씨는 두 번 째 그룹의 흰옷 입은 아가씨였다. 결혼식 날짜가 잡혔고 캄보디아의 결혼예식문화에 따라 운소카씨의 고향마을 ‘건다’에서는 불교 스님들의 주례로 성대한 행사가 치러졌다.

 운소카씨의 친정가족은 아버지 오이섬 얼(58), 어머니 장손리(56)와 전통에 따라 13살 때 스님으로 출가한 오빠와 시집 간 언니 둘, 남동생 한명이 있다. 친정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 강의 하류지역인 만큼 물은 풍족해 가족들은 농사일에 종사한다.

 결혼식 두 달 후인 5월 한국에 입국한 운소카씨는 양씨 집안의 종가며느리로 또 맏며느리로의 새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에’ ‘뽁’을 외쳐대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야만 했다.  물론 힘든 과정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는 남편 효열 씨의 사랑, 은혜의 출산 그리고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시부모님, 보은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박달한)와 우순덕 방문교육지도사의 도움 등 주변 환경의 덕분이었다. 

    

# 운소카씨는 보은군 다문화가정 대표 가수

 지난 2006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운소카씨는 또한 보은군 다문화가정을 대표하는 가수 중의 가수다. 물론 수상경력도 있다. 지난 2007년 보은군에서 가진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전, ‘당신은 바보야’를 불러 인기상을 탔다. 또 지난 6월 대전 한밭대학교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능숙한 제스처까지 써가며 보은출신 가수 태진아의 히트곡 ‘동반자’를 열창,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래실력은 천부적인 재능 외에 평소 갈고 닦은 기량 덕분이다. 운소카씨는 남편과 함께 장로와 권사로 있는 시부모의 교회 집사이며 또한 성가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운소카씨의 한국어 구사, 독해 능력은 뛰어나다. 결혼 초기 국교가 불교여서 당연히 불교신자였던 운소카씨는 시부모의 손에 이끌려 알아듣지도 못하고 생소한 상태에서 교회를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성경과 찬송가를 자주 접하며 한글을 터득하게 된 때문이다.

 은혜의 엄마가 된 운소카씨는 지난 2006년 4월 시아버지를 모시고 결혼 후 첫 가족 친정 나들이를 했다. 고향 집은 잔칫집이나 진배없었다. 어렵기 만한 바깥사돈과 백년손님인 사위 그리고 한창 귀여운 외손녀가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분위기 탓 때문이었는지 시아버지는 운소카씨의 친정부모를 정식으로 한국에 초대했다.  

      

#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고 간 사이좋은 사돈지간

 그 이듬해인 2007년 6월, 운소카씨의 아버지 오이섬 얼씨와 어머니 장손리씨가 딸이 힘들 때 옥상에서 목 놓아 자신들을 불렀던 그 사돈집에 왔다. 그리고 현장에 올라가 하늘도 보고 땅도 훑어보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소의 환경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음직 하다. 사돈네 1만 ㎡의 황토사과농장도 둘러보고 논농사도 견학했다. 무엇보다 콤바인 등 사돈네가 보유한 농기계들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2개월여 동안 머물렀다. 그동안 묘한 일은 친정아버지 입맛에 한국음식이 쩍 달라붙었다는 것이다.  특히 운소카씨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입에는 커녕 냄새조차 맡지 못했던 된장찌개와 양념깻잎을 아주 맛있게 먹었을 정도니까. 혹시 아버지의 선조 때부터 한국과 무슨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였다. 캄보디아로 돌아가던 날 친정부모는 운소카씨에게 “시부모님 잘 모시고 열심히 잘 살라”고 당부했다.

 양씨문중의 종손 며느리이자 집안의 맏며느리인 운소카씨는 어쨌든 오는 10월이면 옥동자를 순산하게 된다. 맏손자이자 외동아들의 자격으로 벌써부터 가족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채근 끝에 병원에서 조용히 귀띔 해준 정보다. 시부모는 물론 남편도 그런 눈치다. 그동안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딸 은혜는 과연 태어날 남동생을 귀여워할까, 질투할까.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는데 과연 누구를 닮았을까. 반반 닮았을 법한 귀한 아들이 운소카씨는 마냥 기다려진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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