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구두와 함께한 정태만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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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을 구두와 함께한 정태만 할아버지
  • 박진수 기자
  • 승인 2009.07.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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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을 구두와 함께하며 보은읍에서 제일 오래된 가게를 열고 있는 이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기성화 센터’를 운영하는 정태만(79) 할아버지다.
정 할아버지는 50년대 후반 경기도 연천의 기갑부대에서 직업군인을 신청했다가 몸이 아파 고향으로 내려와 큰형님에게 장사를 배우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서 정 할아버지는 외국에서 들여온 헌 구두를 수선하는 일로 구두가 흔치 않았던 시절 수선한 구두가 잘 팔려 큰 값어치를 했다.
1960년 할아버지는 1년 8개월 만의 부산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추석을 쇠려고 집에 왔다가 아는 사람이 “구두 수선용 재봉틀을 빌려줄 테니 한번 해 보라”고 했던 말이 현재의 할아버지와 기성화 센터가 있게 된 계기가 됐다.
60년대를 거쳐 80년대 초반까지 정 할아버지의 구두수선 일은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그 땐 ‘구두’는 누구나 신을 수 있고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녀 굽이 닳거나 실밥이 풀리면 바로 구두수선 집에 맡겼다.
정 할아버지는 “보은 인구가 10만을 넘었던 시절엔 장날이나 명절 전날이면 새벽부터 밤 12시가 다 되도록 전깃불을 켜고 손마디가 펴지지 않을 정도로 미싱을 돌렸다.”고 말했다.
또한, 정 할아버지의 재봉틀로 하는 구두수선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보은에서 유일했다.
가게를 열기 전에는 시장에서 손으로 구두를 수선해주는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가게를 연 뒤로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구두 등의 수선으로 50년이란 긴 세월은 할아버지에게 예기치 않은 인연도 만들어 낸다. 얼마 전 할아버지는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서울 시내를 걷고 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 가게에서 가방을 고쳤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오래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날 기억해 주는 손님들이 있어 고마울 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 할아버지의 가게는 예전처럼 손님들로 북적되진 않지만 그래도 끊이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 손님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주는 또래 친구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제 80을 눈앞에 둔 할아버지는 “한달 50만원이나 되는 가게세도 못 벌어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기성화 센터’를 하며 땅도 조금 사고 4남매 대학도 보냈다.”며, “그만두고 놀면 몸만 더 아프다.”고 말하고 50년 경력의 구두수선 장인의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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