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방과후 지도하는 학교에 가기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기말고사를 치루고 일찍 귀가하는 뒷 자석에 앉은 두 여학생의 대화에서 여름방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작년방학에 청주로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비보다 차비와 밥값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 아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명한 기숙학원을 가보고 싶다. 한 학생은 자기는 기숙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는 아이들 공부에 대해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잔소리를 하며 믿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일에 정말 진지하게 마음고생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내신 성적을 위해 고민하는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으로 학생들에게 현재의 통과의례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일 것이다. 수능이 이제 4개월 정도 남았는데, 나도 이미 두 아이의 수능을 치루었다.
난 아이가 고3이 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놓았다. 먼저 여행을 좋아했지만 장거리 여행은 자제했다. 그것은 그 애가 비록 학교 기숙사에 있지만, 그 애가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대기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걸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심하게 겪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공부와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어 공인중개사에 도전을 했다. 남편 역시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들이 수험공부 하는데 힘이 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3년씩은 준비해야 하고 학원도 다녀야 한다고 했고, 시험과목은 접해보지 못한 분야였지만 독학으로 공부를 하였다. 많은 어려움이 따랐지만 내 인생에 또 다른 분야에 공부를 하고 도전을 해본다는 것이 매력이 있었고 깨어 있다는 기분 좋은 생각이 생활에 활력소를 가져다주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합격은 못했다. 그래도 그때 공부한 것이 때때로 활용할 기회가 있어서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와의 소통을 말로 다할 수 없어 격려와 칭찬의 편지를 자주 써서 전달했다. 지면상 내 나름의 원칙의 또 다른 내용은 다음호에 쓰기로 하고 그 때 썼던 편지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온통 찌푸리고 있구나.
오늘 하루도 공부에 여념이 없는 너를 그려본단다.
지난 시험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못나왔다고 침울해 하던 너의 목소리가 엄마 마음을 안타깝게 했단다. 그날도 그랬듯이 어떻게 항상 잘 할 수 있겠니?
날씨도 밝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잖아. 그래서 늘 밝은 날과 흐린 날에 대한 대처가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점수도 그렇게 못 본 것 아니야. 바로 잊어버리고 다시 보는 시험과 수능대비에 전념하길 바래. 좋지 않은 감정은 오래 지니는 것이 좋지 않으니까.
사랑하는 아들아!
사람들이 모두 제 뜻대로 삶이 이루어진다면 무슨 걱정과 사회에 어두운 면이 있겠니?
어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사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삶이 수월하게 풀리는 사람이 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타고난 운명이 있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숙명론도 있고, 자기 삶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난 전자보다는 후자를 믿고 싶어.
주변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정말 중요해.
그러면서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자기만의 멋진 삶을 꾸려 가는 거야. 살다보면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굳은 의지가 필요하겠지.
엄마생각에는 넌 너의 삶을 책임지고 멋지게 살 것이라고 확신해. 기본적으로 머리도 좋고 네가 주변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야.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넌 성격이 좋고 장점을 많이 지니고 있어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을 거야.
공부하면서 갖가지 생각과 갈등으로 복잡할 때도 많고 좌절감도 때때로 들겠지만 항상 낙천적으로(너의 장점) 그리고 긍정적으로 목표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을 갖기를 바래.
공부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데 어느 정도 관여하기 때문에 지금 공부를 강조하는 거야. 그리고 공부를 잘하게 되면 인생의 선택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지.
그래도 공부하기가 정말 힘들지?
엄마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그래도 넌 참 잘하고 있는 거야.
지금 네가 알아서 잘 하고 있지만 약간의 ‘욕심’은 공부하는데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니까, 영양제와 밥 잘 챙겨 먹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휴식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름답고 좋은 생각을 해봐. 긍정적인 생각은 건강에도 좋거든.
사랑하는 아들아!
외로운 너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안녕.
2003년 6월 14일 사랑하는 엄마가
/송원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