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행복만들기`(3)
상태바
■`다문화가정 행복만들기`(3)
  • 보은신문
  • 승인 2009.05.15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장환문학관에서 한국문화도 접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긴 겨울을 지나고 오랜만에 봄나들이
봄볕이 좋았던 지난 14일 베트남에서 시집 온 10명의 새댁들이 오랜만에 봄나들이를 나섰다.
긴 겨울잠을 깬 반달곰이 화사한 봄 경치를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듯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이들은 이번 견학행사를 주최해준 보은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박달한)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공식행사 참가는 가족들도 반대하지 않는 것이 이유다. 특히 농번기여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같은 와중에도 선뜻 허락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새댁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앳되고 어찌 보면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오랜만에 말 통하는 친구들을 만났으니 강남 갔다 온 제비가 따로 없다.
“재잘재잘 시끌벅적…….” 아직은 잘 못하는 한국말, 말들 속에서 겪었던 불소통의 스트레스를 풀세라 “ ㅊ ㄹ ㅍ ㅅ“ 도대체 ‘뭔 말’하는 지 알아듣지 못할 베트남어로 신나게 웃고 끄덕이며 얘기들을 해댄다.

◆`아이를 안고 어머니가 되어 만나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알아듣진 못했어도 눈치로 보아 뻔한 얘기들 일 것이었다. 자신들의 시댁 흉을 보느니 오히려 자랑을 했을 것이다. 시부모와 신랑이 자신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잘해주는지 한껏 부풀려서 자랑을 했을 것이다. 이 날 모임에 참석한 새댁들은 아마 그럴 것이다. 또한 갓난아이를 둔 엄마가 5명이나 참석했으니 자식자랑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곁들여서 지금 임신 중인 친구들에게는 태교법도 귀띔했을 터고 한국에서 사는 생활지혜도 교환했을 터다.

◆`시인의 집에 왔으니 한국문화도 접하고 시정에 젖어볼까
회인면 중앙리 소재 ‘오장환 문학관’ 주변은 요즘 온통 국화판이다. 올 가을에 열릴 ‘오장환문학제’에 대비해서다. 보은군 시설관리과 임시직으로 오장환 문학관의 관리인 역할을 맡고 있는 ‘꽃피는 봄이 오면’ 수필집의 작가 임선빈씨는 이들의 방문을 시집간 딸 맞듯 반긴다. 그리고 작가적 기질을 십분 발휘해 가며 친절히 안내하고 설명해준다. 새댁들은 문학관내 전시관도 둘러보고 영상과 시낭송도 들어본다. 그리고 ‘나의 노래’ ‘헌사’ 등 오장환 시인의 시를 이철수 판화가가 새긴 동판에 종이를 올려놓고 색연필로 탁본을 뜬다. 새댁들과는 오랜 소통으로 후견인 역할을 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황화연 사무국장과 이진양, 유길순, 심재숙씨 등 가정방문 교육지도사들은 옆에 바짝 붙어 친언니처럼 아기들을 대신 안아주기도 한다.

◆`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역시 먹는 즐거움
점심시간에 맞춰 회인면 주민생활지원담당 신경수 계장이 꿀 대추 드링크를 사들고 왔다. “작년 다문화가족이 16가구였는데 올해 들어 22가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전 어느 신문에서 ‘회인 면에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없어졌다’고 기사화가 되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동네에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고 농촌 풍경을 설명했다.
새댁들은 돼지고기 보쌈과 김밥, 튀김 닭 등을 한국말, 베트남 말을 섞어가며 대화하면서 열심히 먹는다.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한 아기들이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이들 중에서 자모회장이 나오고 반장이 나오고 어린이회장도 나올 것이다. 마을에선 이장이나 부녀회장도 나오게 될 것이다. 아마 그 때쯤에는 우리 문화에 동화된 새댁들이 한국의 다문화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가며 새로운 다문화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단상에서 “여보, 사랑해요” 한마디로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다
‘오장환 문학관’ 다용도실에서 새댁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차례대로 단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무슨 말이든 한마디를 해야 했다. 이날 행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마지막 순서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요” “한국 좋아요, 한국가족 좋아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한국에 시집오기 전 배웠을 법한 기초 한국말들을 배꼽 잡고 웃으며 한마디씩 해댄다.
하지만 “여보, 사랑해요”라고 한마디 하면서는 수줍은 듯 얼굴을 발갛게 붉혔다. 한국어의 정서가 몸에 배어있었다. 이미 한국인의 아내, 가족이 동화 되어 있었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