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체취(體臭)가 느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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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체취(體臭)가 느껴옵니다”
  • 보은신문
  • 승인 2009.04.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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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원 보은우체국장 

산과들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등 봄꽃이 활짝 피었고 미원천(米院川)에는 아버님께서 가시던 날과 같이 벚꽃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평안히 계시는지요?
벌써 아버님께서 가신지가 두해가 되었네요...

이곳에는 큰형님이 집안에 최고 어른으로서 동생들과 조카들 모두 잘 돌보아주면서 형제애를 돈독이하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형제들이 모두모여 못자리하면서 웃음꽃을 피웠고 너덜이 작은집 할머니 사초(莎草)하는데 함께 참여하여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도하고 선조분들을 흠모하며 친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모님의 자랑 막내아들’도 뉴욕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자주 연락오고 있습니다.

보고 싶고 그리운 아버지, 어머니!
저는 지난해 말 보은(報恩)으로 발령이 나서 미원 고향땅을 밟으며 굳게 닫혀있는 우리 집 대문을 바라보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대문을 바라보면 예전처럼 객지에 나가있는 아들,딸,손자,며느리 기다리며 앉아계시는 아버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허전한 마음 간절하고 동심의 세계로 날아가 어머니따라 밭에 나가 목화밭 매던 일이며 할미꽃 꺾어 꽃병에 넣어 시들지 마라 소망하던 몸부림과 냇가에서 올갱이 줍던 모습이 어제의 일같이 선하게 떠오름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요..

보은(報恩)에 와서 바로 아버님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속리산 중턱에 사신다던 아버님 죽마고우(竹馬故友) 김태환옹을 수소문하여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고 그 후 매번 속리산에 갈때면 인사올리고 있으며, 어제도 친구들 부부와함께 문장대 등반하고 오다가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여섯째 며느리도 큰절을 올렸습니다.

친구분을 뵈니까 말씀하시는 모습이 아버님과 흡사하게 느껴지고 아버님을 뵌것처럼 반갑기도 하였고 한편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그분도 저를 보시고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고 하시면서 반가워하시며 옛날 두분의 추억들을 들려주셨는데 준비해간 약주도 딸아드리고 하시는 말씀 귀담아 들으면서 지난날 회상에 잠겨보았습니다.

제가 여기있는동안 아버님처럼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며 부모님께 못다한 효를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8남매자식들 길러낸 삶의 터전이었던 죽전리(竹田里) 장터에도 물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금은 예전 장터에 모습은 없고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주변에 복개(覆蓋)한 하천에서는 비록 모습은 달랐지만 옛날 아버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듯 저를 붙잡아서 한동안 움직일수가 없었습니다.

젊은시절 이곳에서 삭풍(朔風)이 몰아치는 엄동설한(嚴冬雪寒)에도 장을 보셨고 칠,팔월의 폭염도 아랑곶하지 않고 고생하신 아버님 모습을 눈물로 그려보았답니다.

저에게는 아버님 체취가 남이 있고 혼이 있는 이곳 보은(報恩)에서 근무하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보람되게 생각합니다.

생전에 아버님 어머님 가르침대로 오로지 멸사봉공(滅私奉公)하여 이곳에 우정사업(郵政事業)이 크게 성장하고 주민들에게 편익을 드리며 미력(微力)하나마 보은군(報恩郡)발전에 열과성(熱과誠)을 다하겠아오니 멀리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
부모님께서 생전에 가르쳐주시고 이끌어 주신대로 이곳에 자식들 모두 열심히 살고 있으니 부디 그곳에서는 자손들 걱정하지마시고 두분이 평안하게 사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며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2009.4
불효자 여섯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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