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고된 담배농사, 즐겁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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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된 담배농사, 즐겁게 짓습니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09.03.2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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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외면 오대리 노정호씨

담배농사가 많고 많은 농사 중 힘들고 고되기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힘들고 고된 농사이다.

2월에 포트를 만들고 5월 식재하고 한참 뜨거운 8월에 수확하는 6개월간 엄청나게 달라붙는 벌레잡기, 불필요한 순 제거작업, 꽃을 자르는 적심작업 등 오로지 잎만 바라보고 산다.

요즘은 벌크 건조장으로 건조가마에서 연탄불로 일주일씩 건조하던 때에 비해 수월해지는 했지만, 건조작업 또한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담배농사 30단을 짓느라 힘들고 고되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에 임하는 노정호(44, 산외면 오대리)씨를 만났다. 노씨는 부인 서명희(47)씨와 하우스 안에서 올해 식재할 담배모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부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 앞으로
지금은 폐교가 된 산대초 3회 졸업생인 노정호씨는 보은중, 보은자영고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접고 부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1992년.

힘든 농사일이 겁도 났지만 부모를 모시고 하나둘씩 농사일을 배우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다.
벼농사, 고추농사와 함께 13단의 담배농사를 짓던 노정호씨는 다른 작물에 비해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담배농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규모를 조금씩 키워갔다.

이렇게 시작한 담배농사가 현재는 한국담배인삼공사 김천원료공장과 계약을 맺고 30단(약 9천평)을 지어 납품하고 있다.

우리나라 담배농사는 농민이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에 담배를 재배할 수 있으며, 농민이 재배·수확한 담배는 전량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사들인다. 보은지역에서는 주로 황색종이나 벌리종이 재배된다.

#담배농사 20여년 이제는 전문가
최대 계약물량인 30단을 배정받아 담배농사를 짓고 있지만 대부분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노정호씨는 담배수확이 끝나는 8월말 콩을 심는다.

연작의 피해를 없애는 장점도 있고 토지 임대료를 콩 수확으로 충당하기 위해서이다.
힘든 일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20년 가까이 담배농사를 지면서 전문가가 된 노정호씨는 성공적인 담배농사를 위해 세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꽃눈을 자르는 적심작업이 중요하다. 담배의 성장과 결실을 조절하기 위해 줄기의 끝눈을 자르는 것으로 개화기에 어린잎 3∼4개, 그 밑에 보통 12∼13개의 잎을 남겨서 적심한다.

둘째는 퇴비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임대받은 땅의 토질과 담배인삼공사에서 지급받은 담배종자에 따라 퇴비를 적정하게 시비하고 있다. 노정호씨의 담배가 품질좋고 빛깔이 잘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는 있는 것 같다.

셋째는 적기수확이다. 노정호씨는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이 적기수확이다. 보통 5회정도를 수확하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손을 얻어 제때 수확해야 한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담배 품질도 떨어지고 말려도 빛깔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적기수확을 강조했다.

더불어 노정호씨는 성공여부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나는 건조과정도 강조했다.
“습기의 많고 적음에 따라 습도조절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잎담배의 건조는 다른 농작물과 달리 단순히 부피를 줄이거나 변질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건조 과정에서 담배를 피울 때 향기로운 냄새와 맛을 낼 수 있는 성분을 만들고 맛이나 향기에 나쁜 영향을 주는 성분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노정호씨이지만, 그를 힘들게 한 일들은 많다.
감자꽃 뜨물은 담배농사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주변에 감자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담배잎에 오갈이병이 옮겨져 남의 감자농사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2006년 4월에는 갑작스런 돌풍으로 22단의 담배가 쓸려 넘어져 부부가 10일동안 일으켜 세웠다. “집사람과 10일동안 담배를 일으켜 세우는데, 군에서는 계약재배를 하는 담배특성때문인지 아무런 지원이나 피해보상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지난해 극심했던 고유가로 건조작업에 사용된 유류비가 전년도 보다 500만원이나 추가되어 수익이 많이 감소했으며, 한참 담배잎을 수확해야 하는 시기인 8월에 많은 돈을 주고도 일손얻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많은 어려움에도 노정호씨는 담배농사를 포기할 수가 없다.
“한참 공부할 나이인 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다른 작물에 비해 수입이 안정적인 담배농사에 당분간은 전념할 수밖에 없다. 정말 고되고 힘든 담배농사이지만 가족을 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짓겠다”

이쁘고 귀여운 세 딸을 위한 노정호씨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노정호·서명희 부부의 세심한 정성으로 하우스 안에서 잘 크고 있는 담배모가 오는 8월 많은 수확을 안겨주어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부부에게 큰 웃음을 가져다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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