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추억이 얽힌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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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추억이 얽힌 비
  • 보은신문
  • 승인 2009.03.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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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보슬 봄비가 봄바람에 실려 대지를 적신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을 스스르 녹이자 땅속에 잠자던 곤충들도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며 대지를 떠밀고 나온다.
앞날에 희망을 여는 봄비는 생명의 비다.
봄비가 내리자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골파 싹과 마늘잎이 어느새 파릇파릇 올라와 봄소식을 전한다.
봄을 맞아 농민들은 새 농사 준비에 바쁘다.
과일나무에 매달려 접을 붙이는 한편 과일나무를 심을 준비도 한다.
하우스 안에는 어느새 올 한해 수확할 고추 싹들이 희망을 꿈꾸며 난들난들 자라고 있다. 농사준비를 하는 농군들은 몸과 마음이 쉴 새 없이 밤낮으로 바쁘다.
봄비가 내리면 어린시절 아련했던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구름이 꽉 낀 어느 봄날, 나보다 한 살 어린 남자아이와 앞 도랑을 따라 올라가며 버들강아지도 따먹고, 도랑물에 엎드려 가재와 중태기를 잡아 고무신짝에 담아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아이와 한참을 도랑을 따라 올라가던 중 가느다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고, 한두 개 방울의 빗방울은 금새 머리를 적시고, 등을 적셨다.
어린 몸이 추워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한 살 어린 그 아이는 자기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나에게 입혀주며 “누나, 엄청 추운가봐”하는 것이 아닌가?
입고 있던 옷이라 그런지 그 옷을 입으니까 한결 따뜻해 졌다.
검정 고무신짝에 가재와 중태기를 잡아, 맨발로 비를 맞으며 도랑을 내려오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생각난다.
“누나”하며 잠바를 입혀주던 그 아이는 어릴 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때 그 친구,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조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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