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서울 양천구 신정4동에 있는 동생네 집을 찾아 집을 나섰다.
25일 저녁, 동생이 알려주는 주소와 서울 시내버스, 전철 타는 법을 자세히 적은 종이를 갖고 보은 시외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청주에서 다시 서울 남부터미널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남부터미널에 내려 동생이 알려준 대로 서울대 방향 시내버스인 641번을 타고 낙성대역에서 내렸다.
낙성대역에서 신도림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밖을 바라보니 걱정이 많이 됐다. 그래서 곁에 있는 청년에게 주소를 내밀며 “저기, 나유 이거대로 전철을 타고 신정4거리에서 내려 프라자약국 앞까지 가야하는데 막상 전철을 타니 겁도나고 걱정이 되네유”라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그 청년이 종이에 적힌 것을 한참 보더니 “예, 걱정마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할머니”하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내손을 잡고 신도림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른 출구로 나가더니 또 다시 전철을 갈아탔다. 얼마동안, 몇 정거장을 갔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 순간, 내 손을 잡고, “여기서 내리셔야 되요”라며 손수 전철표를 출구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생전 처음보는 신정4거리는 넓은 도로에 연일 차가 왔다갔다 정신이 없었다.
청년은 “여기가 신정4거리입니다”하며 “신작로를 건너가야 해요”라고 말했다.
청년의 손에 이끌려 한참을 걸어가 보니 프라자 약국이라고 커다랗게 써있는 간판이 보였다. 프라자약국에 도착하자 청년은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하더니 “저기, 시골에서 아주머니가 오셨는데요”라며 전화를 걸어 주었다.
청년은 “여기에 계시면 누가 나오실 거예요. 꼼짝말고 다른데 가시지 말고 여기에 계셔야 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고맙고 미안해 어쩔 줄을 몰랐다.
“아이구 고마워라. 나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왔나본데 미안해서 어쩌나. 세상 천지에 이렇게 고마운 사람도 있네. 막내딸이 있으면 사위 삼았으면 좋겠네.”
생글생글 웃으며 “저요, 이제 대학 입학생입니다. 이제 20살밖에 안 됐어요”하는 얼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들만 산다면 우리나라에 불법행위도 없고, 살인자도 없고, 불효자도 없어 노인들이 맘 놓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천시 옥리구 중동 연사마을에 사는 정희용.
정희용 학생처럼 착하게 행동하고 바른 청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조순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