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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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에게...
  • 보은신문
  • 승인 2009.02.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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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같이 흐르는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린 소녀였던 니가 결혼을 한지도 벌써 27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어린 너를 시집보내고, 이 어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는지 무어라고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속이 아팠단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시부모님을 어찌 모시고 살지’, ‘어린 것이 성한 부모님을 모시기도 어려울 텐데, 불효라는 말이나 듣지 않고 살아야 할 텐데’하고 걱정을 많이 했단다.
사위될 사람은 내 맘에 쏙 들었지만 덩치도 조그마하고, 나이도 어린 것이 그 시집에서 어떻게 살지 싶어 엄마는 그 집으로 보내기 싫었단다.
어린 너를 보내고 엄마는 구멍구멍 남 몰레 많이 울었단다.
처음 기계모가 생겼을 때, 너희는 8일모를 심어 놓고 그 큰 논배미에서 너 혼자 뜨거운 한 낮에 모를 이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이 아팠는지 모른단다.
클 적에는 맞이로 태어나 저희 동생들 업어 키우느라고 고생했고, 공부도, 학교도 제대로 못다니고 커서 항상 가슴에 한이 되었는데, 혼자 모를 이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이 아팠겠니.
엄마도 농촌에서 일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해서 너 만큼은 농촌으로 시집을 안 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라도 한다고 하잖니.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잖니.
그저 몸만 건강해라. 엄마는 우리 맏사위와 우리 손자 3형제만 바라보면 마음이 든든하단다.
클 때 고생한 것, 다 잊어 버려라. 너희 동생들보다 너는 엄마 가슴에 한 맺힌 딸이란다.
너 키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갈레갈레 찢어지는 것 같단다.
이렇게 나마 너에게 글을 써서 가슴에 맺힌 맘을 풀으니 마음이 후련하구나.
지금이야 네가 무엇이 부럽겠니. 우리 맏사위는 생활력이 강해 그 만큼 하고 살지, 아들 3형제만 봐도 부족할 것이 없잖니.
건강하고, 행복해라.
2월24일 밤. 엄마가.
조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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