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이의 털실모자 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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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이의 털실모자 뜨기
  • 보은신문
  • 승인 2009.01.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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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다 운(보은여고 2학년)

이글은 방학을 앞두고 김순화 선생님의 제안으로 보은여고 학생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아프리카 말리의 아기들을 위해 털모자를 뜨고 난 후의 소감을 적은 글이다. 여고생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정성이 담겨진 털모자 80여점은 오는 3월경 수혜국 말리로 보내질 예정이다.     <편집자 주>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고 기술가정 시간에 김순화 선생님께서 뜨개질을 하자고 하셨다.
뜨개질을 할 줄은 알지만 귀찮아서 하기 싫었다. 뜨개질 할 시간에 책을 한 권 읽거나 잠이나 더 자면 지식도 쌓이고 피로도 풀리고 뜨개질하고 있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모자를 뜨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신생아들을 위한 모자라고 하셨다.
그곳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너무나 심해 태어나자마자 저체온증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모자를 씌워주면 체온 유지가 돼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아기들이 너무 불쌍하고 모자를 얼른 만들어 보내고 싶어졌다.

처음 만드는 모자라 그런지 몇 번이나 풀어서 다시하고 또 물어보기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쉬는 시간이나 집에 와서 틈틈이 모자를 떠서 한 개를 완성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해줘서 기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내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뿌듯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실로 하나 더 만들었다.

마음은 모자를 더 많이 떠서 보내주고 싶었지만, 2개밖에 만들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만든 모자를 어떤 아이가 써 줄지는 모르지만, 누구든 잘 써줬으면 좋겠고 그 아이가 커서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천사 같은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모자를 뜨는 내내, 그리고 예쁘게 내 손으로 완성한 모자를 보며 누군가를 위해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건 결코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쌓이는 지식보다 잠을 더 자고 풀리는 피로감보다, 작은 천사들을 웃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값진 기쁨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

요즘 한창 국제아동권리기구인 ‘save the children(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모자뜨기 캠페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부, 학생, 군인 할 것 없이 참여하는 이 캠페인에 보은군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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