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뛰어난 활약으로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심판으로 선정돼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연수를 다녀온 그를 만나기 위해 근무지인 관기초등학교를 찾았다. 운동장을 걸어 나오는 김진홍 심판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나 형님의 모습으로 푸른 잔디구장에서 멋진 심판복을 입고 휘슬을 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 연수로 한 단계 성장
우선 궁금한 잉글랜드 연수에 대해 물었다.
“2008년도 우수심판으로 선정된 21명과 함께 11월7일부터 16일까지 9박10일 일정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설기현 선수가 소속된 풀럼과 이영표 선수의 전 소속구단인 토트넘의 경기 등 프리미어리그 2경기를 직접 보았지만, 설기현 선수가 부상 중이라 뛰는 모습은 보지 못하고 유니폼과 기념사인만 받았다”고 첫 말을 꺼냈다.
전 세계 축구선수들 중 최고 중의 최고들만 모인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분위기에 대해서 김진홍 심판은 “경기의 비중을 떠나 늘 만원 관중이고 경기장 대부분이 시내 한 가운데 있어 관중들의 접근이 쉽게 되어 있다”며 “홈 선수들에게는 멋진 공격과 수비 때 기립박수로 힘을 실어 주지만, 타 팀이 선수들과 관중들에게는 약을 올리고 일부 관중은 광적인 응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직접 본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축구경기 관람만 한 것이 아니다. 연수 기간 내내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A)로부터 체력훈련 및 체력테스트, 주심의 위치 선정과 주부심간의 협력사항에 대한 이론교육 등이 진행됐다.
이번 연수를 통해 심판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김진홍 심판은 “좋은 기회를 얻어 축구의 본 고장에서 연수를 받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영국은 심판의 판정에 선수나 관중 모두 수긍하고 단 한 번의 어필로 끝나는 축구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며 국내 축구문화의 개선에 대해 언급했다.
#축구심판은 아무나 하나?
국내 축구심판 자격은 대한축구협회가 주는 심판자격증이 있고 이 자격증을 가진 심판은 엘리트축구경기를 맡게 되며, 국민생활체육협의회에서 주는 심판자격증은 생활체육축구경기를 맡아 보게 된다. 김진홍 심판은 1998년 생활체육 2급 축구심판자격증, 2001년 생활체육 1급 축구심판자격증, 2003년 대한축구협회가 주는 1급 심판자격증을 취득했다.
엘리트축구 1급 심판자격증으로는 프로축구 K리그 1군 경기를 제외하고, K리그 2,3부 격인 N리그나 K3리그 등 국내 모든 대회의 심판을 볼 수가 있다.
“전라남도 목포시를 제외하고는 전국 시군단위까지 다 가보았다”는 김진홍 심판은 대한축구협회에서 배정하는 각종 국내대회 심판을 보기 위해 주말과 국경일 등에 전국을 다니고 있다.
관기초와 보덕중 재학시절 핸드볼 선수로 소년체전에도 출전했던 김진홍 심판은 “93년 결혼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삼산조기축구회에 가입하면서 취미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97년 무릎수술로 선수로 뛸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김인수 생활체육연합회장과 김희철 보은여고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심판의 꿈을 꾸게 됐다”며 심판자격 취득배경을 설명했다.
#TV생중계되는 경기는 부담
1급 심판이 되고 2004년 춘계 중고연맹전에서 주심으로 데뷔하여 크고 작은 많은 대회의 심판을 보았지만, TV생중계는 부담이 되었단다. “2006년 춘계 여자연맹전과 통일대기 여자축구대회의 경우에 TV로 생중계가 되었는데, 휘슬은 제대로 불었는지, 시그널은 제대로 주었는지 경기가 끝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말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매끄럽게 경기를 진행하는 그에게도 힘든 경기는 있었다.
“지난 6월 K3리그 용인FC와 전주 온고을의 경기에 주심은 보았는데, 방문경기이고 선두를 지키려는 용인FC 선수들이 경기 시작부터 거친 플레이로 나왔고, 경기후반 페널티킥을 주장하면서 거칠게 항의를 해 경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고 당시상황을 회상하면서 “지면 심판탓하고 이기면 자기의 실력탓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개선되어야 하고, 지나친 말과 항의를 받는 경우에는 심판이 된 것에 회의를 갖을 때도 있다”며 축구심판으로서의 보람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버지는 심판, 아들은 선수
아들이 축구를 하고 아버지가 그 경기의 심판을 보고...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보은에서 실제 있었다.
현재 광양제철중학교 축구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김진홍 심판의 맏아들 윤수 군이 지난 10월27일부터 3일간 청주 운호고 축구부와의 연습경기에 진학이 확정된 축구명문 전주공고 소속으로 고향의 공설운동장에서 그것도 아버지가 주심을 보는 경기에 출전을 하게 된 것이다.
대구반야월초, 광양제철중을 거쳐 전주공고에 진학하는 윤수 군에 대해 김진홍 심판은 “큰 부상없이 국가대표선수가 되어 국가와 고향의 이름을 빛내주기를 바란다”며 “또한 실력이 늘고 경력이 쌓일수록 지도자와 선후배를 아는 겸손한 선수로 자라주었으면 한다”면서 자식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윤수 군이 프로축구 선수로 성장하게 되면, 보은여고에 재직중인 김희철 교사에 이어 보은출신으로는 두 번째 프로축구선수가 된다.
김진홍 심판은 보은여고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기옥(42)와 윤수·민수 형제를 두고 있다.
주말이면 사라지는 남편을 좋아하는 부인이 있을까?
결혼 초부터 축구에 빠져 있는 남편과 잦은 다툼도 있었지만, 이제는 부인 임기옥 씨도 남편 뒷바라지에 적극적이다. 그런 부인에 대해 김진홍 심판은 “심판을 보러가기 전날 장비를 챙겨주고 팀에 대한 분석과 상황을 전달해주고, 그리고 직접 경기장에 동행할 때는 심판보는 모습과 오심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주고 있다”며 “마음이 편해야 심판도 잘 볼 수 있는데, 집사람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체력다할때까지 심판으로 남을 것
11월30일 울산서 열리는 축구심판체육대회에서 은퇴식을 갖는 최정수(53, 서울)심판의 최고령 심판의 기록을 깨고 은퇴하고 싶다는 그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1시간30분정도 런닝을 하고 있으며, 체력이 닿을 때까지 심판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덧 붙였다.
언젠가는 하게 될 자신의 심판은퇴식에서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축구장에서 모두 활용했는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심판을 보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떳떳하고 싶다는 각오속에 자부심이 엿보인다.
김진홍 심판. 보은축구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