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덕, 문화국민의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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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도덕, 문화국민의 척도 
  • 보은신문
  • 승인 2008.11.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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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덕(보은읍 삼산리 / 남경카센터 대표 )
▲ 박병덕

난 가끔씩 지방도시 여기저기로 달리기를 하러 다닌다. 조금씩 운동 삼아 동네한바퀴 뛰는 것으로 시작해서 재미가 붙어 요즘은 전국에서 개최되는 마라톤대회를 다니게 되었다.

시작한지 몇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초보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출발선상에 서면 긴장이 돼서 출발 전에 화장실에 가는 버릇이 생겼다. 오고가는 도중에 휴게소는 물론 경기장을 가면 제일먼저 화장실을 찾게 된다. 달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갈일이 생기면 참으로 난감하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즐기며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모두가 느끼는 고충인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가든 제일먼저 들르는 곳이 화장실이고 모든 경기일정의 시작지이기도하다.

깨끗한 화장실과의 만남은 그 도시의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경기장을 가보면 여지없이 화장실은 북새통을 이루고 항상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려야한다. 경기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대회를 참가하는 선수 대부분이 남자다보니 여자화장실은 텅 비고 기다리는 줄은 길어서 마음이 조급하여 더러는 여자 화장실을 이용해 보려고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생활에 있어서 화장실은 꼭 필요한 고맙고도 중요한 공간이다. 며칠 전 공림사란 사찰에 들렀는데, 화장실엔 해우소라고 쓰여 있었고 생김새가 독특하였다. 언덕이 진 곳에 이중으로 만들어져 있고, 밑 부분을 보니 사방으로 휑하니 뚫려있고, 각종 채소 잎과 왕겨 김장때 나온 배추 잎들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위에는 창문도 없고 문살만 몇 개 드문드문 걸려있어 밖이 훤히 다 보이는 구조였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친환경적인 화장실이었다.

생각해보면 화장실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어릴 적 시골의 화장실은 뒷간이라 불리었는데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져 있었고, 문은 수수깡으로 엮어서 만들어졌다. 불을 때고 남은 재를 뒷간 옆에 쌓아놓고 배설물과 혼합하여 농작물의 거름으로도 사용하였다. 휴지 또한 다 쓴 공책이나 옥수수 껍데기를 말려 휴지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어느 집에 가보면 볏단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나이가 드신 분들은 굳이 사용처를 묻지 않아도 무슨 용도인지 아실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약 30∼40년 전 이야기지만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사회가 너무도 빠르게 변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이야기인데도 그런 적이 있었나하고 되묻기도 한다.

지금은 어떠한가? 집을 보면 실내에 당연히 화장실이 존재하고 고급아파트를 가보면 두 개 이상인집도 있다.

옛말에 처갓집과 뒷간은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저 지금은 옛이야기일 뿐이다. 재가 수북이 쌓인 푸세식 뒷간에서 좌변기인 수세식으로 바뀌더니 요즘은 앉으면 엉덩이가 따뜻하고 기능이 다양한 비데라는 기구도 생겨났으며 사용법을 잘 몰라 앉기조차 두려운 전자동 변기가 나온 지도 오래이다.

옛날, 재가 수북하게 쌓이고 낙서투성이의 칙칙하던 변소에서 반짝이는 타일이 깔리고 깨끗한 휴지와 급수시설은 물론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있는 최신식 화장실로 변하였다. 이렇게 생활환경이 바뀌면 그에 걸맞게 의식 수준도 바뀌어야 한다. 왜냐하면 좋아진 시설과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용관리의 필요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보은에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문화시설 및 각종 공공시설이 여기저기 늘어나고 있다.

어느 건물이나 예외 없이 화장실은 존재한다. 사용이 편리해지고 좋아진 만큼 사용자의 문화의식수준도 한층 더 성숙되어서 깨끗하게 사용됨은 당연한 상식이다.

난 가끔씩 군청, 공설운동장으로 달리기 연습을 하러 가곤 하는데, 그러다 화장실을 한번 들러보면 늘 깨끗하고 휴지도 항상 준비되어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어느 날 화장실을 들른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화장실에 오물과 휴지 분뇨를 사방팔방으로 뿌려놓고 화장지를 풀어서 문과 세면대에 걸쳐놓고 천장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금방 굿이라도 한 판 끝낸 것처럼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화장실 관리하시는 분이 청소하느라 곤욕을 치렀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도 자세히 보면 그날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그 일이 있은 지 한달 정도 지난 어느 날 나는 또 한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운동을 마치고 화장실을 들러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물이 나오질 않았다. 단수가 되었나하고 이상해서 수도꼭지를 확인하고 변기 뒤 물통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물통에 가득히 휴지를 풀어놔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난 손을 넣어서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을 해보았지만 완전히 막혀 그 상황에서 물을 내려 볼 방도가 없었다. 참으로 화가 났다. 아무래도 미친 사람의 짓이리라….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네 집 화장실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 것이 아니라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의 심리는 어떨까? 참으로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주 극소수 정신병적 행동현상 일 것이다.

아직도 내 것이 아니라고 공공시설물을 함부로 파손시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공의 물건을 아끼는 마음을 이제부터라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크게 우리 국가의 재산이요, 우리 군민의 재산이요, 적게는 나의 재산이면서도 내가 언제든지 필요로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재산인 것이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은 문화국민의 척도이며 건강한 사회의 잣대이다. 건전한 사고방식으로 공공물건에 대한 애착심을 가져 선진문화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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