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도다, 안회여!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 거처하며 산다면, 다른 사람은 그 근심을 견디어내지 못하거늘 안회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구나!(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이 말은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는 일생 동안 무려 3천 명의 제자를 두었지만, 재산과 권력을 버리고 가난하게 살면서 오로지 수행과 학문에만 열중했던 제자 안회(顔回)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을 담은 글이다.
지난 17일 5억원이 들어간 화려한 적십자 봉사관 준공식에 이용희 국회의원, 이향래 군수, 김인수 도의원, 심광홍 군의장 및 군의원 등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정치인 대부분이 참석했다.
소극장을 연상케 하는 회의실을 갖춘 5억원짜리 화려한 봉사관과 준공식에 지역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보고 지난 여러 선거에서 혹시 위세(?)를 보여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순수한 봉사단체로 알고 있는 적십자봉사회가 군민들에 대한 봉사보다는 재산과 권력을 지향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다.
김영회 충북지사장도 축하인사에서 “도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좋은 시설을 갖추었다”고 봉사관에 대해 언급했듯이, 순수한 봉사단체가 주민들의 혈세가 들어간 화려한 건물이 꼭 필요했는지에 대해 자문자답이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이 건물의 준공이 적십자이념에 걸 맞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앞으로 적십자봉사회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고정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화려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만큼 이에 걸 맞는 책임과 봉사활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보은군민의 희생으로 얻은 5억원짜리 봉사관에 입주한 만큼 보은군민을 위한 더 많은 봉사와 실천을 하여야 한다. 또한 보은군적십자봉사회를 이끄는 지도부와 회원들은 봉사의 상징인 노란조끼를 처음 입었을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가자! 아픔이 있는 곳으로’, ‘고통이 있는 곳에 희망과 위안을!’의 적십자 구호에 맞는 봉사활동을 전개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이제는 소속 단체의 이득을 위해 지역정치인들과 결탁해 회관을 얻는 제2, 제3의 사회단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죽을 때까지 재산과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이 정한 수행과 학문에만 전념했던 안회와 같은 모습을 보여 줄 지도자나 단체가 우리지역에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