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속리산 법주사와 그 일대를 찾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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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속리산 법주사와 그 일대를 찾아(2)
  • 보은신문
  • 승인 2008.10.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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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수

역사적으로 세조는 조선조 제 7대 임금이고 세종의 둘째 아들로서 조카인 어린 단종을 내쫓고 임금에 올랐다. 그는 재위 13년 동안 간경도감(刊經都監)을 두어 대대적인 불경언해 사업을 하였고, 수양대군시절에는 세종의 명으로 엮은 부처의 일대기 석보상절(釋譜詳節) 200여권을 간행했으나 오늘에는 10여권만이 남아있다. 일찍이 세조는 불교의 관심이 많아 법주사 행차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세조에 대한 자세한 것은 세조실록(世祖實錄)을 참고하면 되는데, 인터넷에 들어가면 한글 번역을 접할 수 있음을 참고적으로 알린다.

흔히 예로부터 세조는 단종을 내몰아 시역(弑逆 : 역모로 살해함))하고 임금 자리에 올라 죄를 받아 각종 피부병이 생겼다고들 전한다. 세조가 정이품송을 하사하게 된 것은 피부병 치료차 청원약수에 들러 법주사 가는 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세조는 500여 년 전에 인물이고 51세를 살았으니 불교경전 간행을 한 것으로 미루어 인과응보를 깊이 깨달았으리라.

11시 40분이 지나 8백년 쯤 된다고 하는 정이품송이 있는 곳을 지난다. 세조가 연을 타고 갈 때 가지가 연에 걸리므로 세조가 '연이 걸린다'고 하자 가지가 스스로 위로 올라가 세조가 기특하게 생각하고 정이품송을 하사한 것인데, 정이품이면 현직으로 장관 벼슬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나무도 쇠로(衰老)하여 보인다. 정이품송은 30여 년 전에도 영양제를 맞고 생명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기사화된 일이 있다. 노인들이 후계 목을 기르고 있다는 것을 신문보도를 기억하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연유를 지닌 정이품송은 일명 연걸이소나무(연송)이라고 한다. 이 나무는 세조가 한 말을 듣고 가지가 위로 올라간 것은 오늘의 상식으론 작용과 반작용(반동력)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이 때 소나무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님에게 세조와 정이품송와의 관계를 들려달라고 하면 인연설에 의해 재미있게 설명할 것이다.

12시 가까이 이르러 딸 부자집 음식점에 도착해 점식식사를 하게 되는데 반찬으론 산나물이 나오니, 노인들이 웰빙식품이라고 맛있다고 한다. 총무님이 여러 날 전에 고향에는 향토음식에 대해 운운한 말과 일치해 보통 분이 아닐 정도로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분이라고 노인들이 말들 한다. 하기야 총무님은 한국의 대기업인 LG사장님을 역임한 분이니, 누가 그 인품에서 풍겨 나오는 품격미를 당할 사람이 몇 사람이 되겠는가? 보은에서 잠시 쉬는 동안 지나가는 보은 사람에게 총무의 이름을 대니 금방 안다고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분이고, 보은이 낳은 인물이라 노인들이 좋아한다.

음식주인에게 음식점 이름을 어찌해 딸부자집이라 했느냐 물으니 딸 여덟을 낳아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할아버지들은 동동주를 마시게 되는데 맛이 있다고들 여러 잔을 든다. 어제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할아버지들도 술을 들면 주사기운의 효력이 반감된다는 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동주 맛에 홀려 여러 잔을 비운다.

나 또한 술을 잘 안 드는 편이고 어제 예방주사를 맞은 관계로 마시지 않으려고 했으나 옆자리의 노인들이 맛이 일품이라는 말을 듣고 두 잔을 마셨다. 토속적이면서 구수한 맛이 술을 마시게 한 것이다. 더 마시려다가 취하면 다른 분들에게 신세를 끼치게 될까 염려되어 두어 잔으로 족했다. 대개 남자노인들은 술을 좋아하므로 석잔 이상을 마셔 취기가 얼굴에 나타나 노인간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때 '飮酒人生之樂也'(술을 마시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니냐)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앞으론 술을 조금씩이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 저자 윤경수씨는 지난호에 보도했던 출향인 백중영씨의 고향나들이에 동행했던 분이다. 보은출신은 아니지만 보은에 대한 인상이 깊다며 방문기를 보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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