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인면 애곡2리(복우실) …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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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인면 애곡2리(복우실) … 150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8.10.3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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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환경에서 인재 많이 나는 마을 

▲ 애곡2리 마을약도
그렇게 높은 곳에, 그렇게 큰 마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25호선 국도를 타고 회인 IC방면으로 향하다 애곡리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꺾어지면 처음 만나는 마을이 건천리다. 건천리를 지나 계속 산을 타고 오르자 도로변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한참을 올랐다. 고개 정상에 이르렀을 무렵,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잘 생긴 마을(?)이 나타났다. 바로 회인면 애곡2리다. 마을초입에는 큰 버드나무가 자리 잡고 있고, 마을 뒤쪽에 자리 잡은 봉우리를 따라 좌, 우에 또 다른 봉우리가 마을을 포근히 감싼다.

 

▲ 애곡2리 마을전경


◆마을이름은 ‘복우실’
애곡2리의 자연마을 지명은 ‘복우실(伏牛室)’이다.
‘복우실마을’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복우실마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주민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복우실이란 이름은 소가 누워 있다는 뜻이다. 산 아래 부수1구는 ‘우무실’인데 이는 소가 없다는 뜻이고. 그리고 우리 복우실마을 주변에는 쑥티, 갈티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우리 마을에서 키우는 소들이 좋아하는 쑥과 칡이 많이 난다는 뜻으로 지어진 지명이지. 결국 복우실 마을에서 키운 소들은 쑥티에서 쑥을 먹고, 갈티에서 칡을 먹은 후 다시 복우실 마을로 돌아와 잠을 잔다는 거지.”
마을이름처럼 이곳 애곡2리에서는 예부터 많은 소들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금은 소를 키우는 가구는 단 3가구만 남았다.
소를 키우는 가구뿐만이 아니다.
한때 300여명에 달했던 마을 주민들의 수도 이제는 17가구, 24명의 주민만이 남아 ‘복우실’마을을 지켜나가고 있다.

▲ 지난 29일 애곡2리 마을에서는 동네 마지막 벼수확이 있었다. 마지막 벼 수확 중간 마을 광장에 둘러앉은 주민들이 술잔을 건네며 피로를 풀고 있다.



◆지형은 높아도 물 많은 마을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만큼 인심 좋고 단합이 잘되는 마을은 드물다는 것이다.
어떤 마을을 가든 들을 수 있는 얘기지만, 마을의 물에 대한 자랑만큼은 정말 남달랐다.
보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어느 마을보다 물의 양이 풍부하고 깨끗하다는 것이다.
“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지만 집집마다 펌프를 설치해 지하수를 뽑아쓰는데도 물이 부족한 집이 단 한 곳도 없어요. 고개마루에 있는 집까지도 물이 펑펑 쏟아지니까요.”
정진우(79) 마을 노인회장의 얘기다.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됐지만, 옛 우물터였던 마을 광장 가운데에서는 아직도 여름철만되면 아스팔트를 뚫고 박아 놓은 호스안에서 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고.
산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되지 않은 용천수를 먹어서일까?
이곳 애곡2리는 장수하는 주민이 많은 편이다.
올해 97세의 김선구 어르신은 회인면에서도 가장 고령이지만 아직도 들에 나가 풀도 뽑고, 콩도 뽑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조금은 서글픈 얘기지만, 24명의 주민 중 4명의 주민을 제외한 20명의 주민 모두가 70을 넘긴 고령이다. 주변마을을 살펴봐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 올해 63세의 박정옥(사진 왼쪽)씨. 마을에서는 새댁(?) 축에 속한다. 시어머니뻘인 이희우(77) 할머니와 탈곡한 벼를 포대에 담고 있다.
◆훌륭한 인재를 배출한 마을
맑고 풍부한 물과 깨끗한 자연환경은 주민들의 건강만 책임진 것은 아니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애곡2리를 인재를 많이 배출한 명당터로 만들었다.
13대 군수를 지낸 김석구 전 군수는 김홍원 이장의 큰아버지로 이곳 애곡2리 출신이다. 또한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던 이현재 전 중소기업청장도 이곳 애곡2리 출신이며, 충청북도 자치행정국장을 지낸 김홍기씨를 비롯해 공주우체국장을 지냈던 정진각, 대전시 공무원교육원장을 지냈던 정진복 형제도 애곡2리에서 태어났다.
인재를 많이 배출한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충청북도 자치행정국장을 지냈던 김홍기씨의 자녀와 평생 교육계에 몸담다 교장으로 퇴직한 강준규씨의 자녀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해 고향을 빛내고 있다.

◆옛 전통 이어가는 ‘산제’
마을의 주산격인 옥녀봉 기슭에는 산제당이 있다.
마을이 생겨나면서부터 이곳 산제당에서 제를 올렸다고 하니, 500년 된 느티나무 만큼의 역사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젊은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산제에 대한 맥도 많이 끊겼지만 이곳 애곡2리에서는 그때의 전통을 잊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평원을 기원하는 애곡2리 산제는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날에 진행이 된다. 마을의 주산격인 옥녀봉 기슭에 자리잡은 산제당에서 먼저 제를 올린 후 마을 입구에서 또 한 번 제사를 지낸다.
마을 입구에서 제가 끝나면 주민들은 다시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지막 제를 지낸다.
“옛날에는 마을입구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이 서 있었습니다. 지금은 장승을 깎을 엄두가 나지 않아 장승을 세워놓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전통을 이어 계속해서 제는 지내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제가 끝나면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제를 올리고 술을 따라 주죠. 주민들의 정성이 담긴 술을 매년 받아먹어서 우리 마을 느티나무는 한 없이 풍성하고, 굵은 모습으로 남게 되었답니다.”
김홍원(63) 이장의 얘기다.
마을의 오랜 전통인 산제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지내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번거로움 때문에 이미 많은 마을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이 되어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
◆밥맛 좋은 쌀 생산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이곳 애곡2리는 담배가 마을의 주 소득원이었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주민들의 소득원은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김홍원 이장이 1만평의 땅에 인삼농사를 시작해 올해 첫 수확을 했고, 박만길 새마을지도자는 ‘복우실마을’의 전통을 살려 30여두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주민들은 별다른 소득원 없이 논농사와 함께 고추와 채소 등 밭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비록 터는 작지만 이곳 애곡2리는 보이는 산이 모두 토산이고, 수량도 풍부해 어떤 농사든 모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미질이 좋아 밥맛이 좋다고.
마침,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을의 마지막 벼 수확이 이루어졌다.
처음보는 이방인에게 “와서 사과하나 잡숴보슈”라며 먼저 말을 건네는 주민들에게서 고향의 따스함과 너그러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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