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꼬학교 임 재 선 어르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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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꼬학교 임 재 선 어르신의 편지
  • 보은신문
  • 승인 2008.10.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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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그리고 며느리에게 보내는 사랑 이야기...
며느리에게
어멈아, 없는 집에 시집와서 고생이 많겠지.
좁은 집에 살림살이 요리조리 옮기면서 사느라고 힘들지.
이 시어머니는 고무신도 못 신고 맨발로 뛰면서 살아 왔어도 돈은 못 벌었다.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
돈은 없다가도 있는거고 있다가도 없어지는 돈이다. 내 가정이 화목한 게 재산이고 그게 돈이다.
어멈이 마음을 비우고 착한 마음으로 살면 마음대로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진다.
우리 며느리는 예쁜 미모에 예쁜 옷을 입으면 더 예쁘다. 천원짜리 티만 입고 다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팠다.
어멈아, 니가 착하게 살아 왔기에 아범이 대학교의 강사가 된 거야. 그래 모든 일들을 잘 극복하면서 살아와주어서 고맙다. 사랑하는 우리 며느리,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하면 금강산 호랑이도 잡으로 갈 수 있다.
사랑하는 우리 손자들도 공부 열심히 하겠지? 이제 배운 글로 편지라고 쓰니 니가 말을 만들어서 읽으렴.
시어머니 씀

아들에게
깊어가는 가을 찬바람은 곱게 물든 단풍잎은 한잎두잎 떨어지는 계절에 우리 고생이 많겠지. 엄마는 자나깨나 둘째아들 못 가르친 게 가슴속에 맺혀있다. 그러던 네게 기술을 배운다고 집을 떠났을 때 엄마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는데...
어느날 니가 일식요리 국가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엄마는 얼마나 좋았는지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니가 또 대학교에 일식요리 강의를 하러 다닐 줄 알았으랴. 엄마는 대통령 된 것보다 더 좋았다. 우리 아들이 대학교 강단에서 강의를 한다니... 엄마는 너무나 좋아서 잠을 설치고 너를 대학을 못보내서 한이 맺혀 있었는데... 대학교 강의를 하러 다닌다니 엄마는 이제는 후회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참 자랑스럽다. 이 세상에 엄마만 우리 아들 두형제를 잘 둔 것처럼 좋았다. 엄마가 고생하고 살아온 게 이렇게 큰 보람이 올 줄은 몰랐다. 며느리 아들한테 효도를 받고 사는 게 미안하다. 사골 보낸 준 것 잘 먹고 있다. 자나깨나 건강 조심하게. 아버지가 보약한재 해 놓았다. 시간 내서 가지고 가거라. 엄마가 이제 배운 글로 글을 썼으니 니가 잘 해석해서 읽으렴.
엄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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