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배 값도 폭락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박스값과 필름 값 등 농자재 값은 엄청나게 올랐는데 과일 값은 연일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니 생산비는커녕 인건비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사과 양광, 감홍의 경우 15㎏ 상자당 경락가가 평균 2만원대인데 지난해에는 평균 2만8천원까지 받아 올해 8천원 이상 하락한 장세다.
그런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게 문제다. 가격 폭락으로 많은 과수 농가들이 중생종 출하를 늦추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사과 생산량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후지 사과 수확시기가 도래됐기 때문이다.
기술센터 우종택 지도사는 이달 말부터 후지 사과가 출하돼 물량이 겹치면 정말 큰일인데 농가들이 눈치를 보며 출하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칫하면 전체적으로 사과시장에 지장을 추래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도 마찬가지로 15㎏ 상자당 도매시장 경락가가 1만원선이다. 지난해 1만8천원하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8천원이 떨어진 가격이다. 대다수 농가들은 투매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같이 올해 사과와 배 등 과일값이 폭락한 것은 추석이 빨라 대목을 놓친데다 경기 침체로 소비 둔화와 함께 사상 유례 없는 대풍작으로 공급 물량이 넘치고 병해충도 없었으며 태풍도 비켜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은읍 노티리에서 사과 과수원 4천평을 경작하고 있는 노티 작목회 박창원(50)회장은 사과는 풍년인데다 사과값이 좋지 않고 설상가상 소비둔화로 올해 상황이 좋지 않고 포장재 등 자재값이 인상돼 실제 농가 수입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일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이 제때 판매되지 않아 농가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과일 소비에 국민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