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군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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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군수의 마음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10.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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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판매 활성화는 채찍보다 당근이 더 커야

10월, 생대추판매 계절이다. 이미 보은군은 각 부서별로 9월부터 지난해 대추를 판매했던 지역이나 기관단체에 전화를 하고 직접 방문하는 등 생대추 판매에 대해 협의를 마치고 판매량 목표 달성을 위한 달리기에 나섰다.

지난해도 보은군 공무원이 전면에 나서서 생대추를 판매한 결과 7억5천만원 상당을 팔았다. 물론 농가와 함께 하긴 했지만 농가보다는 공무원의 몫이 컸다.

각 부서별로 판매계획을 세운 공무원들은 한 달 이상 대추 판매에 매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무 마감일인 금요일과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대추 판매업무가 계속됐다.

이같은 대가로 지난해에는 특히 사상 유례없이 엄청난 양의 생대추를 판매했고 그래서 대추농가도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여기에 공무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보은군민들이 인정하는 사실이고 대추농가들도 고마워하고 있는 사실이다.

보은군정이 미치는 최 말단인 농민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계층의 하나인 농민들을 위해 그들이 지은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공무원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은 백번 말해도 틀리지 않다.

9월에도 기자는 공무원들이 농산물 판매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인정도 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공무원들이 현장 행정이 아닌 흔히 '책상머리행정'이라고 책상에 앉아서 하는 행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대추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은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이 대추만 있는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나 역시 시정되지 않고 대추에 올인하고 있다. 이 군수는 올해 생대추 판매가 잘돼야 2010년까지 목표면적 확보가 원활해질 것이라며 올해도 역시 지난해처럼 등산을 하며 등산객들에게 산상 홍보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공무원들에게는 대추 판매 활성화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며 공무원간 부서간 경쟁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대추 판매 우수 직원 10명에게 시상을 하고, 5, 6개 부서에는 시상금 100만원을 수여하는 반면 성의없게 추진한 하위권 부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본 업무를 뒤로하고 대추 판매에 매달리라는 거나 마찬가지 일 수도 있다. 대추 판매 독려를 위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말일 수 있으나 '책임을 묻겠다'는 인사권자의 이 말에 추위를 안탈 공무원은 아마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계획이란 게 달성을 위해 세우는 것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운동만 죽어라고 한 선수들도 컨디션, 경기장 조건 등에 따라 자신이 갖고 있는 기록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 나오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나.

좋은 의도로 하더라도 당근 보다 채찍이 더 크게 느껴지면 아무리 좋은 의도이더라도 반발심이 생기고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당근 보다 채찍을 써야 하는 업무는 대추 판매 업무보다는 정책 실패로 예산을 낭비했을 때 쓰는 방법인 것 같다. 대추 판매독려는 채찍보다 오히려 당근만 줘야 하지 않을까.

벼들은 익어가고 선홍색의 사과도 빛을 발하고 붉은 빛깔의 대추는 가지가 늘어질 정도로 매달려 있다.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이다.
잘 지은 농산물을 바라보는 농심도 풍성한 오곡백과만큼 여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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