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잃은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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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잃은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9.26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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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인 청주청과시장(주)대표이사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들녘의 곡식들이 어느새 고개를 숙인다.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좀 더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소득을 얻을 것인가. 한해를 갈무리 하면서 손익계산을 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올해는 특히 기름값 인상에 비료값 인상으로 생산비가 많이 들어갔는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가격은 오를 줄을 모른다. 당연히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농산물을 비싸게 구입해 줄 곳이 어디인가. 농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줄 시장 찾기에 나선다. 회남 남대문 출신인 양승인 청주 청과시장(주) 대표이사는 그런 농민들의 고통을 알기에 한 푼이라도 더 받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양승인(60) 사장이 부르는 고향찬가를 들어본다.

#공무원 하다 유통업 뛰어들어

▲ "고향의 형님, 동생들이고생해서 생산한 농산물들이비싼 가격에 팔려 환하게 웃을 때제일 기분이 좋습니다"

대전 전화국에서 체신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양승인 사장이 안전빵(?)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유통업에 뛰어든 것은 혈기왕성했던 27세 때다.
봉급이 약했기 때문에 이것으로는 밥이나 어디 먹고 살겠나 싶어 사표를 내고 농산물 판매 위탁사를 하던 큰 형님에게 놀러갔다가 이거다 싶어 자리를 잡은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생동감이 넘치는 농산물 판매현장을 본 양 사장은 남자로써 한 번 해볼만 하다고 결정, 한 위탁상회에 취업을 했다. 위탁상회란 개인이 상회를 차려 농민들로부터 물건을 매입하고 소매인들에게 넘기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청주 대표적인 청과시장이니 새벽부터 농산물을 받으려는 소매인들이 시장을 들끓었다. 워낙 말솜씨도 있고 농산물을 보는 눈이 있으니 좋은 품질을 잘 골라냈고, 또 농민들에게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 항상 농민들에게 고마움을 사던 그였다.  그가 받는 봉급은 공무원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농민들에게 도움도 주고 또 하고 싶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니 유통업이 체질인 듯싶었다. 그의 승승장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드디어 청과시장 사장이 되다
그러다 1989년 청주 봉명동에 청주청과(주) 도매시장이 개설됐을 때 본격적으로 중매인을 시작했고, 1992년 중매인 연합회장을 지내던 중 청주청과 주주로 영입되고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성실하게 하루도 결근없이 그 어느 누구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기를 20년간 하면서 차근차근 농산물 유통의 노하우를 쌓고 유통발전을 꾀하던 그에게는 당연한 보직이었다.
보직만 바뀌었을 뿐 현장에서 유통을 직접 담당하는 업무는 계속했다.
그리고 2002년 주주총회에서 드디어 그는 청주청과를 대표하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과일만 담당하는 중매인이 28명, 채소 담당 중매인이 34명에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30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채소와 과일소비가 떨어져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대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제주도에서 전화 주문을 해도 보내줄 정도다.
고등학교 때 연대장을 했을 정도로 지도력, 통솔력이 있는 그의 경영능력은 탁월해 3년 임기제의 사장을 3선째 하고 있으니, 탄탄한 중소기업의 CEO역할로 보면 그의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지난 7월부터 전국농산물도매시장 지방도매시장 회장으로 당선되어 도매시장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돈이 될 농산물을 생산하라
청주 청과물 시장에서 일하면서 그는 항상 보은농산물을 도매시장으로 반입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회인과 가까운 청주 육거리 시장에는 보은 농산물이 있었었으나 청과물 시장에서는 보은 농산물을 찾기가 힘들었던 당시다. 아니 반입시킬 농산물도 없었다.
그가 그곳에서 일하면서 7, 80년대 회남 감과 감자를 판매하기도 했으나 더 이상 물건이 될 만한 농산물이 없었던 것.
그래서 90년 경 회남면과 회인면에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실수 식재를 권장하고, 작목반을 구성해 선진지 견학을 하게 하는 등 경제작물 재배에 어둑했던 농민들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농민들의 재배기술이 크게 향상돼 보은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이 청주 청과시장에 반입되는 어느 지역의 농산물보다 수준이 월등히 나았다.
양승인 사장은 “2002년부터 해마다 회남에서 출하하는 농산물이 최고가격을 받고 있다”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승인 사장으로 그러면서 농민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고 있다.
“속박이를 하지 말고 상품이 균일해야 하고 자기 브랜드는 자기가 관리하고 잘못됐으면 리콜을 실시해 고객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산물이든 공산품이든 공급과 소비가 맞아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라는 양승인 사장은 “현재 대추 판매를 직거래 위주로 하고 있는데 직거래만으로는 안되고 도매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각 지역의 대추가 집산되는 도매시장에서 가격 심판을 받아야 진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의 모든 농산물은 가장 먼저 출하되는 것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대추 집산지인 경산 대추가 보은대추보다 출하시기가 빠른데도 경산 대추 가격이 싼 것을 두고 얘기가 있었다”며 지적했다.
또한 “선별이 제대로 안돼 큰 것에 작은 대추가 섞어 있었는데 만약 크기대로 포장하는 사과나 배 등 과일이라면 리콜도 많이 들어왔을 것” 이라며 “철저하게 선별하고 또 가격에 거품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다 신뢰를 잃으면 제자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청군민회에서도 활동
회남초등학교(24회)만 졸업하고 청원 문의중학교와 대전 중도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사실 회남지역 말고는 가까이 지낸 사람이 없을 정도도 보은사람들과는 인연이 없다.
청주에 보은출신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반가워 재청보은군민회에도 가입해 이사로도 활동하는 등 고향 보은사람들과의 인연을 맺고 있고 있는 양승인 사장.
“대전에는 보은농산물이 많이 출하되는데 청주에는 거의 없어. 그래서 내가 수소문해서 농산물을 수집 팔아주고 있는데 모두 고향의 형님, 동생들이 고생해서 생산한 농산물이 비싼 가격에 팔려서 환하게 웃을 때 제일 기분이 좋아”라고 말한다.
자신의 뿌리인 고향 보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읽혀진다.
각종 영농자재 값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은 본격적인 농산물 출하를 앞둔 지금 그의 활약에 또다시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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