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시인, 제8회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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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시인, 제8회 미당문학상 수상
  • 박상범 기자
  • 승인 2008.09.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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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가을’로, 시상식은 오는 10월 24일에 열려
▲ 송찬호 시인

우리 지역의 송찬호(49, 마로면 관기1리) 시인이 ‘가을’이라는 작품으로 미당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미당문학상은 미당(未堂) 서정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에 제정되었으며, 현재 시문학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이다.

미당문학상 심의위원회는 “미당의 언어마술, 백석의 느낌에 장난기와 천진함까지 갖춘 작품이다” 며 “요즘 시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소리와 운율의 미학이 특별하다”면서 ‘가을’에 대한 심사평을 했다.

송찬호 시인은 “부담없이 편하게 쓴 시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모든 시인들이 받고 싶어 하는 권위있는 상이라서 기쁨이 크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수상소감을 전했다.

삼산초 59회, 보은중 24회 졸업생인 송찬호 시인은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해 ‘10년동안의 빈의자’, ‘붉은 눈’, ‘동백’,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등의 시집을 펴내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2000년 ‘김수영 문학상’과 ‘동서문학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으며, 2006년에는 시 ‘만년필’이 동료시인들이 뽑는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한편, 시상식은 10월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와 11월 2일 전북 고창에 있는 미당생가에서 열린다. 

제8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 송찬호 '가을'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 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더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방긋이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않은 꼬투리들이 따닥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부치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넝쿨 위에 앉아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을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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