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동원된 해바라기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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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동원된 해바라기 행정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8.0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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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시절 상부기관의 장이 지나는 길 주변의 논에 그렇게 많았던 피가 모두 사라졌었다고 한다.

왜? 논의 임자가 피를 뽑지 않으니까 공무원들이 나서서 뽑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공무원들이 나서서 꽃길까지도 조성했다.

나이 많은 공무원들은 그 때는 그런 행정을 했다며, 회고담처럼 들려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은 21세기에 아직도 공무원을 동원하는 행정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탄부면 임한리가 경관작물 재배지가 되면서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업무협조 요청이고 이에대한 응답이지만 말이 업무협조이지 사실은 동원이다. 지난해 봄 처음으로 보은군이 해바라기 단지를 조성하면서 공무원들은 해바라기를 식재하는데 동원됐고 이후 늦가을에는 청보리도 식재했다.

공무원들이 직접 동원되는 행정은 그것으로 끝나고 향후에는 경작자들이 이같은 사업을 전개할 줄 알았는데 올해도 역시 공무원들이 동원돼 해바리기 묘를 식재했다.

한낮 기온이 33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7월30일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해바리기 묘를 식재했다.

이날 농축산과25명, 농업기술센터 25명, 탄부면 12명이 공무원들이 4.6㏊에서 해바라기 묘를 식재했다. 7월10일에도 1차 공무원들이 동원돼 1.4㏊를 식재했었다.

해바라기 묘 식재를 위해 7월29일에는 탄부면 이종근 주사와 이종현 주사가 직접 예초기를 이용해 밭둑에 무성한 제초작업까지 도맡았다.

상황이 이쯤 되면 농민들이 자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공무원들이 이곳을 경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지역 경관작물 참여농가는 총 12농가다. 보은군은 이지역을 경관작물 재배지로 유지하기 위해 자체예산을 편성해 직불금으로 ㏊당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경영비라고 해서 도비와 군비를 합해 ㏊당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관작물 재배에 따른 직불금을 받는 농민들을 대신한 공무원들은 팀을 구성해 해바리기 묘를 식재했다.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농민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얘기였지만 폭염 속에 하루종일 들판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탄부면 임한리의 해바라기단지가 관광객들에게 호평받는 곳이 된다면 더할나위가 없다는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몰라도 정말 무더운 열기만 내뿜는 들판에서 하루종일 있고 싶은 공무원을 없을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영농에 동원되는 경우는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던 시기인 봄철 사과와 배 적과, 봉지 씌우기, 고추 지주목 설치작업 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손을 구할 수 없는 봄철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공무원들이 나서야 하는 시기도 아니다.

아마도 올 가을 청보리를 식재한다면 공무원들이 또 동원될 수도 있고 내년 해바라기를 식재 할 때도 역시 공무원들이 해바라기 식재에 나설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관작물 재배와 관련해 경작자들에게 예산이 지원되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직접 제초작업까지 하고 공무원들이 전부서 직원이 나서는 그런 구시대적 동원행정은 정말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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