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리지역 옛 이야기 열한번째
어려서,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는 옛날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신바람 해피통신이 잊혀져 가는 옛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 주는 우리 지역 옛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문화재, 그리고 지역을 빛낸 인물들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구수한 우리 지역의 옛 이야기들도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주었던 우리 지역 옛 이야기들을 지면에 충실히 담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보은읍 성족리와 종곡리 경계선인 가마실.
선운비각이 서 있는 이곳에 도깨비골이라는 곳이 있다.
이 얘기는 114년 전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피를 흘린 가마실 골짜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다.
이곳에서는 밤이면 도깨비 불이 있는 곳이다.
옛 어른들로부터 밤에 보면 ‘불이 철철 흐르다 다른 곳에 붙었다, 떨어졌다’하며 여기 저기서 불이 비치던 곳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랑방에 모여 도깨비 불 얘기를 하던 중 담력이 센 고첨지란 늙은 할아버지가 “그까지것 도깨비가 뭐가 무섭냐”며 “한 밤중에 내가 그 도깨비불이 나오는 곳에 가서 말둑을 박고 올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라며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사랑방에 모인 주민들은 고첨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 밤중이 넘어도 고첨지 영감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함께 도깨비불이 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도깨비불이 나오는 곳에 다다르자 멀리서 “이놈아 놓아라. 이놈아 놓아라.”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마을 주민들은 “도깨비가 고첨지를 붙잡고 놓지 않는 가보다”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고첨지를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숨을 죽이고 음성이 들리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마을주민들이 소리나는 곳에 도착해 보니 고첨지가 두루마기 앞자락을 말둑과 함께 박아 놓고 “이놈아 놓아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을 주민들은 고첨지 두루마기를 박고 있던 말둑을 빼고 고첨지와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도깨비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그 산골 밑에는 현재 축사가 들어서 있다.
이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