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배우며 세상을 보게 된 김선희 어머님

김선희 어머님(보은읍 풍취리)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사달 글꼬학교를 4년 동안 다녔습니다. 오전에는 학교에 와서 가나다라를 배우고, 오후에는 노점에서 장사를 합니다.
그렇게 살아온 게 70평생. 이름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아사달 글꼬학교에서 이름 석 자를 배워서 ‘김선희’라는 이름을 쓸 수 있어 너무나 좋다고 합니다.
연필이 무엇인지, 지우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아사달 글꼬학교에 와서 연필과 지우개란 이름을 알았답니다.
연필을 처음 잡고 이름을 써보니 이름인지, 그림인지 하면서도 연필로 이름 석 자를 썼다는 게 너무나 좋다고 합니다.
이제는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인 ‘진설미’라는 이름도 쓸 수가 있다고 합니다.
글을 배우면서 세상을 이렇게 살아온 게 너무 허무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선희 어머님은 영감이 봄에는 산에 가서 고사리나 나물을 꺾어오고, 가을에는 알밤도 주워오면 그것을 가지고 노점에 나가 팔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두 부부가 재미있게 살면서 아사달 글꼬학교에 와서 가나다라를 배우고 간판도 읽을 수 있고, 이름도 쓸 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글을 제대로 못 읽으니 어떻게 하면 좋아”하고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를 해 줬습니다.
“형님,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냄비를 수도 없이 태웠고, 밤도 생쌀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새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형님, 걱정 마세요. 조금만 더 열심히 배우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라고요.
아사달 글꼬학교 임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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