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어머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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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어머니 사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08.05.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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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외 길탕1리 신 홍 수 이장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 수상
▲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한 산외면 길탕1리 신흥수 이장(사진 가운데)이 어머니 유을출(95)여사(사진 왼쪽), 부인 이병길씨((사진 오른쪽)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보릿고개란 게 있었다. 겨우내 먹던 양식이 떨어지고 이듬해 봄에 보리 타작을 하기 전까지를 말하는데 곡식이 똑 떨어져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밀기울까지 먹었다.

어디 이뿐인가 먹어도, 먹어도 뱃속이 허해 찔레줄기는 물론 모내기를 할 즈음 논을 삶으면 물위에 뜨는 ‘울미’, 진달래 꽃, 아카시 꽃 등 닥치는 대로 먹었다.

지금은 참 풍족하다고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모든 게 넘친다고 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이시다.

신홍수(62, 산외면 길탕1리) 이장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배고픔이 아주 진절머리가 났던 시절, 자식 여섯 중 신홍수 이장과 열 다섯 살 위 큰누나, 열 살 아래 여동생만 살고 3자녀를 잃어 가슴에 화를 담고 사는 어머니(95, 유을출)를 지극히 사랑한 신홍수 이장이 효행자로 선정돼 어버이날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고령의 연세에 자리를 보전하기는커녕 세상에 둘도 없는 아들이 고생한다고, 가난한 집에 시집온 며느리(이병길, 58)가 고생한다고 텃밭에 풀도 뽑고 양말을 벗어놓기가 무섭게 빨아놓을 정도로 건강한 어머니는 들일을 마치고 피곤에 절어있는 아들 내외를 맞는다.

놔두라고 말려도 “늙은이는 움직이지 않으면 오금이 달라붙는다”며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어머니는 눈도 밝아서 바늘귀를 꿰어 뚫어진 양말을 꿰매놓는 등 농사일이 힘에 부치는 며느리의 손을 자처한다.

천생연분의 모자지간, 고부간, 가족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효행자로 선정돼 어버이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한 신홍수 이장은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게 당연한 것인데 무슨 상이냐, 오히려 창피하다”며 수상을 미루고 취재도 마다했지만 그냥 사는 얘기나 들어보겠다고 눌러앉았다.

해방 후 청원군 미원면 용곡리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의 아버지는 그곳에 학교까지 세운 후 6·25 전쟁으로 고향 산외면 길탕리로 들어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평생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선비가 농사를 지었다. 그러니 오죽했으랴.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와도 가족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그 때는 다 그런 것으로 알았고 가난하지만 행복했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만 하던 아버지는 ‘이밥’을 실컷 드시지도 못하고 큰손자만 겨우 업어주신 후 아래로 두 손자는 안아보지도 못한 채 일찍 눈을 감으셨다.

물려주신 땅이 없으니 몸이 재산이었던 신홍수 이장은 부인 이병길씨와 함께 자기 자식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밤을 낮 삼아 땅을 일궜다. 남의 땅도 빌려 담배농사를 지었다.

그렇게 죽어라 일을 하던 이들은 논을 사기 시작했고 밭을 사기 시작했고 이제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될 만큼 땅을 불렸다.

가정형편 때문에 하고싶었던 공부도 포기하고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던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던 신홍수 이장은 슬하의 2남1녀 자식들은 모두 대학까지 가르쳤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 자신들을 키우고 가르쳤다는 것을 안 자식들은 전공 분야에서 모두 제 밥벌이를 하고 부모가 베푼 사랑에 고마워 하며 보답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하는 것을 보고자란 자식들도 부전자전, 모전여전으로 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홍시를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홍시를 사다날랐던 아버지를 본 자식들도 집에 올 때는 할머니가 드실 홍시를 사왔고 여름철에는 아이스 홍시를 사왔다.

부모의 행동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가정교육의 중요성 새삼 느끼게 된다.

특별히 가리는 반찬 없이 나물이며 고기며 다 잘 잡수시고 이렇게 쌀밥을 실컷 먹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계시길 신홍수 이장과 부인 이병길씨는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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