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한면 질신리 마을에서 새봄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볍씨파종에 나서며 화합을 다졌다.
첫째날인 11일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최종명씨와 24년 만에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 준 비례화씨 등 4가구의 볍씨 파종을 도왔다.
볍씨 파종에 앞서 마을 사람들은 올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지낸 후 일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볍씨 파종을 한 집은 최종명씨네로 최씨는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자랑스런 아버지다. 어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해 72살이 되도록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최씨에게는 봉수와 대수,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평생을 농사를 지여 두 형제를 참 착하게 키웠다.
그렇게 예쁜 아들 얼굴도 한 번 못보고 살아왔지만 눈 감은 몸으로 눈을 뜬 사람과 똑 같이 농사를 지어서 두 아들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최씨는 콩밭에서 잡초풀도 뽑아내고, 강아지풀도 뽑고, 고추도 익은 고추와 안 익은 고추를 구별해 수확해 낸다.
“익은 것은 물렁물렁하고, 안 익은 것은 땡땡하다”는 것이 최씨의 이야기다.
최종명씨네 볍씨파종이 마무리 되고, 이어 비례화씨네 집의 볍씨 파종을 도왔다.
한창 볍씨파종일을 돕고 있는데, 24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준 비례화씨의 예쁜 딸 수화가 저와 놀아주지 않는다며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함께 일을 도와주던 주민들은 24년 만에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생각하며 아기 달래기에 나섰다.
볍씨 파종이 마무리되어 갈 쯤, 산나물과 닭매운탕 등 맛있는 음식이 마련됐고 주민들은 막걸리 한 사발씩을 걸쳤다.
비례화씨에게도 “수화 젖이 많이 나온다”며 막걸리 한 사발을 건냈다.
계속해서 두 집을 더 돌며 볍씨파종을 마치고 새봄을 준비하는 농사일을 마무리 했다.
임재선 어르신<아사달 글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