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한면 질신리 볍씨파종 하던 날
상태바
수한면 질신리 볍씨파종 하던 날
  • 보은신문
  • 승인 2008.04.18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동작업으로 화합 다져

수한면 질신리 마을에서 새봄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볍씨파종에 나서며 화합을 다졌다.

첫째날인 11일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최종명씨와 24년 만에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 준 비례화씨 등 4가구의 볍씨 파종을 도왔다.

볍씨 파종에 앞서 마을 사람들은 올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지낸 후 일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볍씨 파종을 한 집은 최종명씨네로 최씨는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자랑스런 아버지다.  어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해 72살이 되도록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최씨에게는 봉수와 대수,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평생을 농사를 지여 두 형제를 참 착하게 키웠다.

그렇게 예쁜 아들 얼굴도 한 번 못보고 살아왔지만 눈 감은 몸으로 눈을 뜬 사람과 똑 같이 농사를 지어서 두 아들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최씨는 콩밭에서 잡초풀도 뽑아내고, 강아지풀도 뽑고, 고추도 익은 고추와 안 익은 고추를 구별해 수확해 낸다.

“익은 것은 물렁물렁하고, 안 익은 것은 땡땡하다”는 것이 최씨의 이야기다.

최종명씨네 볍씨파종이 마무리 되고, 이어 비례화씨네 집의 볍씨 파종을 도왔다.

한창 볍씨파종일을 돕고 있는데, 24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준 비례화씨의 예쁜 딸 수화가 저와 놀아주지 않는다며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함께 일을 도와주던 주민들은 24년 만에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생각하며 아기 달래기에 나섰다.

볍씨 파종이 마무리되어 갈 쯤, 산나물과 닭매운탕 등 맛있는 음식이 마련됐고 주민들은 막걸리 한 사발씩을 걸쳤다.

비례화씨에게도 “수화 젖이 많이 나온다”며 막걸리 한 사발을 건냈다.

계속해서 두 집을 더 돌며 볍씨파종을 마치고 새봄을 준비하는 농사일을 마무리 했다.


임재선 어르신<아사달 글꼬학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