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4월. 여느 농가들처럼 감자와 옥수수를 처음으로 심었다.
봄 볕이 따스했던 어느날 오후, 감자와 옥수수를 심으러 밭으로 나가는데 꿩 한 마리가 찔레 나무밑에서 먹이를 찾는다고 사람이 다가 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사람들의 인기척에 깜짝 놀래서 ‘꿩, 꿩’하면서 날아갔다.
관리기로 옥수수 두둑을 만드는데 밭이 삐알(비탈의 전라도 지방 사투리)이라 두둑이 잘 안되어서 밧줄로 묶고, 댕기고, 밀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함께 밭으로 나온 아저씨가 줄을 잘 댕기지 못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이래도, 저래도 두둑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화가나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 관리기마저 고장이 났다.
관리기를 뜯어서 읍으로 나와 수리를 한 후 두 골을 만들었지만 다시 고장이 나 버렸다.
여기저기 살펴보던 중 타이어가 터져 버렸다.
또 읍으로 나가 관리기를 고쳐가지고 오니 해는 벌써 서산으로 넘어가고, 저녁노을은 서쪽에서 감색으로 빛나더니 금방 세상은 어두워졌다.
언제 다투었냐는 듯 부부는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달은 구름 속에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뚜벅뚜벅 걸어오면서 또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유난히도 반짝반짝 했다.
다음날, 열심히 옥수수 구멍을 파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툭 튀어나왔다. 깜짝 놀랐다.
개구리도 놀란 눈을 꾸뻑꾸뻑 하더니 펄쩍펄쩍 뛰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개구리가 뛰어간 밭둑에는 진달래가 생긋이 웃으면서 피어있고, 호랑나비 한 마리가 앉아서 갸웃갸웃 하더니 꿀이 없는지 옆에 피어있는 할미꽃을 찾아 나선다.
흙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며 무한한 기다림으로 대자연과 대화하는 시골 농부들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물었다.
아사달 글꼬학교 임재선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