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있는 미래의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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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는 미래의 보은
  • 보은신문
  • 승인 2008.02.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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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성(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어느 덧 내 나이도 오십에 접어들었다. 내 고향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발가벗고 물장구치며 물고기를 잡던 나의 어린시절은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나 아득해져 버렸다. 목마르면 엎드려서 도랑물 꿀꺽 꿀꺽 마시고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향해 두 손 흔들어 환영해주었고, 검정 고무신에 헤어진 옷 기워 입고 불평불만 없이 꿈을 키웠었던 그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우리 집에서 4km나 떨어진 이원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이제는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그 작은 건물이 그때는 왜 그렇게 크고 두렵게 느껴졌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매일 아침이면 책보를 허리에 둘러메고 선배들의 선도 아래에 줄을 서서 학교로 들어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달래와 냉이를 캐고 찔레도 꺾어 먹으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책보를 내팽개치고 산으로 들로 그리고 냇가로 망아지처럼 뛰어 다녔었다.

남한의 한가운데지만 교통의 사각지대였던 나의 고향은 산이 높아서 비탈 밭이 많기 때문에 농사일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힘들고 수확이 적었다. 그런 이유로 자식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외지로 보내야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고, 나도 그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 때에 나의 정든 고향을 떠난 지 벌써 삼십년이 지났다. 고향은 내가 그 곳을 떠나있던 그 시간동안에도 늘 그리워하고 동경했던 곳이자, 살면서 괴롭고 슬프고 지치는 순간마다 날 잡아주고 포근하게 안아 준 곳이었다. 또한 그곳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 내 마지막 남은 인생을 마감하리라는 희망과 향수를 갖게 한 곳이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든 지 일년이 지났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바깥세상은 상상도 못할 만큼 변했는데 이 곳, 나의 고향은 삼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런 점들이 어떻게 보면 다행이지만 여기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농사일만 죽도록 하신 부모님과 그리고 몇 되지는 않지만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오십대 전 후 세대들이 자신들이 고생한 만큼 그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화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현실을 몰라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농사를 열심히 지어 수확을 잘 해놓고도 마땅한 판매경로가 없어서 수확물이 썩어가는 것도 보았다. 보은은 대추와 사과, 한우 등을 중점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여기에 동참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형편이 살만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들다. 앞으로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이런 문제들이 심화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여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일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된다. 그들에게도 어쩌지 못할 이유가 있다. 대추나 사과, 한우 농사를 위해서는 초기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투자와 땅 그리고 지식이 필요하고, 또 수익이 생기기까지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대다수의 농민들은 그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물론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 지원 해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도 찾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리 융자나 보조 등의 정부 지원이 한 쪽으로 편중되어 시행되어도 안 되고, 말없고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돌보아야 한다. 또 당장의 지원에서 그칠 것이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농민 교육 등을 통하여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거시적인 관점에서 제도적 차원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 곳에 돌아와서 나는 감나무를 심었고, 최근에 출범한 ‘보은군 감 연구회’라는 작목반의 총무를 맡게 되었다. 보은은 대추와 더불어 밭둑이나 집안에 감나무가 많이 있다. 이곳은 추운 지역이라 둥시나 기타 떫은 감 재배만이 가능한 지역이라 침시, 홍시 또는 곶감으로 가공을 해야 한다. 가까운 영동이나 상주는 곶감으로 400억에서 6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지리적으로 별 차이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감을 재배하기 위한 자연 환경이 더 나아져 가고 있는 보은에서는 회인이나 마로에서만 약간의 곶감을 생산할 뿐이다. 가을이 되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일손이 부족하여 그대로 방치한 것을 볼 수가 있다. 나무가 높아 수확이 어려워서라지만, 말 그대로 돈을 그대로 두어 썩힌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이 노인들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도 모른다. 군 지원으로 전문가에 의뢰, 수고를 낮추어 감을 따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수확한 감 또한 가공 할 수 있게 해 많은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또한 보은의 농산물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 것은 인터넷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여 ‘보은 황토 감 연구회’ 라는 카페를 다음에 개설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혼자 배워가며 하는 것이라 부족하고 미비하다고는 하지만 감 연구회의 회원 46명 중에서 6∼7명만이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들 컴퓨터가 없거나 있어도 인터넷 이용 방법을 몰라서 일 것이다. 정부지원으로 무료로 가정을 방문하여 IT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번도 컴퓨터를 접해보지 못한 많은 이들은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과 인터넷 사용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영어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몇 시간만 집중해 배우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부터 인식시키고 그 다음 그것의 중요성을 알려야 할 것 같다.

온도 차가 큰 곳에서 재배된 과일은 당도가 높다. 보은은 이런 기후적인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고 또한 아름답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속리산을 보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까지 개통되어 이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모든 여건이 다 갖추어진 곳이 되었다. 아름답고 물 맑은 곳, 아직도 때가 묻지 않아 청정한 곳, 이제부터 모두 다같이 열심히 노력하면 살맛나는 보은, 행복한 보은, 살고싶은 보은으로 더 더욱 발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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