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추억의 공간 -보은(報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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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추억의 공간 -보은(報恩)
  • 보은신문
  • 승인 2008.01.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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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 삼(충북대학교 행정학과 4학년)

충청북도 보은군 -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공간이다. 고등학교를 청주로 진학하고, 충북대학교를 다니면서 청주에서 지낸 시간도 7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집에 내려갔을 때 포근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찌 보면 가장 철없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한 시절의 추억이 보은이라는 장소에 고스란히 스며있기 때문일까?

학교 다니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집에 잘 못 내려가기도 하지만, 가끔 들통에도 그렇게 편한 건 무엇보다 항상 밝은 미소로 반겨주시는 부모님 덕택이다. 집 앞에 들어서서 “엄마”하고 부를 때 “이제 오니?”라면서 활짝 웃으며 반겨주시는 우리 엄마, 저녁 늦게 들어오셔서 “워 먹고 싶은 건 없니?”라고 물어보시는 우리 아빠, 볼 때마다 점점 살도 빠지시는 것 같고 얼굴에 주름도 하나씩 늘어만 가는 것 같은데 내가 나이를 먹은 건지, 부모님이 빨리 나이가 드신 건지......,  초등학교 중학교 때만 해도 우리 부모님은 항상 그렇게 나보다 크실 줄만 알았는데 대체 어느새 내가 이렇게 훌쩍 커버리고 만 것일까...., 무엇인지 모를 허전함과 씁쓸함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체취가 남아있는 곳, 그리고 엄마 아빠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신 곳, 까마득하게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언니 오빠들과 뛰어다닌 곳, 푸른 산과 개울소리가 나던 곳 - 삼거리.

초등학교 6년의 추억이 담긴 삼산초등학교, 엄마 손을 잡고 운동회 날 먹었던 김밥과 아이스크림,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앉아 응원했던 학교 운동장, 공설운동장에서 추었던 탈춤, 6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 훗날 펴보자며 묻어뒀던 타임캡슐 등 기억이 안 날 줄로만 알았는데 조금씩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곳 - 삼산리.

그리고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곳 - 보은여중.
버스 타고 오는 길에 가장 먼저 보이고 가장 나중에 보고 지나가는 3년 간의 중학생 생활, 아직도 친구들 만나면 몇 시간을 수다를 떨어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에 ‘아, 그런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 속리산으로 소풍가서 동전을 집어던진 일, 비가 왔는데도 비 맞으면서 뛰어다니며 놀기에 바빴던 일, 그리고 3년 간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졸업식 날 등등, 보은여중은 무엇보다 나에게는 가장 특별한 장소이다.

‘처음처럼’.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 교실 게시판에 붙여 놓으신 문구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어했던 구금회 선생님, 가장 힘든 일은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셨었다. 가끔 많이 나태해졌다고 느낄 때 뇌리에 가장 먼저 스쳐 지나가는 말이다. ‘선생님께서도 이런 모습 보면 꾸중하시겠지’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지금은 빛이 조금 바랬지만 졸업식 날 함께 찍었던 사진 속의 선생님 모습은 기억 속에서만큼은 몇 일 전 일만큼 생생하다. 몇 년 전 찾아뵌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교단에서의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시는 분이었다. 단편적인 지식보다 마음을 더 많이 쓰다듬어 주실 줄 아는 멋진 선생님,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신 분.

‘인연’이라는 말 보다 더 설레는 말이 또 있을까? ‘보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감정은 두근거림이다.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해주었던 절대 잊을 수 없는 고향이 바로 보은이고, 어린 시절 나에게 기쁨과 슬픔과 애정과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에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의 감정은 상쾌함 그 이상이었다. 많은 추억들이 스쳐지나갔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내 삶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등산은 힘들고 지친다며 쉽게 포기해 버리곤 하는 탓에 20년이 넘어서야 처음 올라와 본 문장대였다.  다음에 다시 이 곳을 올라왔을 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내 자신이 되기를 바라며 문장대를 내려왔었다. 지금 내 모습도 아직은 한없이 부족해 보이고, 어리게 생각 될 뿐이지만, 오늘 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문장대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금씩 다가갔던 것처럼 그렇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준 이곳에 부끄럽지 않게 자신 앞에 당당한 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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