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희망을 꿈꿔요
상태바
또 다른 희망을 꿈꿔요
  • 보은신문
  • 승인 2007.12.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통사고로 어렵게 살아온 20년, 수정리 한 환 석씨의 삶
부농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1987년 7월27일 오후 10시 30분쯤 보은-상주 간 국도 구인리 앞 도로에서 보은에서 마로면 송현리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환석(당시 32세, 현재 52세)가 자동차와 충돌하면서 그의 운명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고 말았다.

1978년 육군 병장 만기 제대한 한씨는 결혼 후 바로 분가하여 달랑 경운기 1대로 농사일을 시작했다.

남의 논과 밭을 갈아주고, 이앙기로 남의 논에 모를 심어주고, 탈곡기를 구입하여 남의 벼를 탈곡해 주고, 그렇게 위탁 농을 하며 밤잠을 설치고 노력했던 그의 생활력은 남다르게 강인했다. 무한한 노력을 한 한씨는 몇 년 뒤 땅도 제법 장만하고, 소도 키울 수 있게 됐다.

워낙 건강한 체질이었던 한씨는 부지런한 성격 때문에, 아무리 농촌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그의 앞날을 밝기만 했었다.

1987년 3월, 한씨는 더 많은 농토에 더 큰 부농의 꿈을 안고 마로면 송현리로 더 많은 농사 일거리를 찾아 이사를 했지만 그때부터 그의 운명은 희망에서 시련으로 바뀌고 말았다.

1987년 7월27일, 보은읍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내일의 일을 위해 일터로 가던 중 사고가 난 것이다. 목등뼈 5번과 6번에 손상을 입은 한씨는 전신마비가 되어 4년이라는 긴 세월을 꼼짝 못하고 누워 욕창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조차 그가 일어나서 휠체어라도 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한씨의 손이 어느 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상반신의 신경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삶의 희망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몇 년이 지난 뒤 하반신의 신경은 살아나지 않았지만 상반신의 기능이 조금씩 회복되어 오랜 사투 끝에 휠체어를 타고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5m, 10m씩 시작해서 손과 팔의 근력을 키우는 노력을 한 3년 뒤 전동스쿠터를 구입해서 더욱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됐다. 한씨가 전동스쿠터에 의지해 조금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을 때까지 10년 동안 한씨의 노모와 한씨의 부인 이점순씨의 눈물겨운 노력은 말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29세의 나이에 하반신 마비가 된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꿋꿋하게 가정을 지켜온 이점순씨의 지난 세월은 눈물겨웠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일찍 둔 자식 남매는 훌쩍 커버려 지금 딸아이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며, 아들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의 치료비와 자식들 교육비는 그동안 장만했던 땅을 모두 팔아 사용했고, 몇 년 전부터는 종견 15마리를 키우며 남의 개 수정시켜주는 비용으로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개의 먹이를 주는 일, 견분을 치우는 일 등 모든 일은 이점순씨의 몫이다.

워낙 생활력이 강한 이씨이기에 남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은 해보지만 개 값이 변동이 심해서 개 값이 내리면 개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개 수정을 꺼려해 생활비를 마련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급 장애인인 한씨는 장애연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읍사무소에 가서 장애연금을 신청해 보았지만 시골에 공시가격 3천500만 원의 농가주택과 약간의 땅, 개집과 컨테이너 임시건물 등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장애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가주택은 사람이 살아야 할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고, 시골에 있는 농가주택에서 소득이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시골의 주택은 사람이 살아야 할 기본 공간이고, 또한 소모품에 불과하다. 호화주택도 아닌 농가주택을 재산으로 인정하여 장애연금을 지급해 주지 않는 복지담당자들에게 많은 불만이 있는 한씨다.

생각하기도 싫은 교통사고를 당한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모진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29살의 젊은 나이에 장애 1급의 불구가 되어버린 남편과 가정을 꿋꿋이 지켜온 이점순씨.

보은읍 수정리 우시장 입구에서 수정애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씨와 그의 부인 이점순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석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