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할머니의 ‘애인구함’광고 낼 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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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할머니의 ‘애인구함’광고 낼 날 온다
  • 보은신문
  • 승인 2007.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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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든 넷이네.”

“난 아흔이야. 하지만 신경쓸거 없어. 요즘 누가 나이를 따지나?”

요즘 흔히 쓰는 늙은이들의 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평균 수명이 꽤 늘어나 장수를 복으로 치는 시절은 다 갔지 싶다.

얼마나 오래사느냐 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사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노인문제에 있어 앞서 겪은 서구에서는 ‘적극적 노화’라는 새 단어를 만들었다. 늙어가는 과정을 단순히 죽음을 늦추는 ‘안간의 힘’이 아니라 정력적인 헌신, 성장의 기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일컫는 말이다.

70세 된 할머니가 ‘사별한 자유 발랄한 몸. 생물학적 나이는 40세’라는 애교섞인 ‘애인구함’광고를 내는 시대가 올 날도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수명은 늘었지만 정년은 늘지 않은 사회적 괴리현상 때문이다.

방치된 노인이 공원이나 거리를 어슬렁 거리고, 그들을 비아냥 거리는 사회는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 건강하고 즐겁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지난 2004년 땅으로 돌아간 전우익 선생의 저서다. 그는 장년이 넘어서 경북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 낡은 옛집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혼자 살았다.

그는 “가을의 낙옆에서는 버림. 청산을 결행하고 겨울의 얼어붙은 솔잎에서는 극한의 역경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지키라는 것을 배웠다”라고 썼다.

단풍과 지는해가 산천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저렇게 멋지게 마치지 못할망정 추접하게 마치지는 말아야 하는데···”라고 적고 있다.

이렇듯 그의 책에는 홀로 익힌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이야기들이 그득 담겨 있다.
그는 삶을 제대로 이루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자아의 운행과 역사의 과제에 충실한 삶을 사는 건데. 세상의 흐름은 자연과 멀어지고, 역사보다는 순간과 개인적인 삶으로 오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그가 예기하는 요즘 사람들의 세상살이다.

그는 스스로를 언놈이라고 했다.

“언놈네들. 오래만 살면 무슨 재민겨.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야지.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삽시다.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추접하게 생을 마치지는 맙시다.

이병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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