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의정비 심의위원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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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의정비 심의위원회에 바란다
  • 보은신문
  • 승인 2007.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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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경 선 엘리트학원장
전국의 지방자치위원들이 의정활동에 부족함을 이유로 또는 의회의 질 향상을 이유로 의정비 인상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3월, 전국 시군구 자치의회 의장 협의회가 기초의원 의정비를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 수준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을 근거로 거의 모든 지자체 의원들이 서로 타지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10월 31일까지로 되어 있는 2008년도 의정비 최종 결정일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보은군도 군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여비, 월정수당과 관련하여 보은군과 군의회가 교육계·언론·사회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의정비 인상 내지 동결을 결정할 수 있는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 활동을 하고 있다.

9월 21일, 1차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 심의위원 위촉 및 심의 위원장을 선출했고 10월 5일, 2차 심의 위원회에서 의정비 심의를 위해 주민 의견 수렴 방법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 방식을 선택해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를 내놓은 문건을 보면 의원들이 받는 월간 의정비(186만원)에 대해 ‘적다’는 의견이 72%이고, ‘월간 400∼500만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52%라고 밝히고 있다. 작년까지 무급제에서 올해 유급제로 바뀐 지 겨우 1년 지나서 얘기다. 의정비 인상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역주민의 경제상황, 지자체의 재정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약 114%∼169%이상 올려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반을 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한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설문 조사 내용으로는 ‘의정활동 비교적 잘한다’가 71%로 나왔 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보은군민들이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 주민 여론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설문 조사 결과의 신뢰성 여부를 떠나서도 이러한 중차대한 내용의 설문 조사라면 좀 더 긴 시간(1주일은 너무 짧다)을 갖고, 좀 더 다양한 방법(예를 들면 전화 조사, 공청회 개최 등의 방법도 있음), 좀 더 다양한, 좀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했어야 옳았다. 의정비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는 답변에 70% 이상이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면 대부분의 보은군민은 그러한 결과를 수긍해야 옳다. 그러나 한 마디로 NO!이다. 보은군의 40대 이상 중 인터넷 설문 조사에 응답할 수 있을 정도의 컴퓨터 이용 가능한 인구가 과연 몇 %나 될까? 인생 경험이 풍부한 연세 드신 분일수록 인터넷 사용이 어렵다. 그리고 이 바쁜 농사철에 어떤 농민이 인터넷을 켜놓고 한가하게 검색하고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왜 하필 인터넷 설문 조사 방법만을 택해서 실시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월 400∼500만원이 적당하다’가 52%라니! 경제적 수준이 대단히 높은 사람들이 주로 응했다는 말이 아닌가? 아니면 보은 어딘가에 별천지라도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보은의 아주머니들은 밤 12시까지 식당에서 뼈빠지게 일하고도 기껏해야 100만원 정도의 돈을 벌고 있으며, 보은에 있는 공장에 다니는 대부분의 근로자들 특히 여성 근로자들이 얼마를 받고 일하는지, 빚만 떠안고 문을 닫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으며, 농사를 짓는 아주머니·할머니들의 삶, 농민들의 삶은 도저히 이익을 계산해낼 수 조차도 없는 척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만에 하나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정비가 인상된다면 대다수 보은군민들에게 자괴감만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정비 심의위원들이여, 제발 이러한 설문 조사에 근거해서 인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보은군 의정비 심의위원들이여! 또한 다른 지자체의 의정비 인상을 보은군 의정비 인상의 근거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보은군은 보은군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리 보은군은 우리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가자. 재정 자립도 전국 꼴찌에서 1∼2등이라는 불명예스런 딱지가 있다. 의정비 인상은 그 등수에 맞게 가면 된다. 의정비 400∼500만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거꾸로 의정비 인상은 전국 1위가 되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보은군의 1순위 핵심 과제는 주력산업을 찾아 제대로 성공하는 일이다. 동시에 투자 유입 확대를 통해 군민이 잘살고 세원을 확충해 나감으로써 살기 좋은 보은을 건설해야 하는 사명감이 그 어떤 누구에게보다도 많이 부여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보은군 의원들은 어쩌면 의정비 인상을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심의위원회에서 그냥 알아서 인상해 주고자 한다면 의원들에게 커다란 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주민 정서에도 전면 배치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과감하게 의정비 동결 더 나아가 의정비 삭감 결정이라는 역사적인 선언을 해보면 어떻겠는가? 어차피 전국적으로 의정비 인상에 반발이 심해 무턱대고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10%선에서 인상폭이 이뤄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차라리 소폭이라도 삭감한다면 그 여파는 굉장할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경제회생에 몸부림치는 보은을 전국 또는 전세계에 알리게 되어 보은 농산물도 잘 팔리고 투자도 활성화되어 하루아침에 보은 경제가 살아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내부적으로는 보은군 의회 의원들이 군민과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진정한 지자체 의원으로서, 또한 군민의 진정한 심부름꾼으로서 다음 선거에서 다시 머슴을 자처할 때 군민 모두가 믿고 밀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다.

보은군 의정비 심의위원들이여! 그대들의 결정에 보은군민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려 있음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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