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땀- '아, 저런 게 바로 진정한 봉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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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땀- '아, 저런 게 바로 진정한 봉사구나!'…….
  • 보은신문
  • 승인 2007.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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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광 호(보은읍 장신리)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회 봉사단'이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서 한 손에는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도로가에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주워 담을 때 주위의 시선은 마치 동물원의 신기한 동물을 보는 듯이 내 등 뒤를 마구 찌르고, 시원한 봄바람은 왜 그리도 후덥지근하던지. 그리고 군데군데 버려진 쓰레기들을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 모습이 왜 그리도 처량하던지…….

아마 내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싸움을 한 뒤 담임선생님이 화장실 벌 청소를 시켰을 때 빗자루와 물걸레를 들고 화장실로 향하던 - 마지못해서 하는 - 그 심정이 그러했으리라.

그렇게, 하기 싫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주워 담던 쓰레기들, 온 교내를 쓰레기를 찾아 헤매다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어느덧 비닐봉지에는 담배꽁초와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 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쓰레기로 가득 채워진 비닐봉지를 휴지통에 담을 때 난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꼈고, 서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스쳐 지나감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늘 여기저기서 삐죽이 내민 쓰레기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작은 봉사활동이 정말 무력해짐을 느끼곤 했다. 항상 장갑을 끼고 유니폼을 입고 봉사활동에 임할 때는 정말이지 자율적인 활동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들 속에서 차갑게 가라앉음을 느꼈다.

여러 사람들의 무관심과 청소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담배꽁초를 아무런 생각 없이 '휙' 버리는 일부 사람들에 대한 작은 분노도 조금은 작용을 했었지만, 무엇보다도 더 이상은 나아질 수 없다는 것과 여기까지 밖에 안 된다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유리벽으로 인해 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일이 15년 전 있었다. 업무 때문에 밤샘을 하고 새벽에 목욕탕엘 간 적이 있었다. 너무도 자욱하게 낀 안개 속을 걷고 있노라니 지친 몸과 마음은 마치 꿈길 속을 걷고 있는 듯이 몽롱해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빗질을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난 마치 본능적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그 길을 빗질소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때 난 주황색 조끼를 입고 찻길을 따라 청소를 해나가고 계시는 청소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그 분들은 부부처럼 보였는데 그들의 얼굴은 웃음을 띠고 있었고, 그 웃음은 진실해 보였고, 그 모습은 겸허했으며 나에겐 너무도 순수한 영혼들로 비춰졌다. 물론 그 분들은 직업에 충실했을 뿐이었겠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귀찮아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그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충실함이 나에겐 큰 감동의 물결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 저런게 바로 진정한 봉사구나!'
난 지금까지 나의 생각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나의 마음이 얼마나 좁았던지 그제야 알 수가 있었다. 목욕을 다하고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왜 그리도 가볍던지. 나는 모처럼 만에 그 날 정말이지 단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지금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쓰레기 수거차량과 청소부 아저씨들! 진정으로 감사를 드린다.

비가 온 뒤 맑게 갠 드높은 하늘, 너무도 푸르고 아름다운 이 땅,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고향 보은, 그 분들이 있기에 ‘은혜에 보답하는 땅 보은, 아름답고 청정한 땅 보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도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군내 도로망을 따라 관내를 돌아다니지만, 그 길에서 지나치는 파손된 플래카드, 광고물 등을 아이들의 작은 고사리 손으로 철거하는 것을 보며‘보은의 희망’을 보았다.

지역 농특산물 홍보를 위해 국립공원속리산 문장대를 찾는 탐방객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왕께 진상한 간에 좋다는 보은황토 약대추유. 잡숴보고 맛있으면 돌아가서 홍보 좀 많이 해주세유”하면서 농산물을 건네주는 군수의 모습도 보았다.

지금도 난 아이부터 지방수장에 이르기까지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틈새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불태웠다는 그 뿌듯한 자신감만은 공직자로서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메리트로 영원히 잊지 못하며 각자의 위치와 공간에서 작은 봉사를 실천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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