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군연합회, 쉼터 마련해 점자교육
연로한 시각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 쉼터에서 점자교육 삼매경에 빠졌다.그동안 남들 앞에 나서지 못해 자연히 은둔(?)생활을 하게 돼 사실상 사회를 등진채 생활했던 장애인들이다.
농사도 가족들이 거의 짓고 거의 집밖에 나서는 일 없이 거의 방에서 누워지내는 것이 다반사였던 이들이다.
그런 생활에 이골이 날대로 났는데 뜻밖에 희소식이 날라왔다.
올해 3월경 시각장애인연합회군지회(회장 황호태)가 그동안 후원금 등을 차곡차곡 저축해 보은 장신 비룡소 마을의 한 주택을 구입하고 쉼터를 마련한 것.
그리고 6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점자교육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끼리 모이는 것도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까봐 꺼렸던 이들은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했다는 소식에 못 배운 한도 풀 겸 한걸음에 찾아갔다.
이렇게 해서 고경호 지회 이사가 지도하고 있는 점자 학교 학생들은 보은읍과 탄부면, 회북면 등 군내 각처에서 오고 있으며 60대, 70대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이들은 "늦게 공부를 하려니 잘 외워지지 않아 어렵기는 하지만 글자를 배운다는 즐거움에 더위도 모르고 쉼터에 나온다"고 말했다.
고경호 선생님은 3장씩 써오라고 숙제를 내고 또 숙제 검사도 철저히 해 늦깍이 시각 장애 학생들의 교육열을 부추기고 있다.
김연각(67, 보은 금굴)씨는 벌써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두 외워 현재 교육생 중에는 가장 성적이 좋다고 한다.
김연각씨는 "쓰기는 어렵지 않는데 손바닥 지문이 닳고 또 나이가 든 탓에 감각이 둔해 읽기가 어렵다"며 "진작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제라도 글을 깨우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점자교육에 이어 컴퓨터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고 보건소에서도 건강교육, 교양강좌로 열고 풍물놀이도 여는 등 다양한 사회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원들은 “쉼터가 시각장애인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 계기가 됐다”며 “경로당에 나가도 주민들과 흉허물 없이 지내기가 어려운데 쉼터에 나오면 흉허물이 없고 마음도 편하고 서로의 고민도 상담할 수 있어 참 좋다”며 자신들만의 공간이 확보된 것을 마냥 좋아했다.
그러나 황호태 회장은 쉼터를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사실 운영비가 걱정이 된다고 말해 사회 각계의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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