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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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 꿈틀
  • 송진선
  • 승인 2007.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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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 104 - 내북면 성암리
조선시대 경상도에서 한양가는 길은 내북면 창리를 통과하는 지금의 19번 국도가 아니다. 산외면 이식리에서 내북면 봉황리를 거쳐 청원군 운암, 미원리로 가는 길이었다.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는 선비들이 내북면 성암리에 이르러 큰 바위를 보았다.지금은 나무가 울창한 일반적인 산으로 보이지만 그때만 해도 나무로 뒤덮히지 않은 큰 바위 덩어리였다.

선비들은 바위의 생김새 등으로 볼 때 성인군자가 나올 바위로 보였다. 그래서 바위 이름을 성암이라고 했다. 성인 성(聖)에 바위 암(岩).

이것이 주민들이 기자에게 전한 것인데 보은군 지명지에 의하면 성암(星岩)은 마을 뒤에 있는 바위로 벼랑으로 되었는데 매우 영검하고 성스럽다고 적고 있다.

어원을 찾자면 밀양 박씨의 선대인 대제학 순간공이 청년시절 밀양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중 이곳에 이르러 기암절벽과 바위의 자태가 기묘해 풍류를 즐기고 떠날 때 이 바위를 성스럽다해 성암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바위 아래 있다 해서 마을 이름이 성암이 되었고 바위 위에 말발굽이 있다고 한다.

현재 성암리 마을의 유래다. 주민들은 인물이 배출될 것이라는 옛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내북면 내에서는 유일하게 서기관(박범수 전 영동군 부군수)을 배출했으니 맞는 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암리는 국도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내북면 창리고개를 지나면 맞닥뜨리는 명사십리 식당과 토우촌이라는 식당을 끼고 돌아가면 숨은 마을인데 마을 규모는 동네 아낙네들이 마을을 떠나는 남정네들과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흐느꼈다고 하는 아실기 고개에서 창리와 나눠지고 달천을 경계로 봉황리와 구분된다.

이곳이 지금 꿈틀대고 있다. 소득도 높이고 마을도 잘 가꿔 외지인들도 많이 들어와서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주민들의 포부로 충만하다.

전체 47가구, 126명이 거주하고 있는 성암리 발전을 위해 김응호(35) 이장과 박헌용(80) 노인회장, 김응천(36) 새마을지도자, 김광숙(49) 부녀회장이 똘똘뭉쳤다.

# 대추 군락지 조성
농사는 주로 여느 마을처럼 벼농사와 고추를 재배하고 일부 농가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에 특별히 저류시설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하천수량이 풍부해 벼농사를 짓는데 용수공급의 어려움 없이 벼농사를 짓는 곳이다.

또한 비가와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80년 수해시 하천정비사업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80년 큰 수해의 아픔을 겪은 우리지역은 98년 다시 곳곳에서 농민들의 피와 땀이 절어있는 농경지가 유실되고 주택이 파손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성암리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는 것.

벼농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용수공급이 용이하고 땅도 기름져 밥맛 좋은 쌀이 생산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현재 성암리 주민들이 또 하나 작목에 관심을 둔 것은 대추나무이다. 이미 대추는 그 품질이 우수해 과거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진상품일 정도로 보은의 특산품이어서 마을 5가구에서 올해 대추나무를 식재했다.

잣나무와 참나무가 빼곡했던 산림 8천평을 모두 벌채하고 그 자리에 대추나무를 식재한 유광현(51)씨를 비롯해 이장 김응호씨가 600평, 김춘식(54)씨는 1천500평, 현창은(69)씨 1천500평, 성암안식원 민석기씨 부인인 정신자(70()씨가 안식원 산에 8천평을 식재했다.

어린 대추묘목을 식재한 이들은 대추과원 조성을 위해 지주를 설치하고 또 살충제와 살균제 등을 살포하는 등 거의 하루 종일 대추과원에 매달리다 시피 한다.

이들의 포부는 대추로 농업소득을 올리는 것과 함께 보은관문을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 군락지를 조성해 지역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것.

현재 5명이 작목반을 구성해 대추재배에 대한 기술 정보 교류와 함께 보은관문의 이미지 조성을 위해 다른 곳보다도 더 대추재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마을 일대 혁신
성암리 마을도 그동안은 여느 시골마을 처럼 큰 변화가 없었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마을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됐다.

이장도 마찬가지다. 마을 주민들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데 이 것 저 것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1월 35세로 나이가 아주 젊은 사람이 이장을 맡으면서 마을은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사회 곳곳에서 혁신혁신 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고 시대가 크게 바뀌었는데 과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곧 뒤쳐지기 때문에 마을도 주민 스스로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래서 김응호 이장은 면내는 물론 군내에서 아주 젊은 나이의 이장인데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요구하는 문서전달 또는 알림이에 그치지 않고 책임지고 마을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

공동체를 강화하며 다른 지역보다 더 잘사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을 시작했다.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걱정인 농산물 판매를 위해 소비처와 자매결연도 생각하고 있고 자매결연이 아니더라도 대량 소비처와의 직거래를 통해 생산농민들은 손해를 보지 않고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응호 이장은 그동안은 농사를 짓는데만 신경을 써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이 중간 상인에게 도매금으로 넘겨 결과적으로 피땀을 흘려가며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도 농민들보다는 중간상인들만 이익을 챙기는 시스템이었다는 것.

또 마을가꾸기 작업이다. 현재 김응호 이장이 사비를 들여 구입한 꽃 화분이 진입로를 장식하고 있다. 지금은 말라죽은 것도 있고 꽃잎이 시들은 것도 있지만 처음에는 참 예뻤겠다 싶었다.

그동안은 마을 진입로가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질척거리지 않은 것에만 만족해했을 뿐 주변에 꽃나무 하나 없는 삭막함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다.

군이나 면에서 국도변에 코스모스 등 꽃묘를 식재해 도로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것과 같이 꽃 화분 하나라도 놓아서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다. 바로 살기좋은 마을로 가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이 행복해 하는 마을,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살고 싶은 마을로 가꾸는 것이 주민들이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군에서 선정만 되면 약 2천만원 정도의 사업비가 지원되는 살기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에도 신청서를 냈다.

또 올해 신청했다 떨어진 4천만원 지원의 지역특화 생활개선 사업도 내년 다시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선정이 될 것으로 마을주민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다.

# 살기좋은 마을 사업 참여
그동안 현재에 안주하면서 그저 내 땅만 일굴 줄 알았던 주민들에게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혁신이다.

의식이 많이 바뀐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 것이 지역을 아름답게 가꿔어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살고 은 마을로 만드는 것이다.

사업대상마을로 선정이 되면 우선 마을 앞 하천 변 900m에 왕벚나무를 식재하고 휴게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케어라인 방향에 있는 곳에서 시작해 봉황리 예술원 쪽으로 나있는 2㎞ 정도의 임도가 마을 앞 산에 조성돼 있어 왕벚나무 등 휴게시설을 갖추면 전체 약 3㎞에 달하는 훌륭한 조깅코스, 산책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편의시설이 확충되면 여름철 피서객들이 물놀이도 하고 산책로도 거닐며 휴식도 취하며 더위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지역특화 생활개선 사업을 위해  시작한 장 담그기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다.

마을 기금으로 골동품 가게에서 옛날 항아리 20여개를 구입했는데 가을철 메주콩을 구입해 마을 부녀회를 중심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담가 결연도시나 소비자들에게 직거래, 토종 ‘성암리 표’ 된장을 선보인다는 야심에 차있다.

# 젊은이가 많다
35세의 젊은이가 이장인 성암리는 다른 마을보다 60대 이하 젊은이가 많다. 4, 5년 전부터 외지에서 들어오는 귀농인구와 전원주택 개념으로 이곳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귀농인구 중에는 3가구는 고향을 찾은 것이지만 2가구는 순수하게 외지인이 성암리에 들어와 살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 젊어지고 있음이다. 그동안 농촌하면 ‘애기’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지금 거주하는 노인들이 사망하면 마을도 자연히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추측이었으나 성암리만 보더라도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임이 느껴진다.

죽어가는 지역에서 다시 살아나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주와도 가까운 성암리는 보은까지 2, 30분 걸리는데 청주 용암지역에 2, 30분이면 닿아 앞으로 전원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게 보였다.

더욱이 현재 공사 중인 보은∼운암간 국도 4차선 공사가 2009년이면 완공되고 또 향후 운암∼미원간 국도가 4차선으로 확포장 되면 청주와의 접근성은 더욱 좋아져 주민들은 봉황
.성암리 쪽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 가꾸기에 나서는 것도 향후 이 지역이 커질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는 그 꿈이 지금 성암 앞들에서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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