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 -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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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기는…
  • 송진선
  • 승인 2007.05.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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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뿐만 아니라 수영장 개장으로 인해 목욕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영장에 물 마시지를 받을 수 있는 욕조와 사우나 실을 갖춰놓고 있어 수영강습도 받고 사우나도 이용해 그동안 목욕탕 사우나를 이용해 몸매관리를 하던 주부들의 이용률이 크게 떨어진 것.

물론 수영장은 민간에서 운영하지 않아 상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혹시 일반 주민들이 자유경쟁 사회이고 대를 위해 소가 다소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업으로 전체 가족들이 먹고살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대수롭지만은 아닌 일이다.

더욱이 행정기관과 민간업자를 자유경쟁 대상으로 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군에서 주민들에게 값싸게 물건을 공급하겠다고 슈퍼마켓을 운영한다고 치자. 다수인 주민들을 위해 소수인 슈퍼마켓 운영자의 희생을 감수시켜가며 개당 500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400원에 팔고, 2천원 하는 주방용 세제를 1천원에 팔고, 식용유를 시중가보다 300원 더 싸게 판다고 하자.

당연히 소비자인 주민들은 더 싸게 파는 군 슈퍼마켓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민간 슈퍼마켓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군이 양질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값싸게 공급한다고 식당을 운영한다고 하자. 당연히 군 식당으로 사람이 몰릴 것이다. 이렇게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욱이 자본력이 취약한 민간업자와 자본이 뒷받침되는 행정기관과 경쟁이 될까. 애초부터 다윗과골리앗은 적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행정기관이 경영수익사업을 할 때 민간부분과 상충되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많아 늘 이용하던 회원이 20명이 빠져나갔다 하더라도 수익이 다소 줄었다 뿐 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다른 회원들을 영입하는 등의 업자의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대부분이 노인인 보은군 같은 곳에서는 헬스장 등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 빠져나가 다른 곳을 이용하는 경우다.

따라서 대체 회원 확보가 어려운 보은군 같은 곳에 보은군이 군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저렴한 이용료의 헬스장을 운영한다면 민간업자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기 좋은 말로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민간업자가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가격을 내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쉽게 내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용료를 내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수지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어차피 군이야 시설을 운영하는데 적자가 발생하면 예산을 편성해 보전하면 그만이다.

이래저래 민간업자들은 속이 탈 일이다. 그래서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도 충족시키면서 민간업자도 그 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그런 대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적어도 보은군이 민간업자를 망하게 했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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