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손가정 한 할머니의 버거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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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손가정 한 할머니의 버거운 일상
  • 송진선
  • 승인 2007.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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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가 집이예요 우리 이렇게 살아요”
69세인 홍모 할머니가 중학교 3학년인 손자와 함께 사는 곳을 따라 가봤다.

관광철이라 다리가 아픈 것도 물리치고 한 푼이라도 팔아볼까 싶어 이것저것 물건을 챙겨 노점에 앉았으나 9일에서 10일 이틀동안 한 푼 어치도 팔지 못했다.

6시가 다 돼 접을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비가 쏟아져 부랴부랴 노점을 접고 들어왔다. 하우스였다. 설마 이곳에서 생활할까. 짐을 놓는 곳이겠지. 그런데 할머니는 “이곳이 우리집이예요. 이렇게 살아요” 하신다.

옛날 버섯을 키우고 그 다음은 분재를 하던 곳이었는데 오갈 데가 없어 하우스 안에 방을 들여 생활하고 있었다.

차광막이 없어 여름이면 찜질방이나 다름없다. 한 밤 중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아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다.

겨울이라고해서 사정이 괜찮을까. 외풍을 막아내지 못해 찬바람이 방안 가득하다. 옛날 초가집 시절 코가 시릴 정도로 우풍을 경험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손주녀석’이 집에 올 시간이었는데 집에 없다. 어디갔을까 비는 오는데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할머니가 어디 계시는지 묻는가 보다. 곧바로 ‘손주녀석’이 들어온다. 피부도 까무잡잡하게잘 생겼다.

축구, 야구 등을 좋아하는데 집안 사정으로는 특기 적성을 살려주지 못하니 안타깝다는 할머니. 손자는 할머니가 아프실 때 속상하다고 한다.

할머니의 말씀으로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크고 또 혈압도 높고 관절염도 앓는 할머니가 눈에 안보이면 그렇게 찾는다고 한다.

할머니가 손자녀들을 키운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지금 69세이니 꽃다운 40대부터 손자녀들과 함께 했다.

큰아들 슬하의 남매와 작은 아들 슬하의 남매까지 4명이 할머니의 손을 거쳤다. 지금은 작은 아들 슬하의 큰손녀는 외할머니 댁으로 가고 손자하고만 지내는데 큰아들의 큰손녀 6살 때, 할머니 손에서 자라 지금은 취업을 했고 큰손자도 군대에 가 할머니가 한 숨 덜었다.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었던 할머니는 처음 손자들을 맡아 기를 때 식모살이도 했다. 지금은 라면이라도 있지만 그전에는 라면도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먹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실하지 못하다고 한다.

어디가 아픈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우는 손자들을 볼 때 가슴이 저리고 “지 어미한테서 자랐으면 어리광도 부리고 꾀병이라도 부릴 텐데….”

할 소리는 아니지만 옛날에는 연탄불을 지펴 방을 데웠던 때여서 아이들을 데리고 죽을까 하는 극한 생각까지도 했다. 친구들이 입양을 보내라는 말까지도 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

그동안 하도 눈물을 흘려서인지 눈물도 말라버렸다. 그래서 웬만한 슬픈 소식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대신 오기가 생긴다. 손자녀들을 잘 키워야 겠다는.

지금 소원은 군대에 간 큰손자가 제대 후 취업해 가정을 꾸리고 지금 중3인 손자도 학업을 잘 마쳐 취업을 하는 것이다.

손자들 모두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잘 크고 그동안 남의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까 손자들도 없는 사람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소박한 소원을 중3인 손자는 귀담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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