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즐기기는 커녕 생활고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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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즐기기는 커녕 생활고에 시달려
  • 송진선
  • 승인 2007.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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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 가정 구성원인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는 우리가 부양해야 할 대상
조손가정이란 부모가 이혼, 가출, 파산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양육하는 가정으로 말한다.

2002년 개봉된 영화 ‘집으로’는 도시에 사는 엄마가 생활고 때문에 시골 친정에 어린 아들을 맡기면서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 벌어지는 감동과 교감을 담아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줬다. 이를테면 조손가정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로 보면 전국적으로 조손가정은 2006년 5만8천101가구 19만6천76명으로 집계됐다. 가구수 기준으로는 10년전에 비해 65%나 증가한 수치라고한다.

이 숫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조손가구만을 헤아린 것이다. 정부 집계에 해당되지 않은 가구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노인이나 아이들은 모두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조부모가 손자들을 돌본다는 것은 사실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버거운 일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최선을 다해도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손가정은 사실상 경제적 벌이가 불가능한 피부양자들로만 꾸려진 탓에 끝없는 가난에 시달려야 한다.

결국 우리 사회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그 보호와 양육책임을 맡아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 행정기관, 학교, 기업, 복지기관이 협력 지원하는 네트워크 방식이 필요하다.

■ 그러면 우리지역은
군내 조손가정은 4월말 현재 80가구 179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 보조비 등을 지원받는 가정만 파악한 것이다.

대부분 부모의 이혼과 가출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모 면에는 87세의 할아버지가 13살 손녀와 사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면에는 82세인 할머니가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데리고 사는 경우도 있었으며 83세의 할아버지와 사는 손녀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중퇴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72세의 할머니가 고등학생인 손자와 중학생인 손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손녀까지 3명의 손자녀와 사는 경우도 있다.

이들 계층 외에도 조손가정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나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상태다.

이들에게는 국가 부담으로 1인당 1년 10만원까지 아동 상해보험을 가입해주고 아동발달 지원계좌로 본인이 매월 1만원을 예금하면 국가에서 1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복지 재단과 결연으로 한달 1만원∼1만5천원까지 예금을 할 경우 만 18세까지 최대 3만원까지 매월 예금 지원을 해준다.

이외에 가정위탁 양육비로 매월 10만원과 매월 생계비로 2인 가족일 경우 평균 35만원, 학생에게는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 면제, 중고등학생에게 1년에 한 번 4만2천원의 학용품비가 지원되고 고등학생에게는 교과서 대금으로 연 1회 10만3천원, 중학생에게는 부교재비로 연 1회 3만원이 지원된다.

■ 지원금은 양육비도 안돼
예금 성향의 지원을 빼면 매월 통장으로 들어오는 지원금은 50만원 정도다. 학생에게 지급되는 학용품비나 부교재비는 지원금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준비물비가 많이 소요되는 초등학생은 그나마도 지원이 안되고 있다.

생활여력이 없고 자신들도 하루가 멀다하게 병원을 다녀야 할 정도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정도의 지원금으로 손자녀를 키우기가 얼마나 버거울지는 안봐도 눈에 선하다.

조부모 가정의 생활비는 주거비, 식비, 교육비가 대부분이다.

생계비로 받는 정부지원금은 아이들의 양육비를 대기에도 버거운 수준이어서 조부모들은 몇 평 안되는 땅도 일구고 노점도 하나 생활비를 대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 가정 아이들은 학력 보충을 위한 학원수강은 물론 여가나 문화생활은 꿈조차 꾸지 못한다.

생일이다, 뭐다 기념일인 경우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거나 친구들을 초대해 패스트푸드 점의 피자나 햄버거를 먹거나 부모와 함께 외식을 하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조손가정에 대한 지원금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보육원 등 시설에서 양육되는 아동에게는 시설운영비, 인건비 등을 합쳐 1인당 100만원 정도가 지원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육원 등에 맡기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크게 조손가정은 정부가 할 일을 조부모가 대신하고 있는데도 지원은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 조손, 세대간의 간극 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요즘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나 연령에 따른 발달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대차이 간극이 있다는 것.

아이들의 생활지도 등을 양육환경이 떨어지는 조부모들이 전적으로 챙기면서 항상 부족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사춘기가 뭔지, 생일파티가 뭔지, 학원엔 왜 보내야 하는지 등등 조부모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커 가는 손자들과의 대화와 공감대가 단절될 소지가 크다.

조부모들도 자신의 처지를 한탄을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읍면 사회복지사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커가면서 부모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 하고 부모와 함께 외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도 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도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내색하지 않고 활발하게 생활하고 잔심부름도 잘하고 집안에서는 빨래며, 청소도 도와주는 등 나름대로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잦은 가정방문 등을 통해 아이들의 욕구조사를 하고 조부모와 대화하는 등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조손이 함께 하는 캠프 등을 개최해 세대간 화합과 가족애를 되살리고 아이들을 위한 적성교육, 과외지도,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공부와 생활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 건강관리도 문제
조손가정에서 보호자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보호를 받는 손자녀가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건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한 경우가 많고 조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세세하게 신경 쓰기가 힘든 실정이다.

조손가정의 특성에 맞춰 따로 마련된 체계화된 의료지원이나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없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의 경우 1종은 전액 무료이고 2종은 본인부담금 중 15%를 부담하면 되고 조부모 등 보호자가 갑자기 질병에 걸려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위기상황이 닥치면 긴급 복지지원제도를 통해 300만원 이내에서 검사, 치료 등에 들어가는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 대상자라 하더라도 암 같은 중병에 결릴 경우 의료급여를 받지 않는 비급여 부분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급여 1종 환자가 암에 걸릴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해 100만원까지 지원을 받지만 전체 의료비의 24%에 이르는 비급여 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손자녀 또한 문제다. 비타민 결핍 등이나 영영상태가 부족해 신체발달이 더디는 등 성장기 나이에 영양관리나 건강관리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조부모의 의료비 지원과 함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 학습 부진 사례도 발생해
일반가정의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한글을 모두 익히거나 심지어 영어 기초에 한자까지 익히고 입학하는 것이 보편화 돼 있다.

하지만 조손가정의 아이들 중에는 곱셈, 나눗셈은 물로 읽기와 쓰기도 도움을 받지 못해 또래보다 학업이 많이 뒤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등 학습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아이를 양육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조부모에게 적절한 아동교육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숙제는 고사하고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이를 세심하게 챙겨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성적도 최하위인 경우가 많다. 함께 사는 조부모에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바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상적으로 부모와 생활하지 않는 것 자체가 아이들은 성취감보다 절망감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점차 자신감이 없어지고 정서는 불안정해진다.

우리나라의 교육적 상황은 사실상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들다. 조손가정의 아이가 겪는 심리적, 정서적 소외감을 이해할 수 있다.

친구가 학원과 과외 이야기를 하면 입을 다물어야 하고 소풍날 따라갈 엄마가 없고 친구가 군것질을 해도 못본 체 해야 하는 형편이다.

성교육이며, 이성교육이며 가르칠 건 많지만 상담해줄 사람이 곁에 없다.

■ 대리 부모·교사제도 필요
조손가정의 어린이들의 건강한 정서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가운데 사회 안전망 구축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행정기관에 사회복지사가 있지만 직접 관리대상자가 아닐 경우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조손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자 등 부모역할 또는 교사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결연으로 맺어 가정을 방문하는 등 관심이 기울일 필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춘기 여학생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 학업 성적 향상은 물론 닫혀있던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위축됐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과후 학습 지도나 지역 공부방 개설, 각종 복지시설 등과 연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조손. 양쪽 모두 부양을 받아야할 처지인데 그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면 그것처럼 딱한 일도 없을 것이다.

가족들이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만큼 이웃, 지역, 사회, 기업, 정부 모두가 나서서 그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건강한 가족으로 살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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