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사회의 이방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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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사회의 이방인이 아닙니다
  • 송진선
  • 승인 2007.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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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① 여성 결혼이민자 가정여성 결혼 이민자들이 여성회관에서 한글공부도 하고 인형극도 재현하는 등 한국문화를배우는시간을 갖는다. 사진은 인형극을 이해 직접 인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여성결혼 이민자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구성원간의 관계에 대해 새삼 되짚어보게 된다. 사회를 최소한의 단위인 가정이 행복해야 행복한 사회 이룰 수 있고 나아가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5월 가정의 달 특집으로 본보는 ① 여성 결혼 이민자 가정 ② 조손 가정 ③ 한 부모 가정 ④ 장애자 가정 등 우리 사회의 약자 층인 소외가정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농촌의 인구감소는 오랜 사회문제 중의 하나다. 농촌을 마음의 고향으로 남긴 채 도시로 떠났고 농촌에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텅 빈 농촌엔 농업을 천직으로 사는 노인들만이 남아 있다. 그리고 농촌에 젊은 여성이 없고 농촌으로 시집을 오려는 여성들이 거의 없어 40대가 넘어도 장가를 가지 못하는 농촌총각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신부감을 한국인이 아닌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찾고 있고 그렇게 해서 한국 농촌 총각들에게 시집을 온 이주한 여성들이 농촌의 한 축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제 동남아 국가 등의 외국인 여성과 한국 남성이 가정을 이루는 국제 결혼은 거스를 수 없는 우리사회의 현실이 된 것이다.

10여 년 뒤면 읍면 단위 이하의 농촌에서 외국인 여성과 그 자녀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단일민족과 문화로 구성된 우리사회가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질적인 인종과 문화에 대해 배타성이 강한 농촌지역은 공생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 군내 외국인 주부 현황
결혼 적령기가 되어 결혼을 해야 하는 때가 돼도 여성들의 농촌 기피현상으로 인해 농촌의 총각들은 결혼하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 오죽하면 농촌총각이라는 조어가 생겼을까.

보은군도 마찬가지다. 농촌으로 시집을 오기 꺼려하는 것으로 인해 짝을 만나지 못한 농촌 총각들은 외국에서 신부감을 데려오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이 같은 사회적 현상으로 중국 조선족으로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여성들이 군내 남성들과 결혼을 했다.

결혼 이민자의 출신나라별로는△ 베트남 50명 △중국·조선족 25명 △일본 16명, △우즈베키스탄 4명 △필리핀 5명 △몽골 3명 △캄보디아 2명 △에콰도르 1명 △방글라데시 1명 △태국 1명이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2세는 남자 54명, 여자 52명이다.

현재 보은군은 여성회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인형극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만들이 그들이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한글교실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2시간씩, 인형극은 매주 화요일마다 2시간씩 놀이를 하고 있다.

이중 한글교실은 2004년 처음 20명을 시작해 지금은 40명으로 늘었는데 수요일 반은 대화가 될 정도의 수준이고 금요일 반은 편지를 쓸 정도의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것.

민간 문화운동단체인 아사달에서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온누리안 한글교실은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사달 온누리안 한글교실은 삼승면, 산외면, 내북면 등 해당 지역을 방문해 지도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열어 그 지역 외국인 주부들의 한글을 지도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계모임을 주선해 친구문화, 가족문화 등을 형성하기 위해 남편들의 모임까지 만들고 있다.

아사달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남편과 외국인 부인간 겪는 상황을 흉허물없이 터놓으며 조언도 구하고 좋은 해결방안도 얻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언어 문화격차 가장 힘들어
최근 들어 베트남 여성들의 한국행이 급증하고 있다. 왜 물 설고 낯선 이역만리 한국 땅으로 시집을 올까. 무엇이 이들을 한국으로 오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동남아시아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력과 한류(韓流)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최근 동남아 여성 중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급증하고 있는데 베트남 여성들은 자신들과 결혼하기 위해 오는 한국 남자들은 한국에서 모두 사장이고 교사인줄 알고 나이 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시집을 온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서 시집생활을 하다보면 처음 품었던 결혼에 대한 상상은 그야말로 환상이라는 것. 일부는 시부모가 자신의 외국인 며느리에게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구박하고 돈을 줘서 데려왔으니까 그만큼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요구할 정도라는 것.

농사는 기계가 다 한다고 하더니 외국인 주부가 기계일 정도로 힘든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거기다 세상물정을 알면 집을 나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교육기관과 단체를 믿지 못해 한글교실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가정도 있다.

시집온 지 5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다. 남편과의 의사소통은 무난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식구들과 대화가 잘 안되거나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도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 멘토 정책화
이같이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의 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적용이 필요하다.

멘토가 되는 한국인들이 멘티인 여성 결혼 이민자들에게 심리적 지원과 동시에 병원 정보나 한국문화 적응을 돕는 등 실질적인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멘토인 한국인은 여성 결혼 이민자 가정이 겪는 언어·문화적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그 사회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멘티인 여성 결혼 이민자에게는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으며 멘티의 남편과도 많은 대화를 나눠 부부가능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리자 시스템을 갖춘 지속적인 멘토 정책화가 필요하다.

또 굳이 멘토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여성 결혼 이민자들에게 친정엄마 돼 주기 또는 이모나 언니 돼주기 등으로 변경해 마을의 새마을 부녀회장이 나서고 이것이 어려우면 면 단위 여성유지가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해 우리나라에 정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 자녀교육 부재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가장 문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2세 교육이다. 현재 이주여성들이 농촌지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노인인구가 많아 그들과의 가치 충돌은 물론이거니와 교육적인 여건도 열악해 그 자녀들이 언어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교육의 상당부분을 엄마가 책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아직 말은 하더라도 이해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엄마들은 자녀교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에 시집온 지 얼마 안 돼 우리말이 서툰 외국인 주부가 몇 돌 안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데 호랑이를 보고 고양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말이 서툰 엄마한테서 교육을 받은 2세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자못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외국인 엄마들이 자녀의 학업을 봐주고 싶어도 엄두를 낼 수가 없는 것. 결국 자녀의 학습 도우미로서 엄마의 역할은 낙제점인 셈이다.

1∼2학년은 정확한 발음과 겹받침이 들어가는 단어를 잘 모르는 등 기초적인 언어능력이 떨어지고 3학년 이상은 문장 이해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응용문제 해결 능력이 저조하다, 특히 고학년생는 읽기와 발표에 소극적이다.

언어 이해력이 떨어지다 보니 사회와 역사과목까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국제결혼이 느는 추세에서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이 대부분 취학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산외초등학교에서는 외국인 주부 2세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의 부모들이 별도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면 주변 친구들에게 더 놀림을 받거나 소외될수 있다며 방과 후 지도받기를 꺼리고 있다고한다.

다행히 학교의 설득으로 결손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반을 편성해 지도를 받아 학습력을 보강시켜 주고 있는데 2010년 안에 보은군에도 상당수의 2세 아동이 취학해 이들의 학습력을 신장시켜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가정과 사회가 모두 외국인 주부가 한국말을 배우고 또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 확충도 필요한 실정이다.

■ 눈높이를 맞춘 문화기회를 제공
언어와, 문화 차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외국인 주부들, 그들이 정책적으로 한국문화를 접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한글교실과 전통예절 교실 정도이지만 한글교실은 유일한 의사소통 공간이고 전통 예절 교실은 그나마 닿기 쉬운 공간이 된다.

숨죽여 있을 수밖에 없는 외국인 주부들을 일깨우는 문화에 참여시키는 기회가 필요하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족 노래자랑, 연극 동화구연, 노래로 한글 배우기, 영화감상, 음식 만들기, 문화재 탐방 등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결혼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취미와 특기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대한민국 주부들처럼 언어만 다를 뿐 배우고 즐기고 싶은 열정만은 누구 못지 않은 외국인 주부들이다.

이주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언어문제, 육아문제, 문화적 소외감, 가족갈등 등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이주여성들의 눈높이에 맞는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족들에게는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이민자들의 대모 격인 여성회관 박영옥씨는 “신랑이랑 싸우고 외국에 있는 친정집에 간다고 할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시어머니도 있고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다고 할 정도로 위태로운 가정도 있지만 재미있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 같다”며 “2세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를 갖고 있는 동시에 외국인 어머니의 정체성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결혼 이민자가 한국사회에 통합되기 위한 소양교육도 필요하지만 한국인에게도 그들 언어, 외국문화를 익히는 소양교육을 받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젊은 새댁들 중 제대로 김치를 담글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시부모와 한집에서 살 며느리가 몇이나 되겠는가.

명절 때 하루라도 늦게 내려가고 하루 먼저 올라가려고 잔머리를 쓰는 우리나라 며느리와는 달리 이주여성들은 하루종일 시부모 그늘 아래서 심부름을 하며 명절 후유증까지 고스란히 겪고 있다.

또 60대는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할 정도로 7, 80대 고령의 노인들만 거주하고 40이 넘어도 장가를 가지 못한 나이 많은 아들이 결혼해 연로한 부모님에게 손자를 선물하고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랜 인기척조차 없는 농촌마을에 아기울음소리를 선사하고 있는 이주여성이야말로 우리사회의 선물인 셈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어린이용 동화책을 선물하고 시어머니는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서툰 솜씨지만 며느리가 끓여준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고 어린 손자를 업고 이웃에 ‘마실’을 나가 우리 손자라고 자랑도 하고, 가족동반 야유회도 가고 그렇게 가족 간의 정을 쌓아 그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라는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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