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보다 살아 숨쉬는 문화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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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보다 살아 숨쉬는 문화재를
  • 보은신문
  • 승인 200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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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토요일 저녁 5시경 필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는 내용으로 시작된 전화 내용인즉 외속리면 하개리 선병국 가옥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통성인식 촬영차 전국에서 모인 예절담당 선생님들의 거센 항의였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 일은 「보은의 망신 아닌가」어떻게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을 3시간 동안 오도가도 못하게 막을 수 있었을까. 누구의 책임을 가리기 보다는 우선 보은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중요민속자료 제134호로 지정된 선병국가옥, 99칸의 한옥 대저택으로 전통가옥 연구에 충분한 가치가 인정돼 문화재로 지정되고 수십억여원의 국고를 지원해 보은의 명소, 보은의 자랑거리로 복원해 가고 있다. 이러한 문화재를 보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전통 성인식의 촬영장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은 보은의 전통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될 수 있었을까.

단순히 하루 동안의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고 당일 타고 온 차량을 빼지 못해 다른 차량을 이용해 돌아간 교사와 관계자들에게 보은의 이미지는 어떠했을까.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해도 왜 문화재를 관리하는 행정기관에서는 수수방관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일반 관람객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재, 만약 특정한 목적을 위해 문화재내 장소를 활용할 경우 해당 행정기관에 통보와 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을 진행한 행위자의 잘못도 있겠지만 문화재는 사유재산이 아니고 국민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최근 서울 풍납토성의 경우 백제 문화재로 가치가 높아 복원하는 과정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누구를 위한 복원인가를 한번쯤 되돌아 보고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복원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하자. 제대로 복원된 선병국가옥에서 전통 성인식을 비롯 혼례식, 다례등 다채로운 문화공간과 전통한옥의 풍광속에서 울려퍼지는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다면 이것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재일 것이다. 수십억을 들여 형체만을 복원하기보다는 보은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문화재, 보은의 자랑꺼리를 복원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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