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생태 체험마을로 새롭게 변화되는 두메마을
산외면에서 대원리를 지나 경북 용화로 이어지는 37번 국도는 15년 전만 해도 비포장 길이었다.이따금씩 청천면 화양동계곡이나 속리산을 찾는 자가용 차량이 통행하고, 시간마다 한 번씩 주민들의 발인 시내버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오가던 길.
그곳에 도로가 개설되고 마을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주변 마을들은 깨끗하게 단장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겪어 왔다.
대원리는 그동안 주민들이 추진해온 사업이 결실을 맺어 마을정비와 산촌 생태 체험마을 조성이 진행 중에 있다.
마을 진입로를 포장하는 모습이, 곳곳에 쌓여 있는 흙더미가, 수생식물 재배장 등이 대원리가 색다른 마을로 바뀐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한다.
대원리 대부분의 주민이 모여 사는 여동골 입구에는 정월 14일 마을 사람들이 대동제를 올리는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전에는 참나무가 우거져 있어 참나무 쟁이라 불렀으나 참나무는 고사돼 베어지고 대신 느티나무를 심은 것이다.
여동골은 백토가 많이 나와 그 옛날 사기 굽는 사람들이 들어와 터를 잡아 오래된 가마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대원리는 서동명(46) 이장과 안주훈 노인회장, 박종순 부녀회장, 이현기 새마을지도자가 마을일을 보고 있다.
#경상북도와 경계를 이루는 도계마을
산외면의 동쪽 끝에 자리한 보은군 최북단 마을 대원리.
동으로는 경상북도 상주군 화북면, 서로는 청원군 미원면, 남으로는 장갑리와 신정리, 북으로는 괴산군 청천면과 접하고 있다.
37번 국도를 따라 마을에서 1㎞쯤 더 가면 경상북도 경계선과 닿는 도계마을이다.
대원리는 여동골, 고점리(높은 제미), 체목(체메기) 3개의 자연마을에 32가구가 모여 산다.
가장 으뜸 되는 마을인 여동골에는 금단산으로도 불리는 767m의 검단산(儉丹山)이 주변 산들과 어우러져 산촌 마을 대원리의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이 산은 백제 때 검단이란 스님이 살아 검단산으로 불리었으며 고운 최치원 선생이 공부하던 고운암(孤雲庵)이란 작은 암자가 있었다고도 한다.
보은의 명산인 구병산과 금적산처럼 많이 알려져 있진 않은 듯 하지만 검단산은 보은의 숨겨진 또 다른 명산임에 분명하다.
이미 괴산군 청천면 쪽에서는 그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들 등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에서 도보로 30분 가량 오르면 산 정상에 도착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데 그 광경이 해돋이로 이름난 어느 곳 하나 부럽지 않을 정도란다.
"이런 장관은 처음 봤다"
산에 올라 해돋이를 본 마을 주민들이 남겼다는 이 말 한마디에 마음은 벌써 검단산으로 향했다.
2가구가 산다는 고점 마을 뒤에는 보은군과 청원군, 괴산군 3군의 경계가 되는 신선봉이 높게 솟아 있다. 검단과 최치원이 죽어 신선이 돼 자주 이곳에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4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체목은 청원군을 넘나드는 길목이 된다.
#농협에 빚 하나 없이 살던 부자 동네
대원리는 과거 산외면 내 마을 중에서 농협에 빚 하나 없이 사는 부자동네로 손꼽혀 온 마을이었다.
현재는 특별한 소득작물 없이 벼농사와 고추가 주 경제작물이지만 예전에는 담배를 많이 재배했으며 농경지가 타 지역에 비해 넓은 편은 아니었다. 또 전형적인 천수답이던 마을의 논이 한여름 가뭄 때에는 논바닥이 거북이등처럼 갈라지기 일쑤라 기계로 도랑물을 퍼 올려야만 벼를 재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부자 소리를 듣고 살았으니 주민들의 검소함과 부지런함이 앞장서서 일궈낸 결과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합법적으로 허가권을 얻어 마을 주변에 있는 국유림에서 고로쇠물을 채취해 판매하는데 농가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두레가 마을에는 아직도 남아 있다.
고추이식과 볍씨 파종을 할 때면 전 주민이 모여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일손 걱정은 없다.
해발 350m의 중산간 지역인 대원리는 인근의 장갑리와도 기온차가 심해 과거 보리타작을 하면 장갑리보다 1주일 이상 늦게 했을 정도다.
장갑리에 비가 오면 신정리에는 진눈깨비가 날리고 대원리에서는 눈이 내리는 광경은 대원리와 타 지역간 기온차가 큼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생태학적으로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모두 자생하는 곳.
산촌마을 대원리가 두메마을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분주하다.
#아름다운 농촌 두메마을로 오세요!
산외면 대원리 여동골은 마을정비사업, 녹색마을사업, 산촌체험마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여동골 대신 산촌이란 의미의 두메마을이라 이름짓고 다른 관광마을과 차별화 된 특색 있는 산촌 생태 체험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다.
냇가에는 도롱뇽이 살고 주민들은 냇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마을 안 연꽃 재배장과 수련 재배장에는 꽃피는 따뜻한 4월을 기다리는 두 가지 수생식물이 물 속에서 얌전히 자리를 지킨다.
서동명 이장이 가꾸는 야생화 재배장에서는 보은에서 제일 먼저 발견돼 속리산에서 이름을 딴 속리기린초, 속리싸리, 속리말발도리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진입로에는 철쭉이 심어지고 노후화 된 담을 철거한 후 새로 쌓은 자연친화적인 돌담에는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가 한껏 멋을 부릴 것이다.
앞으로 지어질 148평 규모의 문화체험장에는 세미나실, 전체학습장, 식당, 사우나실, 찜질방 등 각종 시설이 갖춰져 도시민들의 농촌 체험장으로 활용, 주민들의 소득창출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문화체험장 앞 마을 안 농경지를 임대해 연꽃이나 수련같은 수생식물을 심어 경관도 조성하고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방류한 물도 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서동명 이장은 자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독특한 디자인의 문화체험장을 건축하기 위해 최종 설계가 나오기까지 설계를 다섯 번이나 바꿨다고 한다.
산촌생태 마을이 갖는 기본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 기존 아이템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두메마을 조건에 맞게 변화시키고, 기억에 남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호롱불 축제 등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자 구상 중이다.
두메마을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고 서로 추억할 수 있는 곳으로 탄생될 날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 입에서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두메마을이 몇 년 뒤 또는 몇 십 년 뒤에도 언제나 변함 없이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마을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옛날에는 100가구 넘었던 마을이 32가구인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난 건 분명하다. 농촌을 지키며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수확물을 거둘 때까지 어린 자식을 키우듯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고, 어떤 해는 적절한 날씨 덕에 풍년이 되어 뿌듯하기도 하지만 어떤 해는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어 아픈 가슴을 쓸어 내리며 견디어야 하니 여간 인내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인내심을 갖고 농촌을 지켜온 두메마을 주민들에게 산촌생태 체험 마을 조성은 살맛 나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길목이 돼 줄 것이다.
지난 28일 비가 내릴 거란 일기예보가 틀린 게 아니 없나 보다. 늦은 오후, 흐려진 날씨 탓에 화창한 하늘 아래 모습을 드러낸 두메마을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달래며 마을을 나섰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농민들의 마음은 이미 밭에 가 있고, 논에 가 있다.
행여나 과일이 떨어지진 않을까, 벼가 쓰러지진 않을까, 비닐하우스가 무너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이러한 근심이 그칠 날이 있겠냐만은 산외면 대원리 두메마을을 보고 와서 그런지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김춘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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