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90) 회북면 부수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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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90) 회북면 부수1리
  • 보은신문
  • 승인 2007.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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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인천가의 매곡산성이 내려다보는 마을
겨울의 끝에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어떤 날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어떤 날은 눈발이 날리고, 어떤 날은 강풍까지 불어댔다. 연이어 계속된 강추위가 지나가고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릴까 싶은데 비 소식이 들려온다.

봄 앞에 다가온 추위가 반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건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햇살을 물고 오는 봄날이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운 농촌에도 성큼 다가오길 바라는 농민들의 마음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우리네 농민들은 봄이 다가오는 소리에 어김없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또 한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회북면 소재지인 중앙리와 회인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마을 부수1리.

아래숲거리, 향교골, 우무실, 바람고개 4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는 이곳은 한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마을 간 거리가 꽤 멀다.

옛날 회인천 변에 숲을 이룰 정도로 나무가 많아 중앙2리 지역인 하천 위쪽은 웃숲거리(웃수머리)라 하고 부수1리 마을은 아래숲거리라 했다.

아래숲거리에서 들녘을 지나 한참을 걸어야 다른 마을보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바람고개와 우무실에 도착할 수가 있다. 바람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바람고개와 소없이 농사를 지어도 과일이 많아 먹을 것이 많았다는 우무실은 부수1리에서 가운데 위치한 마을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경로당과 농기계보관 창고도 이곳에 지었다고 한다.

바람고개와 우무실을 지나면 마을 뒤편으로 회인향교가 보이는 향교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은읍 교사리에 위치한 보은향교보다 역사가 더 깊은 회인향교는 부수1리 주민들에게도 자부심으로 자리한다. 옛부터 주민들은 마을 어른들로부터 향교가 있는 마을 주민답게 마음 가짐과 행동을 바르게 해야 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 있기에 내 것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부수1리에는 땅을 일구고 인심을 나누며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으며 삶의 기반이 돼주는 넉넉한 들녘도 있다. 그리고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은 매곡산성(아미산성)도 있다.

매곡산성은 아미산에 있는 둘레 695m의 삼국시대 석축산성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아미산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 기록에 회인천가 험한 절벽을 이용하여 돌로 쌓았으며 둘레가 1,152척, 높이는 8척이라 하였다.

향교골에는 탑사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홍정승이 태어나서 자란 옛집이 있었던 터라고 전해진다. 홍정승은 조선 예종 때 영의정을 지낸 홍윤성을 말하는 것으로 그는 1425년 당시 회인현이었던 회북면 부수리에서 태어났다.

탑거리에는 돌을 쌓아올린 탑이 있었는데 현재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없어졌다고 한다.

부수2리 주민들과 큰집, 작은집 마냥 한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부수1리 마을봉사자로는 윤범수(51) 이장과 김홍복(77) 노인회장, 김순금(52) 부녀회장, 강용섭(55) 새마을지도자가 있다.

# 주민 대부분이 감나무 재배
부수1리는 마을의 주된 소득작물이 감이다.
대부분의 농가가 감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재배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지만 재배 비중이 높은 것에 반해 소득면에서는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감나무 째 판매를 해왔는데 그걸로는 고소득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지난해 24가구가 감 작목반을 구성, 감을 곶감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가장 시급한 건 마을에 곶감 건조장을 설치하는 일이다.

자연마을이 서로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3개반에 곶감 건조장을 각각 설치해 위에는 곶감 건조시설을 갖추고 아래에는 메주방을 만들어 메주도 상품으로 만들어 팔 계획이다.

주민들 중에는 메주나, 청국장 말린 것 등을 개인적으로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이를 마을 소득 사업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곶감 건조장을 설치하기에는 사업비를 전액 부담할 수가 없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래숲거리에 사는 윤범수 이장은 지난해 마을 앞 회인천 제방길에 꽃씨를 뿌렸다.

꽃씨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예쁜 꽃으로 피어났다.
아래숲거리 앞 회인천 건너에 있는 도로는 보은, 대전, 청주를 오가는 차량 왕래가 많은 곳이다.

윤범수 이장은 청주에서 보은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며 예쁜 꽃을 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전화를 몇몇 사람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작은 꽃길 하나에 감동해 생판 모르는 남인데도 따뜻하게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들 무심코 지나치는 줄만 알았는데, 올해도 부수1리 꽃길은 수많은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눌 것이다.

각 반마다 주차장을 겸한 광장이 마련돼 있어 곶감 건조장은 그곳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래숲거리의 곶감 건조장이 들어설 자리는 꽃길과 이어진 길옆이라 도로를 지나는 차안에서 눈에 쉽게 띈다는 장점을 가진다.

빛 고은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홍보 효과를 가져오며 그것은 상품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도로와 인접한 주변 여건을 이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노려 곶감 판매를 마을의 큰 수입원으로 키우고자 노력하는 주민들.

부수1리 주민들의 사업계획서를 반기는 관계기관이 있다는 소식은 그 어떤 소식보다 더 반가울 것 같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긴 해도 우리는 한 마을이란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 단합하며 재밌게 잘 살고 있다는 윤범수 이장.

예전에 개최했던 회북면 면민 체육대회에 나갔다하면 일등이요, 마을의 애경사나 폐품 수집 등 공동 작업이 필요할 시 너도나도 힘을 보태는 협동심을 발휘해 무슨 일을 해도 일손 걱정은 없다.

지난 구정에는 외지에 나가 생활하는 출향인들과 청년회를 조직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직접 생산한 농작물을 판매하고 도시에 사는 회원들은 안심하고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는 형식으로 운영될 계획인 청년회는 상조회 성격을 넘어 더 큰 의미로 작용한다.

서울에서 양돈업을 하는 한 출향인은 구정 연휴에 자신이 키운 돼지를 두 마리 싣고 와 마을에 기증해 훈훈한 미담을 전해 주었다.

중앙리 쪽에서 다리를 건너 향교골이 있는 부수1리로 향하는 마을 진입로에는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원 위치는 지금보다 더 위쪽 회인향교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있었으나 그 자리에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옹벽을 만들어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한다.

이 진입로는 부수1와 2리, 애곡1리와 2리로 연결되는 길로 많은 주민이 이용해 차량 통행이 빈번한 곳이다.

그런데 길 위로 고속도로가 나면서 옹벽이 있는 곳은 길에 그늘이 져 겨울에는 얼어서 미끄럽고, 커브 길에 세워진 다리 발은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지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려 차량운전에 애로 사항이 많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길이 경사져 위험요소가 커진다.

주민들은 진입로를 직선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도로공사로부터 선형조정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할 경우 잔여지가 많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

주민들은 평생 그 길을 지나다녀야 한다. 길을 개설하고 잔여지가 남으면 그 땅에 경관을 조성하는 등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주민들은 생각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정도의 가벼운 생각은 아닐 것이다.

10여 년 전 농촌지도소는 부수1,2리를 살구꽃 마을로 지정, 진입로와 마을 주변에 1500주의 살구나무를 식재했었다.

내년이면 그 자리에 살구나무 대신 감나무가 심어진 걸 볼 수 있게 된다.

감나무는 회인천 제방에도 심어져 나무에 달린 곱게 물든 감을 실컷 보고 나면 아래숲거리 주민들이 깎아 곶감 건조장에 메달아 놓은 감들이 단내를 솔솔 풍길 것이다.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곶감 판매로 농가 소득을 올리고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부수1리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김춘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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