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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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단상(斷想)
  • 보은신문
  • 승인 200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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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봉 구 (산외문암)전 단국대 농대학장 농학박사
새봄이 되면 언제나 생각나는 것이 고향에 있는 대 사찰 속리 법주사와 이곳을 가기 위해 구절양장과도 같은 말티 재를 넘어야하고 이재의 정상에 올라가려면 상주와 속리 쪽으로 갈라지는 곳에 서 있는 통일 탑과 통일 탑을 중심으로 하여 산개 된 개나리꽃을 잊을 수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정든 고향의 곳곳에 총총히 늘어진 꽃나무 가지에 방울처럼 초롱초롱 곱게 꽃피어서 봄의 언덕을 황홀하게 물들인 개나리의 자태는 옛 고향 풍경 중 잊혀지지 않는 것들 중 하나이다.

이 개나리는 설중매가 없는 말티 재와 고향마을의 곳곳에 첫 화신을 보내주는 봄의 선구자이다. 올해에는 평년보다 12일정도 앞당겨 3월 7일 제주도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 3월 8일∼15일, 중부와 동해안 지방은 3월 16일∼21일, 중부내륙산간지방에선 3월 22일쯤 개화할 것이라고 기상청이 발표한바 있다.

개나리는 다른 어느 꽃나무에 앞서 얼어붙었던 가지를 비집고 만지면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가 돋아 나와 잎에 앞서 생기와 희망을 안고 샛노란 빛깔로 온 천지를 뒤덮고 있다. 이 개나리는 우리에게 굳센 삶의 약동하는 힘을 느끼게 하고 샛노란 꽃잎이 지고나면 다시 신록으로 살찌워 우리에게 봄의 생명력을 실감케 한다.

이렇듯 우리에게 힘과 평화로움과 아늑함, 그리고 봄의 전달자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개나리에 대해서 누구 나가 "아, 아름답다." "벌써 봄이 왔구나."하는 감상이외에는 더 아는 사람도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것을 생각할 때 자연을 아끼고 가꾸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일말의 서글픔을 느낄 때가 있다.

개나리는 우리나라의 특산으로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자랄 수 있고 가꿀 수 있는 꽃이므로 때로는 천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무어라 해도 개나리의 맑은 빛은 약동하는 봄을 찬미하는 힘찬 행진의 나팔수와도 같다고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에 그 변종이 있어 세계에 약 8종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개나리가 가장 아름답다. 중국에서는 개나리를 연교(連翹)라 하며 교(翹)는 가지가 쑥쑥 자라서 꽃을 달고 있는 모양이 새의 긴 꼬리와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관목으로 내한성이 강한 꽃나무이며 영명(英名)으로는 Golden Bell이라고 하고 학명(學名)은 Foraythy씨의 이름에서 붙인 것이며 Koreana는 한국의 특산임을 말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산인 만큼 그 품종도 장수만리화, 개나리나무, 만리화, 산개나리나무 등 네 품종이 있으며 잎보다 앞서 꽃잎이 십자로 찢어진 귀엽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의 개나리꽃이 다른 나라꽃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유는 바로 그 독특한 맑은 노란 빛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나리의 꽃말을 "희망"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한다.

그 선명한 노란빛은 맑고도 화기가 감도는 아주 아늑한 빛깔로서 여며진 옷깃에 봄의 훈풍을 안겨 줄 듯한 친밀한 느낌이 가는 꽃이다.

꽃이 질 무렵에는 황금의 금 비늘을 소낙비에 세수하고 촘촘히 붙은 눈과 꽃이 질 무렵에는 황금의 금 비늘을 소낙비에 세수하고 촘촘히 붙은 눈과 눈에서 신록의 파란 잎이 움터 나온다.  그리고 마치 지각생의 수줍음을 닮고 쑥쑥 자라 녹색 벽을 이루어 놓은 녹음은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듯 마냥 짙푸르기만 하니 왕래하는 발랄한 젊은이들과 어우러져 장엄한 위력을 느끼게 해준다.

농촌을 고향으로 둔 나는 개나리 담장 밑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가 어미 닭 품을 떠나 개나리 꽃 숲에 숨어 술래잡기하는 봄의 정경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정경은 병아리의 노란빛과 개나리의 노란빛이 한데 어울리어 황금색으로 변하여 꽃이 병아리가 되어 나오고 병아리가 꽃이 되어 주객일체요 물아일색의 경지에 이른다. 바로 이것이 봄의 빛이며 고향 보은의 시적 풍경이다.

황홀한 짓 노란 꽃을 가진 꽃나무치고는 번식과 재배도 쉽다. 삽목이나 취목이 쉬우며 실생번식은 좋은 편이 못된다. 생울타리용으로 심었을 때에는 전정하여 모양을 만들어야 하나 지난해 자란 가지에서 꽃이 핀다는 것을 명심하여 전정을 해야 한다. 절화로서 촉성할 때는 약 1개월 전에 잘라 섭씨 20도 정도의 온실에서 해가 잘 드는 곳에 두면 개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씨를 따서 말린 것을 연교라하여 여드름, 종기,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 하여 삶아서 내복약으로 사용한다.

앞으로는 누구 나가 개나리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여 꺾고 밟고 천대시하지 말고 아끼고 사랑하며 가꾸어 보려하는 "꽃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을 73번째 맞은 돼지해 특히 황금 돼지해인 정년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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