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숲을 가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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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가꾸는 사람들
  • 보은신문
  • 승인 200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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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 환 (산림청 사유림지원국장, 시인)
그동안 『정이품송』란을 통하여 `나무를 심는 사람들'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제목으로 나무에 관한 글을 실었는데 이제 세 번째글로서 `생명의 숲을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나무와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IMF경제위기를 맞아 많은 실직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와 산을 헤매게 되었다. 실업자의 수가 한때 200만명을 넘기까지 하였다.

에 정부에서는 실업대책사업으로 '98년도 5월부터 공공근로사업을 시작하였고 숲가꾸기사업도 공공근로사업의 하나로 추진되었다. '98년도에 연인원 150만명, '99년도에 연인원 483만명의 실업자가 참여한 숲가꾸기사업은 금년도에는 연인원 430만명의 실업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지난 '98년도 5월 서울역에 텐트를 치고 숲가꾸기에 참여할 실업자를 모을 때만 해도 힘든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실업자들이 과연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실업자들이 신청하여 선발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서울역에서 지내던 노숙자 200여명이 경기도 광주군에 있는 숲가꾸기사업장에 투입되었다.

방송국에서 이들의 작업광경을 취재하기 위하여 현장을 찾았다. 카메라로 작업광경을 촬영하고 노숙자의 인터뷰를 하고자 했을때 노숙자들이 카메라를 내 던지며 항의 하였다. 우리가 실업자가 된것도 화가 치밀고 망신스러운데 이 모습을 찍어 방송에 내겠다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결국 취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 다시 그 사업장을 찾았을 땐 그들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졌고 활기차 보였다. 숲에서 일을 하다보니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 지며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제2의 삶을 살겠노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방송국기자가 숲가꾸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하니 “이 숲에 우리의 희망과 미래가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했던 노숙자들이 숲가꾸기를 통하여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산림청에서는 도로 곳곳에 “숲에 우리의 희망과 미래가 있다”는 간판을 내 걸고 지금도 숲가꾸기에 열성을 쏟고 있다. 숲가꾸기를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지자체 2곳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가 경남 김해시이다. 김해시는 주변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은데 IMF이후 실업자가 늘어 전기와 수도료를 못내는 가구가 늘어갔다. 생각다 못해 지방예산을 세워 숲가꾸기와 하천가꾸기사업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하천가꾸기에 많은 사람이 모이더니 하나, 둘 숲가꾸는 데로 오더라는 것이다. 하천에서 일하니 냄새나고 발이 빠지는데 산에서 일하면 그늘이 있고 바람이 시원하고 또 작업을 하고 나면 숲이 보기가 참 좋다는 것이다. 아침 8시 인력시장에 나가 그날 일할 사람숫자 만큼 뽑아쓰는데 새벽 6시부터 숲가꾸기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문제를 숲가꾸기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좋은 예이다. 또 한곳은 충남의 금산군이다. 금산은 자칭 금수강산의 준말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숲가꾸기사업도 금산군에서는 `금수강산 가꾸기 사업'이라 부르고 있다.

금산군에서는 403개 마을 모두가 숲가꾸기에 참여하고 있다. 도로변에 어지럽고 빽빽한 숲을 솎아주고 가지를 쳐 보기 좋게 만들어 주고 그 아래로는 이팝나무, 산벚나무같은 꽃나무를 심고 그 아래는 자생꽃을 가꾸어 주고 도로옆에는 약초를 심어 놓았다. 숲가꾸기사업이 진행될수록 금산의 모습이 바뀌어 갔다. 잘 가꾸어진 숲이 금산의 얼굴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무주군수께서 금산을 거쳐 무주로 가다 금산의 모습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고는 무주관내 읍면장을 모두 금산군에 보내 숲가꾸기사업을 배우도록 하였다. 숲가꾸기를 통해 실업극복뿐아니라 지역개발에 성공을 거둔 좋은 예이다. 숲을 가꾸어 주면 숲의 경제적기능은 3배, 공익적기능은 2배가 증진된다. 나무를 심어만 놓고 가꾸지 않는 것은 모자리판에 모를 기른후 이앙하지 않은 것과 같다.

나무는 한평에 한나무꼴로 심는다. 그러나 나무가 자랄수록 솎아주어 50년, 100년이 되면 10에 한 나무정도만 세워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나무를 심는 치산녹화정책은 성공하였으나, 나무는 저절로 자란다거나 나무를 솎아베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가꾸지를 못하고 있다. 이제는 독일이나 일본 못지 않게 우리의 숲을 잘 가꾸어 주어야 할 때이다. 숲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선진국이고 숲이 황폐한 나라는 GNP가 아무리 많다하여도 선진국이라 일컫지 않는다.

오늘도 전국의 850개 숲가꾸기사업장에서 25천명의 실업자들이 우리의 숲을 가꾸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생명의 숲을 가꾸는 사람들이다. 숲을 가꾸는 것은 삶의 터전을 살찌게 하는 일이며 희망과 미래를 심어 주는 일이다. 관광보은을 지향하는 내 고향 보은의 숲들이 우리 나라 제일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숲으로 가꾸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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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 2010-09-16 17:53:14
소고하십니다.
좋은 날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숲은 삶과 마음의 고향입니다. 우리나라도 독일의 슈바르트발츠 흑림의 도시 프라이부르크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좋은 숲, 아름다운 숲은 시범단지 화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어 우리나라도 세계관광 숲으로 가꾸어 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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