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북면 동산리(77)-한발 앞서 미래를 생각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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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북면 동산리(77)-한발 앞서 미래를 생각하는 마을
  • 보은신문
  • 승인 2006.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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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 5동(도원리, 동산리, 창리, 성암리, 화전리)의 하나로 불리어온 동산리는 본래 청산현 주성면 지역으로 1906년 보은군 주성면 관할로 변경되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창상리와 신기리 일부를 병합하여 동산리라 하고 내북면에 편입되었다.

보은∼청주 간 국도 19호선 변에 자리한 창리와 근접해 있는 곳으로 네 개의 자연마을이 한 눈에 보이도록 펼쳐져 있어서인지 마을이 꽤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을회관이 있는 청룡끝은 동산리 중심마을로 마을 동쪽 즉 뒷산의 모양이 좌청룡(左靑龍)에 해당하는 지형이다. 청룡은 풍수지리설에서 동쪽 방위를 맡은 상징인 용으로 동쪽을 뜻하는데 보은의 지명지에 보면 마을 이름 '동산(東山)'이 바로 이곳에서 비롯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새터마을 뒤로는 그 옛날 선조들이 머리에 쓰던 탕건 모양을 닮아 탕건봉이라 불리는 산이 우뚝 솟아있다. 이곳에서 산을 돌아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도원리(내북면)를 만나게 된다.

마을 안길 옆에는 아직도 빨래터가 남아 있어 주민들이 빨래를 하거나 콩, 깨 등을 씻기도 하는 등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오른편에 위치한 쌈말과 7가구가 산다는 동산리 제일 위쪽 마을인 상촌은 두 마을이 합해서 한 개 반(3반)을 이룬다.

보은에서 창리에 도착하기 전 왼편으로 9가구가 모여 사는 양지말은 내북초등학교와 창립 100주년을 맞은 주성교회가 있는 곳이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동산리의 다른 마을들과 떨어져 있어 처음엔 다른 마을인 줄 알았다. 이곳에는 1920년대 한의사였던 고 노면청씨가 빈민의 병을 무료로 고쳐주고 구제해준 덕을 기리기 위해 1931년 세운 공덕비가 있다.

78가구가 생활하는 동산리는 마을과 멀리 떨어진 국사봉 아래 "행복한 집"이라는 요양원이 금년에 설립되어 11세대 정도가 더 늘었다고 한다.

마을 봉사자로는 한인덕(49) 이장과 노인회 김홍배(66) 총무, 전덕근(33) 새마을 지도자, 김금선(57) 부녀회장이 있다.

# 노인회의 적극적인 활동
동산리 마을 회관 벽에는 액자에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노인회 회원들이 단체 관광을 간 기념으로 찍은 사진과 2001년 동산리 마을 회관 준공식 때 찍은 사진들이다.
동산리 노인회 회원들의 활동은 예전부터 마을의 자랑이었다. 96년 4월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모범경로당으로 지정돼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분도 있지만 사진 속의 노인회원들이 바로 그런 일을 해낸 주인공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를 하고 마을 회관에 마을문고 시설을 갖추어 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등 마을 내 환경정화 활동과 건전한 경로당 운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쓰레기 분리 수거는 지금도 계속 하고 있으며 한자 교실은 올해 다시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여건이 되지 않아 못했다고 한다.
마을 문고는 구 마을회관 안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 비치된 지 오래되긴 했지만 보관 상태가 양호해 지금 읽는다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캐비닛 안에는 옛날부터 마을 기금의 출납 등을 기록한 색 바랜 낡은 장부들이 아직도 꽂혀져 있었다. 그뿐 아니라 새마을문고중앙회에서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독서의 생활화'란 표어가 적힌 오래된 표어판도 눈에 띄었다.
구 마을 회관은 새로 지은 마을 회관 옆에 있었는데 공간도 넓고 깨끗해 학생들을 위한 한자 교실을 만들어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마을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한자 교실을 열면 인근 지역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다.
동네 아이들 모두 모여 마을 어른들에게 천자문을 배우고 우리 집 아이 용케도 천자문을 다 떼면 어미는 책걸이로 떡과 음식을 장만해 선생님을 대접하고 아이들도 먹였다. 겨울밤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는 흰눈과 함께 쌓여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이고 가는 어미가 남긴 발자국은 눈 위에 깊게 패여 한참동안 어미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세월이 바뀌어 학원 다니기 바쁜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동산리 노인회원들의 마음일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녀회는 공동 작업으로 콩을 재배했는데 그때 구 마을 회관을 작업장 겸 창고로 이용했었다고 한다. 또한 노인회원들의 작업장이기도 했다.

이들은 일거리가 없는 겨울철이면 볏짚 공예품을 만들고, 싸리비를 만들어 주위에 나눠주기도 하는 등 뜻깊은 일을 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공예품 만들기 작업과 한자 교실 운영 계획을 주도하던 노인회장 이동균씨가 안타깝게도 몇 달 전 작고해 올해는 주춤한 상황이지만 여러 해 꾸준히 이어 온 일이라 회원들과 주민들의 애착은 남다르다.
마을에는 생긴 지 10여 년 정도 된 게이트볼 경기장도 있어 노인들이 즐겨 찾고 있다.

# 자매결연 우수마을로 선정
동산리는 작년 5월 (재)세종문화회관 임직원들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올해 초에는 동산리 주민 39명 등이 서울을 방문 백봉영 80주년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으며 9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추석맞이 우리 농산물 팔아주기 일환으로 행사를 진행해 참기름세트 106상자, 배 76상자, 벌꿀 46병, 사과와 배를 혼합한 과일 85상자 등 동산리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 판매되기도 했다.

형식적인 결연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관계를 교류하며 직원들을 경로잔치에 초대하거나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 등 서로 지속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동산리는 이 같은 주민들의 참여로 자매결연 우수마을로 선정돼 컴퓨터를 지원 받았다. 마을회관에 설치해놓은 컴퓨터는 마을일을 보는데 여러모로 활용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도농간 자매결연은 관계 기관의 관심과 주민들의 기대감, 도시민들의 농촌 사랑에서 출발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이들이 맞잡은 두 손이 오래도록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좋은 인연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배추절임 시설로 소득증대 기대
동산리 주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완공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배추절임 시설. 11월 초에 작업을 시작한 이 시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7월경 사업 승인을 받고 부지 선정이 어려워 공사 시일이 조금 늦춰지긴 했으나 부지 550평에 300평 규모의 시설이다.

현재 동산리에는 배추작목반이 구성돼 16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18명이었으나 두 명이 작고해 줄은 것이라고 한다. 생산면적은 기존에 5㏊정도였는데 배추절임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배추 재배 농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민들은 봄에 옥수수를 심고 수확이 끝나면 가을에 배추를 심는다고 했다.
올 가을 김장철이 되면서 배추 값이 하락해 재배 농가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동산리 들녘에도 출하하지 못한 배추들이 여전히 밭 신세를 지고 있었다.

불안정한 농산물 시세로 인한 피해를 막고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 동산리 주민들은 배추절임 시설이라는 사업을 생각해 냈다.

예약 주문 방식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주민들이 생산한 배추로 절인 배추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한인덕 이장은 어느 날 모친이 닭을 기르기 위해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둥우리(짚이나 댑싸리 따위로 바구니와 비슷하게 엮어 만든 그릇)를 만들고 있는 걸 보고 어릴 적 해본 경험이 있어 한번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볏짚 공예품은 실생활에 잘 사용되지 않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전통은 또 다른 미래가 될 수 있다. 전통을 되살리는 남다른 생활이 돋보이는 동산리였다.

새터 마을 뒤로 솟은 탕건봉은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산은 마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도원리를 거쳐 한양으로 오르고 내리던 옛 선인들로부터 지금의 우리 세대까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일구기 위해 노력하는 동산리 주민들의 모습은 보기 좋은 뿌듯함일 것이다.

김춘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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