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 영농 사례를 읽는다(1) - 청원군 오창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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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 영농 사례를 읽는다(1) - 청원군 오창농협
  • 송진선
  • 승인 2006.07.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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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농업군인 보은군의 농업 현실은 암담하다. 전국적으로 대표되는 농산물도 부족하고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브랜드 또한 갖고 있지 못하다.

값 싼 수입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는 시대, 농업의 위기는 점차 농민들의 목숨 줄까지 죄어가고 있다. 살아남으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있는 것 중 잠자고 있는 것을 발굴해 햇볕을 보게 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꼽고 있는 것은 쌀, 대추, 감, 사과, 한우, 돼지 정도다. 하지만 시장을 지배할 만큼 물량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에게 경쟁 지역의 품목과 견줄 만큼 높은 인지도를 심어준 것도 아니다. 그래도 품질 면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들 작목을 잘 살려 보은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품목으로 꼽고 있는 작목을 대상으로 선진 사례를 보도하고자 한다.

첫번째 보도는 작목 위주가 아니라 기관 위주로 게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의 성공한 사례여서 우리 지역의 농민이나 공무원, 농협 등 관련 조직 전체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편집자 주)

오창농협 친환경 농업 전담 팀장인 신환희씨와 친환경 농업 전반에 대해 취재했다.

오창농협 관할에는 농가수 1454호이며 농지규모는 논 1850㏊, 밭 850㏊, 과수 40㏊이다. 이중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은 벼 1850㏊ 중 470㏊에 달한다.

■ 농협 최초 친환경농업 전담 팀 조직
오창농협은 전국적으로도 친환경 농업, 농산물의 메카로 자리매김된 지 오래다.  그것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과는 달리 오창농협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이 농협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록도 갖고 있다.

특히 지금은 국내 굴지의 기업인 SK케미칼과 연계해 SK직원들을 고정 소비자로 확보해 SK와만 연간 60억원 이상의 매출까지 올리고 있다. 오창농협은 여기서 더 나아가 SK 를 대상으로만 전 직원들에게 공급해 36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까지 갖고 있다.

다른 농협들이 생각하면 부러움의 대상이다.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연신 전화와 아는 사람을 통해 서울로 청주로, 대전으로 일일이 쫓아다니며 팔아야 하는 농민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친환경 농업을 위해 조합장에 출마한 김창한(50) 조합장이 당선된 뒤 오창지역에 친환경 농업은 급속하게 확산됐다.

11월경 전국 지역농협 최초로 친환경농업 전담팀(8명)을 구성했다. 정규직은 팀장 1명 아래 지도사 1명, 토양검정사 1명, 유통 1명 뿐이고 나머지는 계약직으로 구성했으며 RPC 에도 친환경전담 직원 1명을 배치했다.

친환경 미생물 방제기를 지원받은 후 처음에는 작목반에서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농민들이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또 사고발생 우려도 있어 농협에서 직접 관리하면서 직원들이 거의 농사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농민은 물꼬나 보고 논둑의 풀만 제거하면 논농사는 끝이다. 미생물 방제기를 운영하는 직원은 새벽 5시부터 일터로 나가 오전 10시까지가 철수해 오후 2, 3시에 출근하는 근무형태로 운영했다. 또 비가 오거나 미생물을 뿌릴 수 있는 날씨가 아니면 휴일로 활용하게 했다. 그렇게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해 나가 근무 만족도를 높였다.

미생물제재와 퇴비살포기와 쌀겨, 퇴비·우렁이 자재값이 비싸 40%는 군비로 보조를 받고 40%는 농가 자부담, 20%를 농협에서 보조했다. 이렇게 군비 보조와 농가 자부담을 해도 농협에서 연간 8억1000만원 상당을 친환경농업에 쏟아 부었다.

또 친환경 인증에 따르는 제반 서류를 갖추는 일을 모두 농협에서 도맡아 했다.  농민은 영농일지만 작성해 오면 받을 수 있게 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5, 6번 많게는 10번 가까이 농산물 품질관리원을 쫓아디니며 서류를 갖추는 우리 지역 농가와 비교하면 오창농협 조합원들은 정말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이렇게 농협의 각종 지원이 친환경농업에 치우치다 보니 일반농가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이 성공을 거두고 이에 따라 일반 농작물 판매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이사들의 반발도 잠재우고 조합원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친환경 인증농가 신청을 받는데 기존 인증 농가보다 250농가에서 250㏊를 더 신청했지만 친환경 농산물 급증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예상한 오창농협은 단지에서 빠진 필지만 받고 나머지는 제외시켰을 정도로 배짱도 갖게 됐다.

현재 오창면내 친환경농산물 인증 작목반만 쌀 17개, 시설채소 등 과채 작목반까지 20개 460농가에 이르고 면적도 100만평이 훨씬 넘어 전국 친환경농업 면적의 8%나 차지하게 됐다.

■ 생산이력 시스템갖춰 신뢰확보
처음 오창농협이 친환경 쌀을 밥쌀용이 아닌 분유회사에 판매하는 등 가공용으로 거의 판매했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 농산물이 증가하면서 타 지역에서 저가로 공략해 가공용으로는 더 이상 승부할 상황이 안돼 밥쌀용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주 거래처인 SK 케미칼 외에도 생협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오창농협 관할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 뿐 아니라 전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매입해 주문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안전성을 심어주기 위해 생산 이력 시스템을 갖췄다.

누구의 농산물을 몇 시, 몇 분, 몇 초에 입고해 누가 관리했는가 까지 전체를 읽을 수 있다. 소비자는 앉아서 인증 번호만 찍으면 이 같은 이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찾는 것은 당연하다.

오창농협은 매년 유기농축제를 개최해 어린이들을 초청한 체험행사와 방학을 이용해 학부모 체험행사를 갖는 등 도시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참여함으로써 구입할 수 있게 한다.

아침마루, 생명 유기농 골드, 생명의 눈, 꿈에그린 쌀 등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같은 오창농협 친환경 농산물은 지난해까지 8회 동안 5년연속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그래서 입소문으로도 매출이 향상되는 성과까지 얻고 있다.

■ 오너의 생각에 따라 180도 변해
그렇다면 오창농협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다름 아닌 친환경 농업에 미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오창농협의 김창한 조합장이 서 있다. 직원들조차도 김 조합장을 친환경 농업에 미쳐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번 취재에 도움을 준 신환희 친환경 농업 팀장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어느 조직이든 오너의 생각이 어떤가가 중요하다. 조합장이 한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농민 출신인 조합장은 모든 것을 농민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처음에는 고전도 했지만 직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조합장이 처음에는 아침 7시30분에 출근을 해서 사무실을 쓸고 마당을 쓸었다.  직원들이 일찍 출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조합장이 없어도 늦어도 8시 전에 출근을 한다.

특히 금융기관은 고여있으면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순환보직이 철저하게 이뤄지는데 우리농협은 핵심자의 보직 이동이 없다. RPC 공장장이 9년째 붙박이일 정도다.

조합장의 생각은 맡은 분야는 대한민국에서 1등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감사에 매번 적발돼 조합장이 늘 경위서를 쓴다.

오너의 생각이 어떤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갔다.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중간에 직원들이 집단이기주의를 보여도 오너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또 하고자 하는 강한 추진력이 있다면 조직은 변하고 결과적으로는 조직 전체에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 보은군은 친환경 농업에 대해 농업인은 물론 농협, 행정기관 모두 인식이 안돼 있다. 한살림에 전량 판매하는 백록동 공동체는 보은에서는 그나마 행복한 지역이다.

나머지 지역은 농민들이 알아서 판매를 하는 꼴이다. 농협이나 군은 팔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 정부의 농업정책방향이 친환경이지만 우리지역의 대처는 밑바닥 수준을 헤매는 상황에서 이번 취재를 통해 오너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절실함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익이었고 우리지역과 가장 비교되는 것이었다.

취재에 협조 해준 보은친환경쌀 작목회 오정근 회장과 총무 김응주씨, 보은농협 박근수 차장이 동행했다.

2004년 조직된 보은 친환경 쌀 작목회(회장 오정근, 보은 용암)는 현재 18명이 25㏊에서 추청벼와 삼광, 그리고 맵쌀과 찰벼를 반반씩 섞은 것과 같은 김밥용 백진주 1호를 무농약으로 재배를 하고있다.

특히 올해는 농촌진흥청 한희석 박사가 관리하는 종이멀칭 시범포로 지정돼 그나마 벼 재배관리 등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미친 사람이 있으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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