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냉정한 거래 이익 없으면 중단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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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냉정한 거래 이익 없으면 중단이 당연
  • 보은신문
  • 승인 200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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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한미FTA 2차 본협상이 지난 10일 시작했다. 정부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 보이고 있지만 각계각층의 한미FTA 저지 목소리는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지난 12일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보은에서도 농업경영인연합회원과 한우협회 회원, 농협 노조원 등이 힌미 FTA저지를 위한 시위현장에 있있다.
그래도 정부는 미국과의 2차 협상도 진행했다. FTA 효과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분분하게 말이 많다.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국가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커다란 일이라는데, 정작 2차 협상이 진행되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역신문 발전위원회의 후원으로 옥천신문에서 지난 6월28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7월7일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을 초청해 한미 FTA 주민 교양강좌를 실시했다.
김성훈(현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학교 총장) 전 농림부 장관은 국민의 정부에서 최장수 각료라는 기록을 남겼고 정태인 전국민경제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의 개혁파 참모를 대표했던 인사다. 다음은 두 교양강좌 내용이다.


=김성훈 전 장관의 강연 중 참석자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던 내용 중 하나는 단연 참여정부의 현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는 한덕수씨에 대한 평가다.
현재 한미FTA를 선봉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 부총리에 대한 김 전 장관의 평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의 역사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익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김 전 장관은 코앞에 닥친 국회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이 협정이 몰고 올 파국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구체적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의 조속한 재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 한미FTA, 참여정부 종료 직전의 ‘자살 골’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2년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일을 저질렀다. 왜 그런가? 현재 청와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없다.
경실련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노무현 정부의 자살골이라고 논평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단지 일개 정권의 정책판단 착오로 평가되고 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 세대뿐 아니라 후손까지 두고두고 후회토록 만들 것이다.  농업부분에서 우리의 우위가 확실한 한일FTA도 포기했고, 농업부문에서 전향적인 양보를 하겠다는 중국 상무장관의 한중FTA 제의도 거절한 정부가 초강대국 미국과의 FTA를 국익을 위해 체결하겠다는 것은 어용학자들이나,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당사자인 대한민국 관료들이 아니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 김대중 정부, 이미 한미FTA검토 마쳤다
=이미 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정부 안에서 한미BIT(한미FTA와 다름없는)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당시는 IMF로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입김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시에도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고 있던 한덕수씨(현 경제부총리)가 선봉에서 이를 ‘무조건 하자’는 논리로 이를 추진했지만 대통령이 결국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재경부를 제외한 관계장관 역시 미국은 우리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는 제일 마지막 상대라는 인식에 예외가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도 미국은 협정 채결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밥쌀 수입, 수입 약값 결정 전에 미국과 상의할 것,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종량제 세금을 폐지할 것 등 8년이 지난 지금과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쌀은 DDA로 이미 열었으니 전세계가 두려워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조건으로 추가했다. 갈비와 사골(치사율 100%에 육박하는 광우병의 원인 단백질은 소의 뼈에서 발견된다)의 수요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 아닌가.

아무튼, 미국이 아무리 강자라도 협상 을 하는데 4가지는 미리 양보하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것은 굳이 국제관례를 들지 않더라도 협상의 경우가 아닌 것이다.

당시 미국과의 투자협정을 주장했던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관계장관들로부터 ‘왜 한국정부의 관료가 미국의 입장을 여과 없이 중계만 하려 하느냐’는 지적을 받았지만 현재 그는 정부의 경제부총리로 한미FTA를 이끌고 있다.

■ 한국정부, 미국을 ‘구원’하다
=우리와의 FTA가 미국에 갖는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무역과 재정 양면에서 누적되는 적자, 즉 쌍둥이 적자의 함정에서 지금껏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WTO를 출범시키며 다수의 국가간 합의를 통해 세계의 무역을 자유화하고 쌍둥이 적자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남미 35개 국가가 미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을 거부하는 결의를 하는 등 국제적으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며 고립된 상태다.

다자간 협상의 문제점을 인식한 미국이 눈을 돌린 것이 양자협상. 그러나 미국과 협상을 벌이던 스위스는 미국의 협상단이 자국의 농업보조금정책와 식량안보정책에 대한 문제를 들고 나오자 곧바로 국회를 소집해 협상의 중단을 결의해 버렸고, 심지어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 중동의 카타르라는 나라조차 미국 협상단의 일방적인 요구가 계속되자 미국의 자국대사를 통해 협상의 중단을 선언했다. 아랍에미레이트도 비슷한 사례다.

이렇게 곤란한 지경에 처한 미국에게 그들의 7번째 수출국이자 세계 10대 무역대국인 대한민국이 먼저 FTA를 하자니 미국입장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받은 최고의 제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티코와 링컨( 미국산 대형 승용차 브랜드)의 소유자가 배기가스와 관련해 같은 세금을 내고, 광우병 의심 소고기를 국민들에게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파격적인 선결조건을 우리 정부는 자신있게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 ‘구체적 협상내용 3년 비공개’ : 2000년 한중 마늘협상을 기억하자
=정부의 협상대표단은 미국에서 열린 실무교섭에서 상대국의 요구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3년간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정부는 이번에도 2000년 마늘협상, 한칠레 FTA, 2004년 쌀 재협상 때처럼 밀실협상을 강행할 작정으로 보인다. 6년 전 마늘협상 당시 협상단은 중국산 마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비밀협정을 중국과 맺어놓고 장관이던 나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조차 보고하지 않았다.

몇 년 뒤 중국산 마늘에 국내시장이 붕괴 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당연히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뒤통수를 맞은 사건이 바로 2000년 마늘협상이다.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하루빨리 통상교섭본부에 대한 국회의 실질적인 견제와 감독을 가능케 하는 통상절차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FTA로 국민여론이 양분되고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국이 철저한 의회통제하에 협상대표부를 두는 구조임에 반해 우리는 현재 모든 권한을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가 갖고 있다.

국회가 가장 중요한 민생·경제 현안인 한미FTA협상에 대해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없다.

국회는 통상절차법 제정 등을 통해 이해관계 조정과 국익을 준수할 최후의 보루로서 본연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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