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면 신추리
상태바
회남면 신추리
  • 보은신문
  • 승인 2006.05.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자나무가 많았던 가래울
마을입구에 설치해 놓은 울타리. 지대가 높아 길 아래로 떨어질 위험을 방지하고 미관상 보기도 좋아 마을 입구가 훤하다. 추자나무가 많아 가래울 또는 추동이라 불리었던 신추리(新秋里).

보은에서 국도 25호선을 타고 가다가 대전 방향(지방도 571호선)으로 진입해 가다보면 회북면과 경계지역인 첫마을이 바로 신추리 마을이다. 산길을 돌고 돌아 ‘신추리’라고 써있는 버스 정류장을 겨우 발견했지만 길가에서는 마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건 산과 개울뿐이다.

버스정류장 옆 좁은 포장길만이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는 걸 짐작케 한다. 마을로 이어지는 듯한 그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밭이 보이고 또 걸어가다 보면 농가 한 채와 농경지가 보이고 그곳에서 또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드디어 신추리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14호 23명의 주민이 함께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신추리는 현재 주민들이 모여사는 상추동과 지금은 마을이 없어진 하추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달밭 골은 가래울 북쪽에 있는 골짜기로 전에는 인가가 있었으나 철거되었으며 골짜기가 우묵해서 난리 때 마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했는데 그날 밤 유난히 달이 환히 비추었기 때문에 달밭 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머그남 골은 가래울 동쪽에 있는 골짜기로 큰 오동나무가 있어서 머귀나무 골이라 부르던 것이 머그남 골로 변했고 지금은 오동나무도 없어졌다고 한다. 머귀는 오동의 옛말이다.

십자봉은 가래울 북쪽에 있는 봉우리로 모양이 열십자 형태라고 하며, 중뫼(中山)는 가래울 남쪽에 있는 산으로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의 오른쪽에 있다.

산세가 좋아 주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이웃이며 친구이지만 주변에 산이 많아 농경지도 빈약하고 땅도 박토라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좋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마을봉사자로는 김진곤(43) 이장과 김환규(79) 노인회장, 유구선(70) 새마을지도자, 전옥자(60) 부녀회장이 있다.

# 척박한 농사 환경
신추리는 산골이다 보니 들보다는 골짜기가 많으며 농경지도 대부분 경사지라 주민들이 농사짓기가 힘들다고 한다. 지형적인 특성상 논보다는 밭이 훨씬 많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작물은 없었다. 주민들 다수가 노인이기 때문에 소규모 경작을 하고 있다.

농민들의 밥줄인 농경지가 빈약한 신추리는 산골 살림이 크게 좋아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래도 산과 들에서 캔 무공해 나물 등과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가까운 대전에 내다 파는 수입이 제법 살림에 보탬이 된다고 한다.

보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한 번 나오려면 만만치 않은 차비 탓에 맘놓고 다닐 수도 없고, 농사 환경이 열악해 큰 수입을 올리지도 못하는 등 편하고 좋은 것보다는 불편하고 안 좋은 것이 더 많지만 그나마 먹고사는 일이 아주 막막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아직까지 주민들이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봄볕은 여름볕에 비하면 수줍은 새색시마냥 온화하다. 그 온화함이 차츰차츰 꺽이고 있다. 뜨거운 햇살이 기세를 부릴 여름날을 생각하면 들녘에서 고생할 농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유야 어찌됐건 그 고생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한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본래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마을이 많이 쇠락해지고 주민들도 젊은 시절이 다 지나간 노인들이 대부분이어도 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기에 신추리라는 마을 이름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불리어지는 것이다.

# 두 번이나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
신추리는 95년과 99년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되었다.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된다는 것은 현재 거주하는 주민은 물론 지역 출신 출향인사까지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단 1건의 사건도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영예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범칙금을 포함한 각종 벌금을 비롯해 검사에 의해 공소제기가 되거나 기소유예, 공소보류, 기소중지, 소년부송치 등이 된 형사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마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준이 엄격하다고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평소 지나친 욕심 없이 남을 해하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온 결과일 것이다.

요즘 매스컴에서 우리는 비양심적인 탈세자나 범죄자 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사람들이 점점 이기적이고 개인적으로 변해가면서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있다고 한다. 범죄없는 마을은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 사막에 피는 꽃으로 다가온다.

범죄없는 마을을 선정해 타 마을의 모범이 되어 그 의미를 널리 알리고 선도하고자 하는 목적이 효과를 거두었으면 한다. 해마다 사막에 피는 꽃 ‘범죄없는 마을’이 늘어나 마을 곳곳에서 마을회관에 걸려 있는 자랑스런 현판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신추리 주민들은 일부러 애쓰지 않고 그저 살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 세월이 나이를 말해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늘 산과 자연이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곳 신추리. 너무 한적해 심심하지 않을까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눈으로 보며 사는 것이 거짓 없는 자연이라 선한 미소를 배우며 자연을 닮아 가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들의 삶을 미화시킨다기 보다는 환경이 사람을 어느 정도 지배하듯 주위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고된 일이 항상 좋지만은 않아도 자연과 하나된 삶 속에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은 신추리 주민들. 그들의 뒤를 이어 마을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한 명 한 명 새롭게 생겨난다면 언제고 신추리 마을 회관 앞에 범죄없는 마을 현판이 하나 더 걸릴 날이 있을 것이다.

# 깨끗하게 잘 정비된 마을 모습
신추리는 마을 입구에 예쁜 울타리도 있고 오래된 흙담장도 벽돌담장으로 튼튼하게 쌓아올려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금강수계주민지원사업비 등 사업비를 지원 받아 공사를 시행한 것이며 4년째 계속되고 있는 마을 안길 넓히기 사업은 끝날 때까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신추리는 군으로부터 빈집 철거 비용을 지원 받고 개인이 직접 나서서 마을에 있는 빈집을 많이 철거했다고 한다. 김진곤 이장은 “아직 남아 있는 빈집 한 채도 곧 철거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빈집이 있으면 너무 흉흉해서 보기에도 안 좋다며 철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신추리에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집들이 몇 채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신추리는 대청댐 건설 이후 혜택보다는 피해를 입고 있다. 마을이 수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농경지를 주민들 임의대로 활용할 수 없으며 기타 여러 가지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수계주민지원사업비가 주민들을 위하고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수변구역 마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는 올바른 정책이 수립 돼야만 할 것이다. 피해자는 언제까지고 피해자로 남아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좋은 정책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며, 절망적인 사람에게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며,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아닐까.

신추리 주민들과 대청댐 일대의 수변구역 주민들에게 희망적인 정책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몇 일 전에는 마을에서 주민간 단합도 다질 겸 여수로 관광을 다녀왔다고 한다.  주민 중 몇 명이 불참해 18명이 바다도 보고 배도 타고 즐거운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더라는 김진곤 이장의 말을 들으니 봄이면 농사철이라 꽃구경 한 번 맘놓고 다니지 못했을 주민들에게 이번 봄나들이가 얼마나 설레고 즐거웠을지 상상이 갔다.

나이를 먹어도 농민은 농민의 근성을 버릴 수가 없나보다.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농사일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들.

내년에도 그 이듬해도 농사를 짓고 있을 신추리 주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이 뒷받침되고 지금보다 더 살기 편한 마을이 되길 바란다. 무엇이 그들을 위하는 길인지 신추리 주민들은 알 것이다.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김춘미 프리랜서

새로쓰는 마을 이야기(4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